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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용선료의 덫' 생사기로에 갈린 해운사들

땅이 없는 농부가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려면 소작료를 내는 것처럼 해운 회사가 화물을 운송하려고 배를 빌릴 때, 배 주인에게 용선료를 냅니다.

그런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대해운사 모두 2천 년 대 초중반, 일감도 많고 운임도 높아서 해운 시장이 가장 호황이던 때에 너도나도 선박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용선료를 너무 비싸게 장기로 계약했습니다.

지금은 세계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었는데 당시 시세에 맞춘 비싼 용선료를 꼬박꼬박 내려니 감당이 안 되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이 시한이라며 이 용선료를 선주들과 다시 협상해서 낮추지 않으면 법정관리밖에 방법이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는데요, 해운사 구조조정 작업의 명운이 달린 용선료 재협상이 과연 가능할지 김흥수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당국은 용선료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채권단이 금융지원을 해봐야 전부 용선료로 해외 선주들에게 들어갈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현대상선은 이미 2월부터 협상단을 꾸려 22개 해외 선주사를 찾아다니며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요, 과거 상투일 때 계약한 용선료의 70%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결론을 도출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진해운은 이제야 자구안을 마련하는 시작 단계라 현대상선에 비해 훨씬 촉박합니다.

그러니까 당국도 법정관리까지 언급하며 분발을 촉구한 겁니다.

해외 선주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용선료를 안 깎아줘서 고객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너희들에게도 이로울 게 없으니 그렇게 배짱만 튕기고 있지 말라는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안 그래도 해운업이 불황인데 선박은 공급이 과잉이니 다른 해운사에 배를 임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포석도 깔려 있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 한다면, 해외 선주들이 충분히 용선료 인하에 응할 거라고 점쳐볼 수 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전망 역시 존재합니다.

해외 선주들도 선박 건조 비용이 높을 때 상당한 대출을 받아 선박을 건조했기 때문에 채권 은행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 등 간단치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적 해운사들의 현 위기가 용선료 문제보다는 경영상의 문제라 보는 시각도 있을뿐더러 같은 시기에 배를 빌린 다수의 외국 해운사들은 우리 해운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용선료를 내면서도 운영을 잘하고 있단 점도 걸림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운사들은 선주들의 용선료 재조정이 얼만큼의 경영정상화로 이어질지를 설득하며 선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게 관건입니다.

혹시라도 국적 해운사를 잃어버리면 수출입 관련 국내 전체 산업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한다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 넘어 산입니다.

우선,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두 회사 합쳐서 5천8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내년 4월, 국제 해운동맹이 새롭게 재편되는데 만약 여기서 이탈하면 독자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런 와중에 대주주가 책임을 지긴커녕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로 재를 뿌려선 안 되겠죠? 이들의 생사를 결정지을 디데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용선료의 덫'…생사 기로에 선 국적해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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