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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이재용의 2년…삼성 직원들의 평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이제 2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다시 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선지도 2년이 넘었죠.

이른바 이재용의 2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한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과감한 구조조정과 미래 먹을거리를 향한 새로운 도전, 그리고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이렇게 바깥에서 하는 평가가 아닌, 사내 평가는 과연 어땠을까요? 한세현 기자가 삼성 내부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인터넷 여론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삼성그룹 임직원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최대한 모든 계열사 직군과 직급을 다 포함했고 익명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먼저 이재용 부회장의 겉으로 드러난 인상은 합리적이고 추진력이 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지적이고 세련됐다는 답도 상당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의견은 주로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남성들에게서 나왔는데요, 한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젊은 남성 직장인들이 이 부회장을 보며 자신이 닮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보기 때문인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여성 직원들은 부정적인 인상을 떠올렸습니다. 차갑고 날카롭다. 냉정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는데요, 한 과장급 여직원은 이 부회장에게서 드라마 속 재벌 3세의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털어놓으며 부친의 산전수전 다 겪은 연륜이나 한 시대를 가파르게 달려온 할아버지 같은 느낌과는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온화하고 따뜻하다는 응답은 제일 적은 18%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겪어본 이 부회장의 장단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보다 그의 탈권위적인 태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고 수행비서 없이 혼자 다니는 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도입한 점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은 그가 자율 출퇴근제를 말로만 한 게 아니라 진짜로 시행하고, 월급날엔 일찍 들어가라며 건물의 불을 끄는 것을 보면서 권위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업무추진력과 소통 노력을 장점으로 꼽은 직원도 꽤 있었습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경험이 부족해 신뢰가 떨어지는 점과 조직 장악력,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이 지적됐습니다. 물론, 2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과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한 금융계열사 직원은 이런 물리적인 핸디캡을 보완할만한 제도적 장치라도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그가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을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래서 직원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가 2년 전보다 더 불안해졌다고 답했습니다. 더 안정됐단 의견은 13%에 그쳤습니다.

대외적인 요인도 무시할 순 없지만, 최고 경영자가 바뀐 영향도 크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는데요, 강력한 사업 재편과 꾸준히 제기되는 각종 매각설 속에서 언제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감을 호소한 응답자 중에는 유독 과장급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조직에서의 허리 역할들이 흔들리고 있었던 겁니다.

또 같은 이유로 업무 강도도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는데, 문제는 이런 가중된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회사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 자부심은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44%나 차지했습니다.

직원들이 다사다난했던 지난 2년이란 시간에 준 최종 점수는 B0였습니다. 잘했다고 칭찬하기에는 부족하고 못 했다고 비판하기엔 나쁘지 않은 점수, 한 마디로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점수죠.

한 기자는 진정한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된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성이 대외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식구들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 [취재파일] 삼성 직원들은 '이재용의 2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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