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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25,802,721'

일명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은 정신 분열증 환자, 이른바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경찰이 결론 내렸습니다.사람들이 우려를 표한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혐오 범죄는 혐오 대상에 대한 실제 피해가 있고,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우지만, 이번 사건은 이런 혐오 범죄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혐오 범죄 피의자는 일상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특정 대상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는데,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피의자는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은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 놨습니다. 이 교수는 또, "피의자가 여성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 자체도 피의자의 망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발표 이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살인 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열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로 인한 범죄로 규정 짓고, 여성 혐오를 방지하고 줄이기 위해 목소리를 모아왔는데, 경찰이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찰의 발표 이후 일부 시민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의 추모'가 남녀의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추모 분위기를 비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건 이후에 벌어진 '여성 혐오'에 대한 우려와 대규모 추모 열기는 별도로 분리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 4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 51,584,349명 중 여성이 25,802,721명으로 숫자로는 절반을 차지하지만, 사회 곳곳에 여성은 아직 '약자'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번 사건과 이후의 추모 열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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