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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평창조직위 신임 위원장 내정은 무효"

[취재파일] [단독] "평창조직위 신임 위원장 내정은 무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수장이 새로 바뀌었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이 한진해운 사태 수습을 위해 전격 사퇴하고,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내정됐습니다.

그런데 이희범 씨 내정을 둘러싸고 평창 조직위에 내부에서도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내정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3일 저녁 7시20분에 국내 전 언론사에 이메일을 발송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내정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평창 조직위가 발표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이희범(67) 前 산자부장관이 내정됐다. 조직위는 5.3 조양호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들어 이 전 장관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 향후 조직위는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를 거쳐 이 후보자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평창 조직위는 분명히 이 전 장관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내정’이란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평창 조직위원회 정관에 따르면 후보자는 집행위원회를 거쳐 위원총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습니다. 3일까지 집행위원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누가 이희범 전 장관을 내정했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사퇴한 조양호 위원장이 이희범 씨를 내정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러난 조직위원장이 새 위원장을 내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조양호 위원장은 3일 조직위에 출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2인자인 여형구 사무총장이 내정했을까요? 이 역시 말이 안 됩니다. 당연히 정관에 없을뿐더러 국무총리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내정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입니다.

평창 조직위 정관에는 ‘내정’이란 말 자체가 없습니다. 새로운 위원장을 뽑으려면 집행위원회를 열어 후보를 추천한 뒤 위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3일 평창 조직위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내정했다는 것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무효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불가사의한 것은 조양호 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지 5시간 뒤에 이희범 씨를 내정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평창 조직위의 보도 자료를 보면 “조양호 전 위원장 사퇴이후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들어 이 전 장관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각계 의견을 들은 뒤 이희범 씨의 승낙을 얻어 내정하기 까지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신축 경기장 건설과 마스코트 선정에서 1년 이상 허송세월했던 평창 조직위가 유독 신임 위원장 내정에는 우사인 볼트처럼 빨랐다는 것입니다. 조양호 위원장 사퇴 이전에 미리 작업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의문점과 관련해 평창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평창 조직위원장 내정을 평창 조직위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정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후보를 지명한 뒤 청와대에 올려 낙점을 받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평창 조직위가 후보를 정하게 돼 있다. 정관에 문체부 내정과 청와대 낙점 같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평창 조직위가 다급한 나머지 집행위원회라는 절차도 지키지 않고 이희범 씨 내정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생긴 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정관은 조직위원회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관에 나와 있는 규정과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구촌 축제’인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정도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해명하고 합당한 절차를 밟아 새 위원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 [취재파일][단독] 조양호 전격 사퇴, 평창올림픽 비상
▶ 이희범 전 산자부장관, 평창 새 조직위원장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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