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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이집트 여객기 추락, 서로 다른 해석 '동상이몽'

파리를 떠나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착륙을 30분 앞두고 지중해 상에 추락한 지 이제 열흘이 지났습니다.

블랙박스를 중심으로 다섯 개 나라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사고 원인을 밝힐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은 채 다양한 설만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집트와 프랑스는 서로 책임과 여파를 고려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의 해석만 내놓고 있어서 뉴스를 따라가는 기자조차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추론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정규진 특파원의 취재파일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하다고 믿을 수 있는 내용은 사고기가 실종되기 10분 전부터 지상의 관제탑과 어떤 교신도 하지 않았다는 것과 연락이 끊기기 전 조종실 뒤편 화장실과 조종실 내부 항공 전자장치에서 연기로 인한 경보가 울렸다는 점 그리고 추락 직전 갑자기 각도를 좌우로 틀고 고도를 뚝 떨어뜨리면서 요동을 쳤다는 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가설이 등장하는데요, 크게 테러냐, 아니면 사고냐 둘로 나뉩니다.

먼저 테러를 주장하는 이집트 당국은 구조 요청이나 위험 보고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듭니다.

기체 결함 같은 내부 문제면 이상 신호를 보냈을 텐데 그럴 틈도 없이 터진 일이라면 원인이 테러밖에 없다는 겁니다.

3천 미터 상공에서 돌연 레이더에서 사라진 점도 폭발과 방화로 인한 급격한 압력 변화로 동체가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잔해들이 한 지점에서 대량 발견되기보다는 작은 파편 형태로 멀리까지 흩어져 수거에 애를 먹고 있는 점도 공중분해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신들조차 팔이든 머리든 온전한 것 하나 없이 신체 일부분이 모두 조각나 있었다고 이집트 법의학조사팀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의문점은 폭발 순간 위성 사진에 이상열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기체는 균형을 잃고 뒤틀리다 보면 충분히 균열이 생길 수 있어 공중분해가 다른 이유로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메가톤급 항공기 테러라면 IS처럼 배후를 주장하는 단체가 나와야 하는 데 아직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프랑스 당국은 연기가 탐지됐다는 비행기록을 바탕으로 화재나 기체 결함 쪽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승객 중 누군가가 담배를 태웠거나 하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불이 조종실까지 번져 시스템이 마비됐거나 미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추측입니다.

그러나 연기를 탐지한지 불과 1분 만에 경보가 울린 점으로 미루어 전형적인 화재로 보기에는 단서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고기는 제작된 지 12년밖에 안 된 청년급 항공기인데다 기장과 부기장 모두 비행 경험이 각각 6천 시간과 2천 시간 이상이라 일부 매체에서 언급하는 조종사 과실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이집트는 작년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건 이후 이미 관광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외부 공격이 아닌 자국 항공사의 내부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 이력까지 더해진다면 치명타겠죠.

반면 프랑스는 테러로 결론 날 경우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다음 달, 월드컵보다 재미있다는 유로 2016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작년 파리 테러와 지난 3월 이웃집 벨기에의 공항 테러 이후 국민들은 또 다시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하고 그러고도 공항 보안을 허술하게 놔뒀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테니 말입니다.

이런 가운데 초기 수사 발표도 앞으로 한 달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돼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기까지는 한동안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월드리포트] '동상이몽', 이집트와 프랑스-여객기 추락 원인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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