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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금야금' 오른 국산車 부품 값, 내 보험료 올린다

원료 값은 폭락하는데 부품 값은 계속 올라

11만원 하던 한 국산 중형차의 앞 범퍼 가격이 3년 만에 17만 원이 됐습니다. 56.4% 오른 겁니다.

원료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 범퍼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 가격은 52.3%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자동차 회사는 부품값을 왜 올렸을까요? 수입차 부품값에 밀려 관심 밖에 있던 국산차 부품값을 짚어보겠습니다.

● 국산 부품, 수입차보다 싸지만 수입차보다 많다

최근 대한민국은 수입 자동차의 부품 값에 무척 화가 나 있었습니다. 비싼 수입차 부품 값이 우리 보험료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이 수입차에게 쏠렸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국산차의 부품 가격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국산차 부품 가격은 수입차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산차 부품값이 보험료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습니다. 사고 차량 중 국산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한 보험사 통계 담당 직원은 “차량 숫자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보험료에 대한) 영향력은 국산차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수입차가 부품가격은 압도적으로 비싸지만, 국산차도 해마다 부품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보험료 상승의 공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매년 오르는 부품값,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는 “국산차 부품 값이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올라갔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런 가격 인상을 모두 알고 있지만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공업사 대표는 “이용자들은 원래 가격을 잘 모르니 가격 인상을 알지 못하고, 자동차 업체는 굳이 부품 가격 올렸다고 얘기하지 않고, 공업사는 고쳐주면 그 돈을 다 보험사에서 받기 때문에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업사 직원은 “손님들은 보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이 1년에 한 번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공업사 대표 역시 “국산차 부품값이 매년 오른다”라고 확인해줬습니다. 그 역시 “부품 값을 왜 올렸냐고 관리 감독하는 곳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부품값이 왜 오르는지, 자동차 회사의 설명을 듣고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원료 값은 '곤두박질'치는데 범퍼, 문짝, 트렁크 모두 인상

한 보험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범퍼, 문, 트렁크 등 주요 15개 부품 가격은 대부분 12% 넘게 올랐습니다. 20~50%까지 부품 가격을 크게 오른 차종도 적지 않습니다. 이 보험사 자료는 ‘고객이 낸 보험료로 보험사가 지불한 자동차 부품 가격’을 근거로 작성된 만큼 실제 가격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상 폭이 높아 눈에 띄는 부품과 차종들을 살펴보면, 쌍용 코란도 C는 앞범퍼 가격을 2013년 10만8천 원에서 3년 동안 14만 3천2백20원까지 32.61% 올렸습니다. 한국GM은 젠트라와 말리부 앞범퍼는 지난해 각각 15.49%, 11.45% 올렸습니다. 현대차는 YF 쏘나타의 뒷문 가격을 13.51% 올렸고, 르노삼성은 SM5의 트렁크만 22.97% 올렸습니다.
차종과 부품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국산 부품가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부품 원자재값은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과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범퍼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 그리고 문짝과 철판의 원료인 냉연강판 내수가격은 각각 52.3%, 27.5% 떨어졌습니다.

● “연구개발비와 물류비, 인건비가 들어요” vs “그래도 원료비가 가장 중요”

자동차 회사들도 원료값은 떨어졌는데 부품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물류비와 연구개발비, 인건비 인상요인이 반영됐다고 설명합니다.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작은 회사는 회사대로 반론이 달랐습니다.

반론들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연구개발비가 많이 든다”, “사고를 미리 예상해서 만드는 만큼 보관비나 운송비가 많이 든다”, “소비자 물가 인상 요인을 반영했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안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인건비를 반영했다” 한마디로 원료값만 가지고 부품값을 논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해도 결국 원료값이 가격 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인건비는 실제로 올라가는 속도가 느리고, 연구 개발비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개발 기간도 단축되고 기존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출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아졌다고 반박합니다.

국산차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원료 값은 떨어지는데 부품 값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리는 것은 주유소의 기름값처럼 눈에 띄지 않아 시비 거는 사람도 없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의지도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감독하는 전문성 있는 정부 기관도 없습니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부 역할을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부와 소비자 모두, 수입차 부품값 뿐만 아니라 국산차 부품값까지 눈여겨 봐야 보험료 인상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보험 처리된다고…멋대로 올리는 車 부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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