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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키즈카페 트램펄린은 안전검사 면제라고요?

● 최근 3년간 키즈카페에서 3백 명 넘게 다쳐

인천에 사는 30대 주부 윤 모 씨는 올해 초 키즈카페에 갔던 일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12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갔다가 놀이기구 모서리에 눈을 다친 겁니다. 아기는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가 벗겨진 부분에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다행히 긁힌 정도의 열상에 그쳤지만, 윤 씨는 대학병원에서 방사선 촬영까지 해가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키즈카페 내 에어바운스가 무너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어린이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건 불과 재작년 일입니다. 그 뒤로 다행히 키즈카페 인명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업소의 안전불감증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원이 접수한 어린이 부상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불안감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크고 작은 아찔한 사고가 여전히 빈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엔 미끄럼틀을 타던 어린이의 발목이 부러진 사고가 소비자원에 접수됐습니다. 아이 성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피해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미끄럼틀을 거의 내려왔을 때 쯤 안전 쿠션에 발이 끼면서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6월엔 6살 된 남자아이가 에어바운스에서 뛰던 도중 넘어져 뇌진탕을 당했다는 신고도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다쳤다는 불만 접수는 2013년 58건에서 지난해 23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사망사고가 잇따른 2014년엔 사고건수가 4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오히려 사고 건수는 더 늘어난 겁니다.
틈새가 벌어져 발목이 낄 위험이 큰 트램펄린 덮개, 한국소비자원 제공
키즈카페에 설치된 놀이기구는 두 가지 법규에 따라 관리 의무가 주어집니다. 어린이 놀이기구로 분류된 그네, 미끄럼틀, 공중놀이기구 등은「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상 관리 대상입니다. 그밖에 범퍼카, 모노레일 등 유기기구는「관광진흥법」에 따라 안전을 관리하게 돼 있습니다. 키즈카페는 이 두 법률에 따라, 놀이기구를 설치할 때는 물론 사용중 정기적인 검사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 키즈카페 '트램펄린'은 안전검사 의무가 없다

그런데 이런 관리 체계엔 허점이 존재합니다. 안전 검사가 필요한 유기기구 규정 방식이 문제입니다. 모든 유기기구가 안전성 검사 대상에 포함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기기구란 단어가 우선 생소합니다.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인데,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질의응답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정의는 '운동하는 구조 또는 기계로 이뤄진 시설물'입니다. 매우 광범합니다.

문제는 트램펄린이나 미니기차, 미니 에어바운스처럼 대다수 키즈카페에 설치된 기구들이 안전성 검사 의무가 있는 유기기구에 포함이 안 돼 있다는 겁니다. 이들 기구를 설치한 업주에겐 대신, 이런 기구를 설치했다는 '비대상 확인검사'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해당 법규는 ‘안전성 검사 대상에 해당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검사(관광진흥법 33조 1항 중에서) 의무만 있을 뿐입니다. 즉,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확인 절차만 통과하면, 점검을 면제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도대체 어떤 게 검사 대상이 되고 어떤 것은 '비대상 확인 검사' 기구인지 관련법을 찾아봤습니다. 관광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검사 대상 기구를 정하도록 해 놨습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규칙 40조엔 해당 목록을 별표로 만들어 고지하고 있습니다. 이 별표를 보면, 약 70여 종을 안전검사 기구로 지목해 놨습니다. 대부분 모노레일이나 범퍼카, 다람쥐통처럼 운동 폭이 좀 큰 것들입니다.

시행규칙대로라면, 이 별표에 없는 모든 놀이기구는 안전성 검사 대상이 아닙니다. 가령 시행규칙 별표에 적힌 '미로 탐험'이나 '유령의 집'같은 기구는 검사 대상에 속하지만, 여기에 없는 '트램펄린'이나 '미니 에어바운스'는 확인 검사만으로 안전 검사 의무를 면제받는다는 겁니다.

새로운 기구는 수도 없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데, 이런 관리 체계로 완벽한 안전 점검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원 역시 실질적인 안전 검사 의무가 없다는 점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소한의 검사도 안 지킨 사장님들

그럼 이 최소한의 '비대상 확인검사' 의무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소비자원은 지자체와 함께 수도권 30개 업체의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5곳이 이걸 무시한 채, 요금을 받고 영업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키즈카페는 트램펄린은 물론, 동전을 넣고 타는 라이더 등 6대의 확인 검사를 빼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 공간의 구조를 바꿔놓고, 안전 검사를 생략한 곳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업소는 안전 검사 대상인 공중놀이기구를 설치하면서 검사를 누락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이렇게 안전이나 확인 검사 의무를 무시한 업체는 모두 6곳, 조사 대상의 20%였습니다.
설치 검사 없이 운영된 공중놀이기구, 한국소비자원 제공
자체 안전 점검은 얼마나 잘 되고 있을까요. 평소 어린이놀이기구는 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트램펄린 같은 유기기구는 매일 한 번 이상 점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 결과는 아이나 부모들이 보기 쉬운 곳에 안전점검표시판을 만들어 게시해야 합니다.

이번 점검 대상이 된 업소 모두, 트램펄린 등 유기기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안전점검일지를 작성하고 게시한 곳은 26.7%인 8곳에 불과합니다. 22곳은 의무를 점검과 공개 의무에 소홀했습니다. 이 가운데 8곳은 심지어, 안전 점검 기록 자체가 없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무엇보다 키즈카페에 설치된 소규모 유기기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사고 빈도는 높은 반면, 설치 때 달랑 '확인 검사' 의무만 있는 기구들도 안전 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관리 감독 강화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수도권 안전 미흡 키즈카페 적발 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최근 3년 간 소비자원에 신고된 피해 사례 가운데 연령이 확인되는 건 280건입니다. 이 가운데 3∼6세 유아가 132건(47.2%)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만 0~2세 영아(109건, 38.9%), 만 7~12세 초등학생(39건, 13.9%)의 순이었다.

피해 정도를 볼까요. 부상이 확인되는 320건 가운데는 열상(찢어짐)이 102건(31.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골절 (78건, 24.4%), 타박상 (45건, 14.1%), 염좌 (34건, 10.6%)가 뒤를 이었습니다. 다친 신체 부위는 머리·얼굴이 157건(47.1%)으로 가장 많았으며 엉덩이·다리·발(82건, 24.6%)이 그 다음이었습니다.
안전성 검사 대상인데도 '비대상'으로 신고해 운영하다 적발된 미니기차, 한국소비자원 제공
끝으로 소비자원이 밝힌 키즈카페 이용 시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영유아는 기구 및 시설 이용 시 항상 부모가 동반
- 영유아는 기구 및 시설 이용 시 반드시 부모가 곁에서 돌봐야 하며, 초등학생은 부모가 기구별 주의사항을 숙지하여 아이에게 주지시킨 후 이용하도록 함.

⊙ 트램펄린은 비슷한 나이끼리 이용하고 텀블링 등 과격한 행동 지양
- 될 수 있으면 나이를 구분하여 운영하는 업소를 이용하고, 아이들이 뜀뛰기에 몰두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이용습관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함.
- 트램펄린은 관절 연골에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므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 부상을 예방하고, 텀블링이나 공중제비는 목등뼈 손상, 신경 마비 등 심각한 부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함.
- 트램펄린 이용 시 몸에 날카로운 물건이나 완구, 음식물을 소지하지 않도록 주의함.

⊙ 영아는 완구방 이용 시 작은 장난감 포함 여부 확인
- 영유아가 함께 이용하는 완구방 이용 시, 영아가 삼킬 우려가 있는 작은 부품 또는 자석 장난감이 있는지 확인함.

⊙ 정수기의 온수를 차단했는지 확인
- 매장에 정수기가 있는 경우 반드시 온수를 차단한 상태인지 확인함.

⊙ 이용 제한이 있는 경우 어린이 안전을 위해 적극 협조
- 키즈카페에 이용 요건(신장 130cm 이하, 7세 이하만 입장 등)이 있는 경우 업주와 이용자 간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음. 신장이나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기구 난이도 조정 등을 통한 어린이안전을 위한 조치이므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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