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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석연료, "10년 내에 자취를 감출 것이다"

지난해(2015) 국내에 신규 등록한 차량은 모두 183만 대, 이 가운데 경유차가 96만 대로 전체 신규 등록차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승용차만 봐도 비슷하다. 지난해 신규 등록한 승용차는 153만 2,054대로 이 가운데 경유차가 68만 4,383대를 차지해 휘발유차(68만 1,462대)를 앞질렀다. 수입차의 경우는 경유차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경유차는 16만 7,925대로 전체 수입차 가운데 68.9%를 차지했다.

경유차의 인기와는 정반대로 '클린 디젤'이라는 말은 무색해졌다. 연비 좋고, 힘 좋고, 기름값 저렴하고, 친환경이라는 말까지 붙어 인기를 누렸던 경유차가 이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환경개선부담금 면제나 저공해 인증차량에 대한 주차비 할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 가격에 힘입어 급증한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주범은 단지 경유차만이 아니다. 석탄 역시 미세먼지 주범 가운데 하나다. 특히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보다 오히려 더 많다. 화석연료 자체가 미세먼지의 주범인 것이다.
물론 화석연료가 20세기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도 인류는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화석연료에 미세먼지의 주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한 21세기 안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석연료가 더 이상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닌 것이다.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grid-parity)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와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단가가 서로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시점을 말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Nuclear Energy Agency)는 2020년에는 육상풍력의 전기생산비용이 메가와트시(MWh)당 74.7달러로 석탄 화력발전의 76.3달러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 상업운전을 하는 181개 발전소의 평균 비용을 에너지별로 분석한 결과다. 2020년에는 육상의 풍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싸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 설비용량 기준으로 2016년 현재 풍력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9%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자력기구(NEA)의 예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발전 등으로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 비용은 점점 낮아질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심부 채굴과 임금 상승, 고갈문제 등이 겹칠 경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몰리는 화석연료가 예상보다 빠르게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있다. 각 지역이나 국가별로 나름 경제성이 있는 신재생에너지나 다른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를 밀어내는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덴마크 연구팀은 10년 내에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점차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Sovacool, 2016). 과거에는 하나의 에너지원이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뀌는데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걸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60~70년대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난방용 연료로 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골에서도 나무를 난방용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잠시 연탄을 사용한 적도 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등유가 등장했고 곧이어 가스까지 이용하게 됐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용해 오던 나무라는 에너지원이 석탄으로, 석탄에서 또 등유로, 그리고 가스로 전환되기까지 4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에너지원이 급격하게 바뀐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에너지원이 나무에서 석탄으로 바뀌는데 96년~160년이 걸렸다. 하지만 전기가 에너지원으로 널리 보급되는 데는 47년~6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11년 만에 석탄 화력발전이 풍력이나 수력, 원자력 발전으로 모두 대체됐다. 2003년 주 정부가 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이후 전력 생산에서 25%를 담당했던 석탄 화력이 줄줄이 폐쇄됐고, 2014년에는 드디어 모든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은 것이다.

인도네시아 가정의 2/3가 사용하던 등유 난로를 가스(LPG) 난로로 바꾸는 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단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1970년 프랑스 전기 공급에서 단 4%를 차지했던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은 1982년에는 거의 40%까지 급증했다. 브라질의 경우 1975년 11월 바이오연료 정책을 시행한 지 6년만인 1981년에는 브라질에서 팔리는 신차의 90%가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이용하는 차량으로 대치됐다.
미래 에너지 전환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단축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에너지 고갈도 고갈이지만 그보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 위협, 미세먼지 문제, 급격한 기술발전과 기술혁신,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보다 깨끗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자칫 화석연료만 믿고 있다가는 미래 에너지 관련 기술과 산업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키는 국가라는 오명만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 화석연료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상황에서 경유차나 휘발유차가 사라지는 것은 결국은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10년 내에 화석연료가 점차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주장이 그저 어느 한 학자의 '과장된 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 Benjamin K. Sovacool. 2016: How long will it take? Conceptualizing the temporal dynamics of energy transitions.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DOI:10.1016/j.erss.2015.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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