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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창명,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이창명,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방송인 이창명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도주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 ▶ 진료기록에 "소주 2병"…이창명, 음주운전 기소) 경찰은 사고 후 미조치, 의무보험 미가입에 음주운전 혐의를 포함시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 씨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정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날 밤, 시간대별로 그가 남겨놓은 행적들을 따라 가보겠습니다. 

● 4월 20일 저녁 06:30 쯤부터 4시간 (사고 발생 5시간 전)

이창명 씨는 일행 5명과 함께 서울 여의도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 씨가 있는 방으로 소주(화요41도) 6병과 생맥주 375cc 9잔이 들어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식당 종업원은 이 씨의 자리 앞에 술잔이 놓여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빙을 하느라 이 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4월 20일 밤10:58~11:09 (사고 발생 20분 전)

식사를 하고 나온 이 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대리 운전기사를 부릅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대리기사 신청을  취소합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차에 함께 타고 있던 A를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공개한 대리운전 내역에는 목적지가 이 씨의 자택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경찰은 동승자의 집은 홍은동이 아니며, 함께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기 전에 차에서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4월 20일 밤 11:18(사고 발생 당시)

대리기사를 취소한 이 씨는 직접 차를 몰고 여의동 주민센터 앞 삼거리를 지나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냅니다. 경찰이 공개한 사고 직전 CCTV를 보면 좌회전 방향지시등(일명 깜박이)을 켜고 직진을 하고, 차량이 길을 건너는 행인을 옆으로 지나쳐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호등을 들이받고 심하게 파손된 자신의 포르쉐 차량을 놓아둔 채 이창명 씨는 근처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향합니다.
● 4월 20일 밤 11:21~12:17(사고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통증을 느낀 이 씨는 병원에서 CT촬영을 하는 등 진료를 받습니다. 병원 진료기록에는 이 씨가 의사에게 “소주 2병을 마셨다. 자동차로 전봇대를 박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경찰은 당시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에게서 이창명씨가 술냄새가 났고 얼굴도 붉었었다는 진술을 받았습니다. 
● 4월21일 밤 08:10(사고 발생 21시간 후) : 서울 영등포경찰서 도착

병원을 떠난 이창명 씨는 20시간 동안 사라진 후 다음 날 밤 8시10분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나옵니다. 경찰은 채혈 분석을 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나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으로 나왔습니다.
● 많은 '정황증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기는 힘들어

이 씨는 그날 밤 많은 증거들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증거’일 뿐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예컨대 운전을 하고 있을 때 음주측정을 한다던지, 채혈을 통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 상태로 나오거나 혹은 술을 마시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증거는 없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 씨는 재판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나오지만 ‘괘씸죄’로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가중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한 벌금 혹은 징역형에 원래 음주운전으로 받을 처벌을 더해서 형량이 부여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두 명은 가중처벌이 어려울 거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사고 후 미조치 혐의도 이 씨가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신호등이 조금 파손됐을 뿐, 자신의 차량만 부서졌기 때문에 재산피해를 남에게 준 것도 크지 않다는 겁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3명 모두 경찰이 적용한 위드마크 공식이 다른 증거없이 재판에서 채택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위드마크 공식이란 음주운전 후 시간이 지나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을 때 흘러간 시간이나 그 사람의 체중 등을 고려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에서 채택된 사례들은 다른 직접 증거가 있었을 때 뿐이었다는게 변호사들의 의견입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후 시간이 흘러 채혈을 했는데 음주상태로 나왔을 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서 운전 당시에는 더 알코올 수치가 높았다고 적용한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씨의 경우 채혈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나와 음주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위드마크 공식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경찰은 처음 이창명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소주 6병+생맥주 9잔을 일행 6명으로 나눈 0.164%로 적용했다가 병원 진료기록에서 소주 2병을 마셨다는 진술이 나오자 0.148%로 추정했습니다. 이처럼 위드마크 공식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작년 1월에 일어난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서도 피의자 허모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자백을 했지만,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정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인정이 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창명 씨의 경우 본인이 계속 부인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음주운전 혐의가 유죄를 인정 받기는 어렵다는 게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창명 씨의 음주운전 ‘의혹’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고, 곧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부가 앞에서 본 여러 증거들을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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