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②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②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부산지역에서 놀랄만한 성공을 거두었다면, 새누리당은 텃밭으로 여기던 부산에서 그야말로 참패를 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당 조경태의원을 영입해 18:0 전 지역구 석권을 노렸지만 결과는 더민주당 5석 무소속 1석 등 6석을 잃었습니다. 전체 18석의 1/3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공천=당선 이란 30년 텃밭 공식이 무너진 겁니다.

의석수도 줄었지만 여당 후보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유력 대선후보였던 김무성 전 대표조차 56% 지지율로 저조했고, 새누리당 당선자 그 누구도 60%의 지지율을 넘지 못했습니다. 비례대표 정당특표율은 겨우 41.2%에 불과해 19대의 51.31%보다 10% 이상 줄었습니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 당 등 두 정당 득표율을 합하면 46.97%로 새누리당보다 오히려 5% 이상 높았습니다. 더민주의 대약진과 새누리당의 참패 원인은 무엇일까요?
 
● 충분 조건 : "적은 내부에 있다"…공천 갈등과 여권의 분열에 민심 등 돌려
나성린 의원 유세 장면
여당이 패배한 지역구는 부산진 갑의 나성린 의원, 연제구의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북강서갑의 박민식 의원, 남구 을의 서용교 의원, 사하 갑의 김척수 전 시의원입니다.
 
재선의 나성린의원은 새누리당 안에서 손꼽히는 경제통입니다. 지역구 활동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역대 이 지역구의 어느 새누리당 의원보다도 관내 대소사에 열심히 참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내 어느 복지관 관계자의 이야깁니다. 이 복지관에 매주 한 번씩 나의원 부인이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4년을 한결같이 말없이 봉사만 조용히 하고 가더라는 겁니다. 보통 의원 부인이라고 생색도 내고 할 만한데 한 번도 그러질 않더라는 군요.

나의원은 여론 조사에서 선거 기간 내내 경쟁자인 김영춘 의원을 크게 앞서는 걸로 나왔습니다. 지역구 활동도 열심이었고 별다른 잡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패배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나의원은 본선 무대에 오르기 전에 당내 경선을 벌였습니다. 공천 신청을 한 허원제 전 국회의원과 정근 온병원 원장 등 3명이 벌인 경선에서 2차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겨우 컷오프를 통과했습니다.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식은 죽 먹기란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벌였던 여당 내 반대 세력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2차 경선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정근 캠프 조직은 나의원을 돕기는커녕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정근후보는 나아가 나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습니다.

나의원 또한 정근후보 캠프를 방치했습니다. 양측이 쌓인 앙금을 풀지 못했고 여권 분열로 나타났습니다. 나의원 캠프의 한 인사는 “나의원이 정근, 허원제 후보 진영의 조직을 껴안지 못한 것은 큰 전략적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방심도 큰 몫을 했습니다. 캠프의 한 인사는 “상대인 김영춘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19대 총선 때보다 훨씬 높아졌고 호감도도 높았는데도 캠프가 지나치게 무시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희정 의원 유세
재선의원이자 장관이었던 김희정 의원도 마찬가지 모습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강력한 경선 후보였던 이주환 전 부산시의원과 진성호 전 국회의원간의 여론조사 끝에 단수 추천되었습니다.

이주환 후보는 관내 ‘반 김희정 연대’의 대표주자입니다. 지역구 안에서 여론은 대체적으로 이주환 의원에게 호의적이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갑니다. 당연히 이 의원 지지자들은 반발했고, 여당의 분열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발전됐습니다. 급기야 선거 막판 더민주 김해영 후보의 추격이 거세졌지만, 분열된 여권은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고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 의원에 대한 구민들의 평가도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는 평갑니다. “장관까지 했지만 지역에 한 게 뭐 있나”, “젊은 나이에 너무 건방지다”, “자기 사람 심는 데만 열중하고 반대파를 포용하지 않는다” 등등. 또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여권 조직 안의 반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박민식 의원 유세
더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맞붙었던 부산시 새누리당 당위원장으로 재선의원인 박민식 의원. 그는 당내에서 개혁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야당 쪽 의견도 귀담아듣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선거 기간 내내 “너무 건방지다”란 여론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고 선거철에만 머리를 굽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매우 고전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선거일 일주일을 남겨 놓고는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하는 읍소 전략을 폈겠습니까.

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도 매우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상대당 후보는 이미 공천을 받아 뛰고 있었지만, 박 의원은 거의 한 달 가까이 뒤쳐진 상태에서 당 공천을 받고 뛰어 악화된 여론을 극복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박 의원은 당내 예선 경선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공천이 계속 미뤄지고 늦어지면서 “힘 있는 여당의원이 맞나”라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정치적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나성린 의원, 김희정 의원, 박민식 의원 등 세 의원은 나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었지만 여권 조직 내부의 분열과 지역구 관리에 대한 약점, 그리고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점 등 새누리당 내부적 요인이 탈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는 상대 후보의 강점과 맞물려 증폭됐습니다.
 
사하갑의 김척수 후보는 당내 예선 경선에서 허남식 전 부산시장 후보를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 컨벤션 효과의 영향으로 선거 초반에는 상대인 최인호 후보를 크게 앞서는 걸로 나타났지만 인지도 면에서 최인호 후보에 밀렸다는 평갑니다.

서용교 의원도 상대 당 박재호 후보에게 앞서는 걸로 나왔지만, 총선 4수 째인 박 후보의 마당발 전략에 결국 밀리고 말았습니다.

● 여당, 선거 전략의 부재…‘당 아닌 인물론’ 야당 전략에 말려, 방심도 한 몫
초선 패배 후 머리 숙여 기자회견 장면
새누리당의 패배는 여권 내부의 분열이 주요 요인이었지만, 선거 전략의 부재도 큰 몫을 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여당은 조직의 강점을 활용하고 야당은 바람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여당은 조용한 선거를 선호하고 야당은 선거 쟁점 이슈화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부산은 “선거 기간이 맞나” 할 정도로 조용한 선거를 치렀습니다. 야당이 선거 쟁점을 만들고 이슈화하지 않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를 한 셈입니다. 당연히 압도적 조직력과 자금력을 가진 여당도 굳이 나서 떠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정책적 이슈도 쟁점도 없는 가운데 맥 없는 선거 유세기간이 흘러간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민주당의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당을 부각 시키면 진다”, “여 야 대결 구도를 조성하면 야권 결집에 따른 위기감에 여권 결집도 동반된다”, “당이 아닌 인물론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저변에 깔려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야권에서는 내부적으로 크나큰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부산 18:0 또는 17:0:1 이라는 여권 압승에 대한 위기감, 더구나 전국적으로 여당 압승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 위기감이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조용한 투표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서로 투표를 독려하고 특히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조용히 홍보했습니다.

반면에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여당의 진박 논쟁과 공천 파동, 여권 내 분열로 기권하겠다는 여론이 꽤 높았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과거 선거 공식이 부산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나는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하지만 여당은 방심했습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무난히 당선되는 걸로 나왔습니다. 조용하고 무난한 선거를 했고 쟁점화되는 것을 피했습니다. 선거 막바지 뭔가 조짐이 안 좋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해운대 을)은 “정말 민심이 무서운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심지어 노인들조차 싸우는 꼴 보기 싫다며 등을 돌리더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 사전 투표에서 당락 갈렸다…젊은 층의 투표가 큰 역할
사전 투표하는 모습
20대 총선의 전국 평균 투표율은 58%입니다. 하지만 부산은 55.4%로 대구에 이어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낮습니다.

선관위에서 아직 연령별 투표율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통적 여당 지지층의 이탈이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한 것으로 알려진 사전 투표에서 부산지역은 거의 전 지역구에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보다 득표율이 높았습니다.

부산진갑의 경우 더민주 김영춘 후보의 사전 투표 득표수는 8,697표, 반면 나성린 후보는 6,765표로 1,932표 차이가 났습니다. 두 후보 간의 최종 득표수 차이가 불과 2,700여 표 차이임을 감안하면 사전 투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북 강서갑 사전투표에서는 더민주 전재수 후보가 새누리 박민식 후보를 2,914표 차이로 크게 이겼습니다. 최종 득표수 차이는 만여 표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격차였습니다.

사하갑 사전투표에서는 더민주 최인호 후보가 새누리 김척수 후보보다 1,936표를 더 받았습니다. 두 후보의 최종 득표수 차이는 2천7백여 표 차이로 역시 사전 투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연제구에서도 사전투표에서 더민주 김해영 후보가 새누리 김희정 후보를 2,778표 차이로 크게 이겼습니다. 두 후보의 최종 득표수는 불과 1,752표로 김해영 후보의 경우 사전 투표 결과가 당락을 뒤바꾼 셈입니다.

남구 을에서도 더민주 박재호 후보가 새누리 서용교 후보를 1,238표 차이로 앞섰는데, 최종 득표수 3,239표로 격차를 벌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젊은층의 투표가 많았던 사전 투표에서 당락이 갈린 셈입니다.

야당 성향의 젊은 층의 투표율은 높아진 반면 여당 성향의 지지자들은 기권율이 높거나 국민의당으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경우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정당 득표율은 20.3%를 기록하며 더민주의 26.6%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더민주당 지지자의 이탈도 있지만 여당 지지층의 이탈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 부산 민심 "당보다 인물 선택했다"…여야 모두 인물 발굴에 힘써야
물론 이번 총선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근저에 깔려 있습니다. 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나 경제회복,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지역 현안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제대로 안 됩니다. 후보자의 역량과 조직 결합도, 지역 내 네트웍 형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성공한 후보자에겐 뭔가 이길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실패한 후보자에게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결함이 있습니다.

야당에겐 인물론을 내세울 만한 총선 3수, 4수의 역전의 용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당이 아닌 인물론으로 조용한 선거전을 폈습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인물론에 맞대응할 만한 자질과 경력을 가진 후보들도 많았지만 공천= 당선이란 30년 텃밭 공식에 안주해 변화하는 정치환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야당후보에게 있는 절박함이 여당후보에게는 없었던 겁니다.

이번 총선으로 부산에서도 여당 독주 체제가 아닌 견제와 균형을 갖추게 됐습니다. 야당 후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선택의 폭은 훨씬 커질 겁니다.

야당도 안주가 아닌 인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좋은 인물을 발굴해 여당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제 시작됐습니다. 여당 또한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낮은 자세로 민심을 얻는 데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