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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리우 안 보내는 단 하나의 이유

[취재파일] 박태환 리우 안 보내는 단 하나의 이유
수영스타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냐 아니면 끝까지 싸울 것이냐 양자택일의 순간에 몰렸습니다. 박태환과 스승 노민상 감독이 무릎을 꿇고 선처를 호소해도, 리우데자네이루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어도, '칼자루'를 쥔 대한체육회는 요지부동입니다.

그럼 대한체육회는 왜 온갖 꼼수와 시간끌기를 하면서까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결사반대하는 것일까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국내 체육계에서 박태환의 리우행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박태환 1명 위해 규정 바꿀 수 없다

박태환이 유명스타라고 해서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말이 안 됩니다. '도핑 선수는 징계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제5조6항>은 박태환은 물론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룰'이기 때문입니다. 이 규정은 이미 5년 전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무효라고 판결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관련 조항을 즉각 삭제했습니다. 또한 명백한 <올림픽 헌장> 위반이기도 합니다.

2. 규정 바꾸면 앞으로 체육회 이끌어갈 수 없다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바꾸면 이른바 '영'이 서지 않기 때문에 대한체육회를 이끌어가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말이 안 됩니다. 그럼 IOC는 자존심이 없어서 자신들이 만든 이른바 '오사카 룰'을 스스로 폐지했다는 것입니까? IOC는 '오사카 룰'이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나자 무조건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IOC가 이후 행정을 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3. 도핑 징계 규정 바꾸면 폭력, 성폭력도 봐줘야 한다

도핑에 관한 징계는 오직 <세계 반도핑 규약>에 따라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징계는 각 나라마다 그 정도가 다릅니다. 그리고 IOC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핑을 폭력-성폭력과 연관해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4. 박태환 봐주면 다른 도핑 선수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도핑으로 올림픽 출전이 문제가 되고 있는 선수는 박태환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설사 다른 어떤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 해도 그 책임은 당연히 잘못된 규정을 만든 대한체육회가 져야 합니다. 다른 선수와 형평성 때문에 박태환도 똑같이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5. 최종 결정 아직 안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정관 <제65조2항>을 근거로 박태환의 항소가 중재 사안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에 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 사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 역시 말장난과 시간 끌기에 불과합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태환의 족쇄가 되고 있는, 2014년 7월에 만든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곧 대한체육회의 최종 결정인 것입니다.

6. 리우 가봤자 메달 못 딴다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 일각에서는 박태환이 메달을 딸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은 말하는 본인들이 더 잘고 있습니다. 박태환의 메달 획득 여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림픽에 나가지 말라면 한국 선수단의 80-90%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7. 잘 나갈 때 너무 까칠해 '찍혔다'

일부에서는 박태환이 전성기 시절에 체육계 어른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속된 말로 '찍혔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괘씸죄'라는 것입니다. 올림픽 출전을 선수의 태도 여부로 결정하는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습니다.

8. '높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지 않았다

박태환 선수가 한국의 '높은 사람들'이 초청해도 잘 가지 않거나 사진을 함께 찍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든 하나의 '설'일 뿐 아니라 설사 박태환이 '높은 사람들'과 사진을 다른 선수들보다 적게 찍었다 해도 이런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막는다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이밖에 그들이 말하는 다른 몇 가지 이유들을 봐도 박태환을 리우올림픽에 보내지 않아야 될 그 어떤 '합리적 근거'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박태환을 리우에 출전시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절대로 말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 선수의 이중 처벌이 포함된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6항>을 스스로 삭제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경우 체육회가 판결에 그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가 발생하든 대한체육회가 2014년 7월에 <올림픽 헌장>과 <세계 반도핑 규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점이 극명히 드러납니다. 당연히 누군가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제 스포츠계가 '오사카 룰'을 무효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 규정을 만들었다면 '무지'했던 것이고, 알고도 만들었다면 '무모'했던 것입니다. 또 알았지만 '외부 권력'이 무서워 만들었다면 '비겁'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한체육회는 '무능', '무모', '비겁' 셋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이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점이자 박태환을 절대로 리우에 보내지 않으려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박태환의 도핑 사실은 지난해 1월에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대한체육회는 국민과 스포츠팬을 납득시킬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최고 권위를 갖는 <올림픽 헌장> 위반 사실을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과 <올림픽 헌장>이 서로 다를 경우 <올림픽 헌장>이 우선한다는 자신들의 정관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입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에는 '감 놔라 배 놔라' 하나하나 간섭하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어찌된 일인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과 관련한 대한체육회의 막무가내 행태에는 유독 '침묵'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1년에 국민 세금 4천억 원을 쓰는 공공 기관을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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