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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男 의사 안 들어온다 했는데…" 마취 뒤 눈에 띈 두 남자

[人터뷰+] "男 의사 안 들어온다 했는데…" 마취 뒤 눈에 띈 두 남자
출산을 앞둔 산모는 고민이 많습니다. 아기는 건강할지, 출산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을지, 세세한 것 하나하나 빠트릴 수 없는 시기입니다. 지난달 출산을 한 36살의 임신부 A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 의사는 아무래도 불편하겠다 싶어 여의사가 있는 대학 병원을 선택해 입원한 A씨, 그런데 출산 당일 갑자기 제왕 절개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수술에 불안해졌지만 병원에 남자 의사의 수술 참여를 원치 않는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마음을 추스르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하반신을 마취한 그녀 앞에 갑자기 두 남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SBS 뉴스 취재진은 산모와 남편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 ** 병원으로 가시게 된 계기는? 

(산모 남편) 아내가 남자의사는 좀 불편하니까 **병원에 여자 교수를 소개받았어요. 가서 그 선생님한테 제가 진료 볼 때 물어봤어요. 선생님이 직접 아기를 받아주냐고.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러면 여기는 와이프가 편해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거기로 갔죠.
(기자) 제왕절개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수술할 때 남자 선생님을 원하지 않았는데 들어왔다고요?

(산모 남편) 제왕절개 하기로 하고 설명을 받으면서 이제 하반신 마취를 하는데 잠이 들지만 깨워서 아기를 보여준다고 그러고 남자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도록 부탁을 했는데 수술실에 남자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아내한테 계속 남자선생님 없이 여자선생님들이 하니까 걱정 말고 수술하고 오라고 그렇게 얘기했었죠.

(기자) 부탁을 했고, 병원 측에서도 동의를 했는데 남자 의사가 들어온 거군요.

(산모 남편) 들어가 보니까 한 10명 정도의 절반은 남자였고 거기서 한 2, 3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렷자세로 참관만 하는 실습생이었던 거죠. 남편도 수술실에 못 들어가는데 하물며 환자가 거부한 남자, 아무리 의사여도 의사면 아무 여자나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미리 거부했는데….
▼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명백히 수술대에 올랐던 산모입니다. 산모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기자) 당시 심경은 어떠셨나요?

(산모) 병원에서는 솔직히 계속 울었어요. 배를 가르고 손이 들어오는데 앞에서 남자 둘이 이렇게 쳐다보고 있는데 눈이 마주치고 엄청 무서웠어요. 병원에 있는 동안은 자주 울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진짜 화가 많이 났었죠.

(기자) 당시 수술 상황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산모) 마취를 한 상태인데 긋는 것부터가 다 느껴지는 거예요. 느낌뿐만이 아니라 아픔이 같이 왔어요. 배를 이렇게 몇 번씩 긋더라고요. 근데 그때부터도 이거 못 참을 거 같은데 이런, 이렇게 계속 참아야 되나 이것만 참으면 끝인가, 하면서 진짜 이 악물고 참다가 내가 너무 아프다고 그랬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때서야 아 나는 이거 못 참는다 하고 소리를 막 질렀어요 근데 남자분이 뒤쪽으로 오시더니 저한테 "전신마취 해드릴까요?"하는 거예요. 계속 그 얘기만 하는 거예요. 대답을 결국은 못하니까 나중에 하얀 연기 같은 게 오더니 딱 덮었어요. 그때부터 기억이 안 나요.

(기자) 수술이 끝난 후에 병원에 이야기했나요?

(산모) 회복이 어느 정도 되고 계속해서 그 기억이 나니까 물어본 거죠. 남자선생님들 엄청 많이 들어왔더라고요. 원래 이렇게 하기로 얘기가 됐던 것이냐. (처음부터) 전신마취를 하라고 하지 왜 하반신마취를 하라고 해서 두 번씩 마취를 겪게하냐 이런 얘기를 했죠."

(기자) 담당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산모 남편) 제가 막 화를 내면서 담당 여교수에게 얘기를 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남자선생님 안 들어 온다고 그랬는데 어떻게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실습생까지 들어올 수가 있냐. 환자한테 동의를 안 받은 것도 아니고 환자가 먼저 요청을 한 상황인데도..그랬더니 뭐 미안하다는 식으로 얘긴 했는데 결과는 이랬어요. 여자선생님으로 해달라는 말은 내가 전달을 못 받았다. 그리고 마취에 대해서는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 마취과에서 한 거다. 마취과의사가 한 거다 이러는 거예요.

(기자) 병원 측은 뭐라고 하던가요?

(산모 남편) 여기는 대학병원이다, 실습기관이고 여기 대학병원 온 것은 실습기관인 걸 알고 온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어떤 환자가 조금 작은 병원에서는 더 힘들고 위험하니까 큰 병원을 가는 거지 내가 실습이 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기자) 수술 동의서에 참관 관련 내용이 있었나요?

(산모 남편) 그런 설명조차도 없죠. 그런 게 있었다면 분명히 저는 동의를 안 했겠죠. 아내가 너무 남자 의사를 불편해하는 걸 제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수술하기 전에 미리 물어본 거죠. 혹시 수술 방에 남자선생님 들어오나요? 그랬더니 그 여자선생님이 오늘 수술 방에 남자선생님 들어오는 사람 없다고 이야기했어요.

(기자) 하지만 들어왔잖아요?

(산모 남편) 나중에 그걸로 문제가 돼서 얘기를 하니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는 산부인과 내에서 남자선생님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마취과에서 남자 선생님이 왔고 남자 실습생이 있었던 거예요.
(기자) 마지막으로 시간이 좀 흘렀는데, 지금은 좀 안정을 되찾으셨나요?

(산모) 다 떠올라요. 저하고 그 수술실 안에서 얘기했던 분은 다 남자 분이었어요. 처음에 똑바로 누워있을 때는 그 남자 마취과 의사라고 하는 두세명이 왔다 갔다 하면서 저 마취할 때도 알코올 솜 같은 걸로 차가운 거 느껴지냐 이런 거 물어본 것도 다 남자 분이었고. 근데 그런 수술 장면이나 그게 정확한 얼굴은 기억 안 나지만 어떤 그런 사람들이 영화 봤던 것처럼 계속 기억이 나요. 어떤 분이 어디에 계셨고, 그리고 귀에서 말하던 그런 말. 그 목소리나 말투나 계속 나한테 얘기 했던. 그런 것들도 솔직히 계속해서 기억나요. 다 떠오르고 다 우울하고.

▼ SBS 8뉴스를 통해 관련 리포트가 소개된 이후 산모가 원치 않는 '분만 참관'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 ▶ 애써 여의사 택했는데…男의대생 '출산 참관') 의료계는 대학병원은 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미래의 의사 양성을 위해 '참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산모나 환자의 인격권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교육 목적의 참관이더라도 반드시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재 : 안서현 기자 / 기획·구성 : 김수영 기자 / 그래픽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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