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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내 자식 전단, 휙 버리고 밟는 사람들…" 실종 아동 아버지의 호소

[人터뷰+] "내 자식 전단, 휙 버리고 밟는 사람들…" 실종 아동 아버지의 호소
▼ 세 살배기 아들을 잃어버린 뒤 30년째 찾지 못하고 있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실종되는 아동은 2만여 명이나 됩니다. 99%는 다행히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만, 1%는 장기 실종 아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까지 2천여 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부모들은 수십 년째 자식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고 있습니다.

SBS 뉴스 취재진은 ‘실종 아동의 날’(5월25일)을 맞아 실종 아동의 아버지 김기석 씨를 만났습니다. (
▶ 5월 25일 8시 뉴스 방송-30년 전 잃은 아이, '현재 모습' 몽타주로 찾는다 ) 이제라도 잃어버린 자식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짧은 방송 뉴스에 담아내지 못한, 애끊는 그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가 자식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자) 실종 당시의 상황을 말씀해주세요.

(김기석 씨) 저희가 사는 곳이 좀 외졌죠. 절이 있는 진입로에 있었어요. 아이는 평소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혼자 잘 노는 성격이었어요. 별걱정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애가 늦도록 안 들어오는 거예요. 이웃집을 가봤더니 이미 왔다 갔대요. 그래서 근처 의경 검문소를 찾아갔어요. 평소 의경들이 과자도 잘 사주고 하니까 애가 거기를 자주 갔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안 왔다는 거에요. 결국, 어디에도 없었죠.

(기자) 정말 놀라셨겠어요. 

(김기석 씨)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죠. 가장 먼저 사람부터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집 근처 계곡에 흙이 볼록 올라와서 갈라진 부분이 보였어요. 그래서 설마 누가 죽여서 묻지 않았나 싶어서 무릎 꿇고서 그걸 맨손으로 마구 파봤죠. 이웃집 축사에서 돼지 죽은 걸 묻어놨더라고요.
(기자) 물론, 경찰에도 신고는 하셨죠?

(김기석 씨) 네, 당연히 그랬죠. 당시만 해도 실종 신고하면 “곧 돌아올 거다. 좀만 기다려봐라.” 이런 식이었어요. 마냥 기다리면 뭐 합니까? 돌아오긴커녕 벌써 30년이라는 세월만 흘렀는걸요.

(기자) 아이를 찾으러 다닐 때 막막하셨을 것 같아요.

(김기석 씨) 네, 처음엔 보육시설 위주로 돌아다녔죠. 아이가 실종된 지역이 대전이니까, 대전 시내를 중심으로 돌고, 충청남도를 돌고 그다음엔 충청북도로 넘어가고. 그러다가도 못 찾으니까 전국을 돌게 됐죠. 실제 실종 부모 가족 중에서는 정상 아동인데, 정신병원에서 아이를 찾은 사례도 있었어요.

(기자) 정신병원에서요?

(김기석 씨) 네, 간혹 그 일을 접하고부터는 병원 시설들도 돌아봤죠. 그런데 병원이 잘 협조해주지 않았어요.

(기자) 아이 찾는 일인데, 왜요?

(김기석 씨) 실종아동법에 병원 시설이 ‘협조할 수 있다’라고만 돼 있거든요. 심지어 경찰관하고 동행했을 때조차 협조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며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병원들이 있어요. 그러면 결국, 다툼이 되고…. 저희는 아이 찾으러 거기까지 갔는데, 속이 얼마나 상하겠어요?

(기자) 병원들이 그렇게까지 비협조적일 줄 몰랐어요.

(김기석 씨) 법령에서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라고 해놨기 때문에 시설들이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거죠. 만약 개인적으로 가면요? 시설에서 절대로 누가  있는지 파일을 보여주지 않아요.

(기자)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걸까요? 숨기는 것을 보면.

(김기석 씨) 기가 막힌 것도 알게 됐죠. 시설에서 아이들의 호적을 바꿔서 남으로 둔갑시켜 놓는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 자기의 본래 인적 사항대로 사는 실종 아동이 몇 없어요.다 바뀌어 있거든요.
(기자) 아이 찾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이 있군요. 물론 아이도 중요하지만, 생활도 있으시잖아요. 그건 어떻게?

(김기석 씨) 말이 아니죠. 일도 제대로 못 했고요. 가정도 순탄치 않았죠. 결국, 애 엄마하고도 멀어지게 됐고. 실종 아동을 둔 가정은 다 가슴 속에 멍을 갖고 살아요. 멍, 그 멍을 어떻게 풀어줄 수가 없어요. 평생 가도 풀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걸 풀려면 아이를 찾아야 하는데…. 전국을 다니는 게 찾아야겠다는 희망 하나 때문이지, 잘 될 거란 확신이 있어서 다니는 게 아니거든요. 시간 내버려, 돈 내버려 가면서 그래도 아이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후에라도 우리 아이가 거기를 거쳐 갔던 흔적이라도 찾으려고….

(기자) 그럼 이사를 다니기도 쉽지는 않으시겠어요?

(김기석 씨) 네, 어떤 부모들은 집을 못 비우고 그 집에서 쭉 사는 사람도 봤어요. 그러나 동네가 전부 다 개발되면 안 떠날 수가 없어요. 그럼 아이가 거길 다시 찾아와도 모르겠죠. 수십 년 전 기억이기 때문에 저도 늙었고, 그 기억을 더듬어도 저조차 실종 장소를 찾을 수가 없어요. 이제 서울에 와서는 전국을 찾아다니는 그런 신세가 됐죠. 

(기자) 실종 아동을 찾는 데 제도나 시스템이 좀 도움이 되던가요?

(김기석 씨) 당시만 해도 법률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죠. 심지어 아이들이 14세가 되면 실종 아동이 아니고, 가출 청소년으로 변경돼 수사 선상에서 제외시켰어요. 그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실종이 가출이 될 수 있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많은 실종 아동 가족들이 항의해서 지금은 그나마 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기자) 또,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기석 씨) 남자애들은 실종 상태여도 군대 갈 나이가 되면 병무청에서 병역통지서가 날아와요. 그런데 주민번호를 말소시키지 않는 이상 경찰에서 실종신고 확인서를 떼다 줘도 증명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 원을 내야 해요. 그래서 실종된 남자애들 대부분은 주민번호가 말소돼 있어요. 제 아들도 마찬가지고요. 
(기자) 더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지금도 많은 분이 아이를 찾는 데 관심을 주시나요?

(김기석 씨)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가 전단을 돌리고 이렇게 하잖아요. 안 받는 부모들도 많고 받았다가도, 금방 팍 버리고 심지어 발로 밟고 갑니다. 그러면 제 가슴이 얼마나 터지겠어요. 그분들은 이런 심정을 몰라서 그러시겠지만, 실종자 가족을 생각한다면 그렇게는 할 수 없잖아요.

(기자) 지금 어떤 모습이 기억이 나세요?

(김기석 씨) 제가 옛날에 아이한테 꿀밤 하나 콩 때렸는데, “아빠 때리지 말고 말로 해.” 이 말이 지금도 가슴 속에 콱 박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도 가슴이 콱 막혀요.

(기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하는지?

(김기석 씨)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 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저는 그 아이를 찾는 게, 그 아이한테 뭘 바란다든가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 아이가 건강하고 사람답게, 자기 도리하면서 사는 아이로 성장해있다면 바랄 게 없어요.

▼ 아래는 김기석 씨의 실종아동 김호 군입니다. 왼쪽은 실종 당시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 현재 얼굴로 추정되는 몽타주 사진입니다. 김호 군을 보신 분이 있다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국번없이182)로 신고해주세요. 30년째 전국을 돌아다니는 아버지의 가슴 속 멍을 풀어주세요.
이밖에도 SBS 뉴스는 초록우산재단과 함께 실종 아동 찾기를 돕는 후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SBS 뉴스가 운영하는 ‘나도펀딩’의 프로젝트  ‘우리아이를 찾아주세요’ 에도 관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nadofunding.sbs.co.kr/project/46

* 취재 : 권란 기자 /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 김미화 작가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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