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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규정 형평성 위반

[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규정 형평성 위반
수영 스타 박태환에 대한 ‘이중 처벌’ 규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자신들의 수장을 선출하는 회장 선거 규정마저 졸속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 회장 선거 규정이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 오는 10월 신임 통합체육회장 선출을 앞두고 형평성 위반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규칙은 크게 <정관>과 그 하부 지침이라 할 수 있는 <회장 선거관리규정>에 명시돼 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인이 2-3번 읽어도 도대체 회장을 어떻게 뽑는 것인지 잘 이해하기 힘들만큼 복잡하게 돼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 위반입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29조7항>을 보면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부칙 제3조(회장선거에 대한 경과조치) 2항에는 “이 정관 제29조 제7항에도 불구하고, 회장선거에 공동회장 중 입후보한 사람은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된 날에 그 직(공동회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체육회 공동회장인 김정행-강영중 2명이 차기 회장에 입후보 할 경우에는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된 날에 그 직, 즉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선거운영위원회는 언제 구성될까요? 회장 선거관리규정 제3조(선거운영위원회의 설치) 를 보면 “체육회는 회장 임기만료일 전 80일까지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합니다. 만약 오는 10월 31일에 신임 회장 선거를 한다고 가정하면 정관 <제29조 7항>에 따라 모든 임원은 10월 31일을 기점으로 90일 전인 8월 2일까지 자신의 직위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유독 김정행-강영중 두 공동 회장만은 부칙 제3조 2항에 따라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된 날에 사퇴하면 됩니다. 그런데 선거운영위원회는 임기만료일 전 80일까지 구성하면 됩니다. 즉 8월 12일에 물러나면 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임원보다 10일 늦게 자리에서 사퇴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는 것입니다. 일종의 특혜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형평성을 상실한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노조의 한 관계자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상 100m에서 특정 선수 1명만 10m쯤 앞에서 먼저 달린다면 다른 선수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현재 2명의 공동 회장 가운데 김정행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잘못된 규정으로 덕을 보게 될 사람은 강영중 회장 1명뿐이란 얘기이다.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유독 한 사람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형평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는 또 하나의 조항은 회장 선거관리규정 <제11조 2항>입니다. 이 조항은 “후보자 등록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2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었거나 과거 2년 동안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후보자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회사원 A씨는 B라는 정당에 가입했다가 1년 11개월 전에 탈퇴했다고 해도 2년이 경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장관과 차관, 그리고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은 당적만 없다면 출마에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이 규정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약 5백만 명 이상이 원천적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시-도체육회 회장은 여기서 또 예외가 됩니다. 시-도 체육회 회장은 현재 각 지방자치 단체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각 정당에 소속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10조>는 ‘회원종목 단체 및 시-도 체육회’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도 체육회가 사실상 대한체육회의 하부 조직이란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각 지방자치 단체장인 시장과 도지사는 특정 정당에 현재 소속돼 있는데도 시-도 체육회장이 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도 현재 당적만 없다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이나 공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반 국민은 1년 11개월 전에 어느 정당에서 탈퇴해도 2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만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돼 있는 것입니다. 법률 차원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세계 반도핑 기구, 스포츠 중재재판소가 이미 5년 전에 무효로 판결한 도핑 선수에 대한 이중 처벌 규정을 ‘금과옥조’처럼 움켜잡고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인 1명을 위해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며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BS 취재 결과 현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관리 규정은 ‘특정인 1명’에게 얼마든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온갖 핑계를 대며 책임 모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형평성 위반이 드러난 대한체육회장 선거 규정에 대해서는 또 어떤 변명을 내놓을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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