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박승 "돈찍어 구조조정자금 대는건 양적완화 아냐"

* 대담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SBS 뉴스

작성 2016.05.02 09:15 수정 2016.05.02 1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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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우리 경제 시급한 현안이 된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은행은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맞서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모시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승 총재님 나와 계시지요? 안녕하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 한수진/사회자:
 
총재님 우선 정부가 지금 조선과 해운 산업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지금 조선하고 해운 산업의 부실 문제는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대로 두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봐요. 그래서 오히려 늦은감은 있습니다만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건 매우 잘하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지금 야당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 한수진/사회자:
 
야당 역할이 중요하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 정부와 협력해서 조속히 이 문제를 매듭짓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필요하다. 지금 선별적 양적완화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건 말이죠. 그 말의 뜻은 금리는 손대지 말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기업 정리자금을 대라. 이거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가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건 양적완화가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양적완화라고 하는 건 시중에 돈을 풀 목적으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 모두 하는 그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한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경기 부양을 위해서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그런 의미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조선하고 해운업 몇 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라는 거거든요. 그래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엄밀히 말해서는 용어 사용이 잘못됐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이런 부실기업 정리 자금을 한국은행이 부담하는 거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금고지기입니다. 금고를 지키는 기관인데 이 금고 열쇠를 5년마다 바뀌는 정부 권력이 가지고 있으면 여러 가지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독립시켜서 중앙은행이 그 열쇠를 가지도록 한 거거든요.

그런데 중앙은행이 금고지기가 가지는 열쇠를 사용할 때는 어떤 준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 전체에 말하자면 그 사회의 보편적 목적을 위해서 금고 열쇠를 써야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해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천재지변이 있거나 이런 긴급 상황 같으면 예외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데 지금 조선이나 해운의 부실 이것이 그런 보편적 목적이냐 할 때 물론 이것이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그런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것은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런 문제를 이렇게 다루기 시작하면 앞으로 철강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고 건설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게 금고지기 열쇠가 너무 잘못 활용되는 거 아니냐는 문제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또 하나는 자금 효율면에서도 문제가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은행이 자금을 결국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주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은행이 일단 돈을 주고 나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그 돈을 제대로 쓰는지 그것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감독권도 없고 인사권도 없거든요. 그러면 국민에 대해서 보면 한국은행은 돈만 집어넣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감독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그러면 국민에 대해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지 않느냐. 그런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가지고 원칙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 정부나 많은 일부 국민들은 중앙은행이 너무 소심하지 않느냐. 너무 소극적이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뿐 아니고 어느 나라나 금고지기는 좀 소심하고 소극적이에요. 그래야 틀림없이 금고를 지키는 거 아니겠어요. 그건 좀 이해를 해줘야 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칙과 절차상에서도 문제가 있고 자금 효율면에서도 의문이 든다 하는 그런 말씀이신데요. 그러면 총재님 정부가 구조조정 자금 마련할 길이 따로 있다고 보시는지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그러니까 그게 여야 협조를 통해서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러니까 제가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한국은행 돈은 쉽게 쓸 수 있으니까 편법으로 이렇게 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떳떳한 일이니까 꼭 필요한 일이니까 국회를 통해서 정공법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 내 의견이고 그런 걸 전제한다면 얼마든지 있죠.

예를 들면 IMF 외환위기 때 정부는 160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물론 국회의 동의를 얻었지만 공적 자금을 마련해서 투입했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한국은행에 인수를 시켜서 그 돈을 정부가 쓰면 되는 것이고.

또는 국회에서 추경을 통과시켜서 할 수도 있고 문제는 그걸 국회를 안 거치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논의가 생기는 거지 국회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절차와 원칙은 지키는 것이 좋지 않으냐. 그리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기도 하지 않느냐. 나는 그렇게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고요. 그리고 총재님 어찌됐던 지금 보면 우리 경제가 많이 좋지 않지 않습니까. 위기라는 데에는 다 인식을 한 가지인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줄곧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지금 경기침체가 있는데 이것이 순환적 침체냐. 말하자면 일시적 침체냐. 아니면 구조적 침체냐. 구조적 침체란 성장 능력이 계속 떨어지는 그런 침체냐. 이걸 우리가 먼저 따져야 돼요. 일시적 침체라면 금리 내리고 재정이 확대하는 이런 경기부양책이 먹힙니다.

그러나 구조적 침체 때는 이런 정책을 써봐야 부동산값 올리고 증권값은 올리지만 말하자면 자산 거품은 일으키지만 소비나 투자를 늘려서 근본 문제 해결은 그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일시적인 그런 경기부양책을 주로 써왔는데요.

그래서 나는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렇게 보고 계속 이런 문제 단기부양책만 쓰게 되면 일본처럼 말이에요. 20년간은 장기 불황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돼서 경기부양책으로만 계속 가게 되면 일본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 그런 말씀이세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일본이 그랬어요. 일본이 1990년대부터 경기 침체가 오니까 계속 금리 내려서 지금 마이너스 금리까지 갔잖아요. 그때 건전 재정이었습니다, 일본 재정이. 그게 오늘날 계속 적자 재정 하다 보니까 계속 GDP의 250%라는 국가부채 말하자면 세계에서 제일 빚이 많은 나라가 됐는데 그렇게 하고도 지금의 일본 경제 성적표는 제로 성적이거든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그건 왜 그러냐 하면 계속 단기 부양책에 내성이 생겨서 돈 푸는 그게 땅값 올리고 주가는 지금 일본 주가 많이 올랐잖아요. 주가 올리고 하지만 그게 실제 효과가 있으려면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그 효과는 없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 경제는 구조적 침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일시적인 단기적인 부양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이건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으로 오늘 말씀은 정리해서 듣겠습니다. 다음에 또 모시고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말씀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