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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타이니 하우스'의 진화…이런 집 어떠세요?

'나카긴 캡슐 타워'의 후예들?

[월드리포트] 日 '타이니 하우스'의 진화…이런 집 어떠세요?
SBS 도쿄지국이 있는 시오도메 근처에 유명한 건축물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나카긴 캡슐 타워'입니다. 

1972년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13층의 철골 콘크리트 건물인데, 캡슐 형태의 독립적인 주거 공간들이 하나의 집합체로 타워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명한 건축 관련 상도 받았고,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죠.

구로카와 기쇼는 마치 생물처럼 건물도 사회 변화에 맞추어 성장해야 한다는 '메타볼리즘(Metabolism)' 이론으로 주목받았던 건축가입니다.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1960~70년대 일본을 지켜보던 구로카와는 현대 도시의 생장과 변화를 반영한 집합주거 형태로 캡슐 타워를 그려냈습니다.
'나카긴 캡슐 타워' 외경(왼쪽)과 요트 느낌의 실내(오른쪽)
캡슐 내부는 요트 느낌입니다. 당시에는 근미래적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지만 40년 넘는 세월 속에 노화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냉난방 장치에 문제가 잇따르고 물이 샌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몇년 전부터 철거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만, 보존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이 벌어질 정도로 도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내부를 새롭게 꾸며서 회의실이나 동호회 공간으로 쓰는 사람들도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거품 붕괴를 맞은 일본의 집들은 사실 구로카와의 예상대로 진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도쿄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집 가운데 이런 캡슐 형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캡슐은 제쳐 두고 아파트나 맨션 같은 집합 주택도 한국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지진 때문에 고층건물을 꺼려하는 건지, 아니면 단독주택 형식의 주거 환경 자체를 일본 사람들이 좋아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 최근 들어 '나카긴 캡슐타워'의 후예로 평가받는 새로운 주거형태가 일본에서 큰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타이니하우스' 열풍입니다. '작은 집'이라는 의미의 타이니하우스는 이동과 조립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주거 형태를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는 건데,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한 컨테이너 하우스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일본 시즈오카현 기쿠가와시에 마련된 한 타이니 하우스 견본주택입니다.
3년 전 세워진 타이니 하우스 집합주택…이동과 증개축이 자유자재, 일본 시즈오카현
 알루미늄 단열 컨테이너로 만든 타이니 하우스 집합주택입니다. 3평 정도 되는 공간 안에 화장실, 샤워장 등 갖춰야 할 편의시설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조립·증축할 수 있고, 물론 이동도 가능합니다.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주거 형태겠죠. 

해당 업체가 3년 전에 만든 견본주택인데, 현재는 사원 기숙사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개라고 해야 할지 한 동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3평짜리 컨테이너 한 칸에 300만엔 우리돈 3천만원 정도입니다.

꼭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식구 수에 맞춰서 방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가족형' 집합주택도 곧 시판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해당 업체가 준비 중인 상품 가운데, 기자가 보기에 가장 일본적인 주거형태다 싶은 게 '주차장 위 내 집'입니다.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코인 주차장과 타이니하우스를 결합한 겁니다.  
코인 주차장과 결합한 타이니 하우스(왼쪽), 방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가족형(오른쪽)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구입할 수 없는 도쿄, 거기에다 월세가 비싸서 넓은 공간을 선호하지도 않는 도쿄 사람들에게 딱이다 싶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시판되면 어떤 반응일지 꼭 취재해 볼 계획입니다. 

컨테이너 느낌이 싫은 사람들도 있겠죠. 나무로 만든 타이니 하우스도 등장했습니다. 역시 시즈오카의 또 다른 업체가 선보인 타이니 하우스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나무 집입니다.

아래 사진은 1층과 2층 거주공간, '루프 덱'으로 불리는 발코니까지 3가지 공간을 조립한 견본 주택입니다. 실내 장식은 DIY로 원하는 방식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주말 별장이나 전원주택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나무로 만든 타이니 하우스…3가지 공간을 조립한 형태
직육면체 모양의 일률적인 외형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타이니 하우스도 등장했습니다. 아래 사진의 돔 형식의 타이니 하우스는 도쿄 북부 사이타마에 있는 집입니다. 카페로 쓸 수도 있고, 개인 작업장이 필요한 예술 관련 종사자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재질은 발포 폴리스티렌입니다. 단열과 흡음이 뛰어납니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돔 형태 타이니 하우스…발포 폴리스티렌 이용해 방열·흡음 효과 뛰어나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실, 또 기술 진보에 따라 조립·증개축·이동 등이 용이한 새로운 주거형태가 가능해진 점 등 타이니 하우스가 인기를 얻는데는 여러가지 배경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타이니 하우스 열풍이 '나카긴 캡슐 타워'의 계보를 잇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대도시의 미래를 반영하는 주거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기 보다는, 그 반대로 천편일률적인 대도시의 주거형태에 실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어쨌든 한국에서도 '작은 집, 큰 라이프', 뭐 이쯤되는 광고 문구를 달고 타이니 하우스가 차츰 인기를 끌고 있죠. 아파트 같은 집합주택의 비율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은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이야말로 주거 형태의 다양성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NTV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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