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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한체육회 '박태환 징계 중 획득 금메달' 몰수

[취재파일] 대한체육회 '박태환 징계 중 획득 금메달' 몰수
대한체육회가 지난 2014년 전국 체육대회에서 수영 스타 박태환 선수가 따낸 금메달 4개를 모두 무효 처리하고 몰수했습니다. SBS가 이틀 전(18일) 취재파일을 통해 관련 사실을 단독 보도하자 대한체육회가 잘못을 즉각 인정하고 시정에 나선 것입니다. ▶ [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박태환 도핑 금메달 유효’ 파문

국민생활체육회장 출신으로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서 지난 3월부터 김정행 회장과 함께 공동 회장으로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강영중 회장은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람이 일을 하다가 잘못을 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을 아는 순간에 바로 잡아야 한다"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영중 회장의 발언 이후 대한체육회 실무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재돼 있는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 내용을 공식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종목에서 2위를 차지한 선수가 박태환의 금메달을 승계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바뀌어야 할 시도 순위도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국제 규정과 다르게 처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1위로 들어왔지만 금지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을 박탈당했습니다. 이 때 2위를 차지한 미국의 칼 루이스가 금메달을 승계했고, 레이스에서 3위를 기록한 선수는 2위로, 4위로 들어온 선수는 3위로 한 계단씩 올라갔습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이런 국제 규정 때문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대회가 끝났을 때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 주최국 일본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수영 선수 11명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고 메달이 모두 박탈되면서 종합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은메달을 따냈던 일본 수영선수들은 중국의 금메달을 5개나 승계 받은 반면 한국이 얻은 것은 고작 동메달 2개뿐이었습니다. 결국 일본은 금메달 59개에서 64개로 늘어나 한국을 금메달 1개 차이로 제치고 종합 2위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은 2위에서 3위로 오히려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이런 국제 규정과 달리 대한체육회는 2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금메달을 승계해주지 않았습니다. 또 박태환과 함께 계영 종목에서 우승한 동료 선수들의 금메달도 몰수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따르면 계영 종목에서 1명이라도 도핑을 한 선수가 포함됐을 경우 계영에 출전한 4명 모두의 메달, 기록, 상금, 점수가 모두 무효로 처리됩니다.
그럼 대한체육회는 왜 국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을까요? 전국 체육대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체육회 윤옥상 대회운영부장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메달 색깔만 가리기 때문에 도핑을 한 선수가 메달을 박탈당할 경우 차순위 선수들이 차례로 메달을 승계 받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전국 체육대회는 종합 득점으로 각 시도의 순위를 가리는 시스템으로 내부 규정상 메달 승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쉽게 말해 박태환이 우승한 종목에서 2위를 차지한 선수는 그대로 2위로 남게 된다. 그 종목의 우승자만 없어지는 것이다. 또 계영 종목의 경우 국제 규정은 1명이라도 도핑 사실이 드러나면 전체 선수의 메달과 기록이 무효가 되지만 전국 체육대회의 경우는 2명 이상이 도핑을 했을 때만 무효가 된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고 있던 기간 중에 전국 체전에 출전해 금메달 4개를 따낸 박태환 개인의 메달과 기록만 무효가 되고, 계영 2개 종목에 함께 출전한 동료 선수들의 금메달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14년 전국 체전의 시도 순위도 바뀌지 않게 됐습니다. 만약 국제 규정을 적용할 경우 박태환이 소속됐던 인천광역시 선수단은 최소한 메달점수만 240점이 깎이게 돼 5위 자리를 부산광역시 선수단에 넘겨주고 6위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규정에 따라 계영 금메달을 그대로 인정받게 되면서 175점만 줄어들게 돼 순위에 변동이 없게 됐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도핑 징계 중 획득 금메달'이 당연히 몰수돼야 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3월에 인지하고도 1년 이상 방치해왔습니다. 전국 체육대회는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해가 갈수록 위축돼 가고 있는 전국 체육대회의 위상을 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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