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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묻지마 범죄' 치안대책, 문제없나

[취재파일] '묻지마 범죄' 치안대책, 문제없나
20대 남성의 서울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경찰은 지난 22일 이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며, '여성 혐오범죄'라는 세간의 얘기를 일축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어제(23일) 경찰은 이런 '묻지마 범죄'에 대한 치안대책을 내놨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여성 범죄에 대응하는 특별 치안활동을 전개하고, 정신 질환자에 의한 범죄 관리에 적극 개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신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경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것은 '행정입원'이다. '행정입원'은 경찰관이 치안활동을 하다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판단되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의사를 통해 시.군.구청장이 입원을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경찰과 의사를 통해 접수된 입원 신청에 대해 해당 지자체장은 2주안에 결정을 해줘야 한다.

이 외에도 경찰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지자체장의 결정 없이 의사와의 협의를 거쳐 72시간 동안 입원을 시킬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경찰관이 치안활동 도중 범죄를 일으킬 만한 정신질환자를 발견했다고 치자. 해당 경찰관이 의사에게 행정입원을 요청하고, 의사가 다시 지자체장에게 신청해 2주 안에 입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현행범이라면 범죄혐의로 신병이라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 2주 동안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행정입원'이라는 제도가 어떤 효용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대상자를 '자신 또는 타인의 신체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신질환자' 로 정의했는데, 이른바 '정신질환자'를 현장 경찰관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다. 그 말은 의료적 판단을 현장 경찰관이 해야 된다는 말인데, 이것 또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경찰 내부에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일선 경찰관이 범죄 가능성 있는 정신 질환자를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정신 질환자 판단용 체크리스트 등 매뉴얼을 마련해 경찰관들에게 숙지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다음달 1일부터 여성범죄대응 특별 치안활동도 3개월 동안 전개하겠다고 했지만 여성대상 범죄 취약장소를 파악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인물 등에 대한 제보 수집은 특별히 3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해 할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안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신변 위해 우려 여성에게 지급한다는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워치'(112자동신고 기능 및 가족 등 착용자가 설정한 4명에게 비상신호 전달)도 현재 확보하고 있는 것은 1천여대 정도인데 (다음달에 1천대를 추가로 구입해 2천대로 운용한다는 계획) 수요예측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떠나 여성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여성들의 불안감이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제시된 대책은 경찰 나름대로 노력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아무래도 정교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야기될 가능성이 보이기도 하고, 급조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시민에 대한 차별이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할 것이다. 민생치안의 1차 저지선인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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