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①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①
혹자는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선거 혁명이라고 그랬고, 경천동지 할 일이 일어났다고 흥분했습니다.

막대기만 꼽아도 여당 후보 깃발을 들고 나오면 당선된다던 부산에 야당 후보, 그것도 호남에 기반을 둔 더불어 민주당 후보 5명이 당선됐으니 충격적으로 놀랄 만 한 일이죠. 부산 시민이면 아마 거의 대부분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사실 투표 2,3일 전 만 해도 선거 결과에 대해 17(새누리):1(친여 무소속) 또는 16(새누리):1(더 민주) :1(친여 무소속) 또는 18:0으로 새누리당이 싹쓸이 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죠. 급기야 야당은 18:0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는 호소를 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더불어 민주당 후보가 그것도 5명씩이나 당선되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겁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3선 의원이었던 조경태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라 현역의원 배출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던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여야를 떠나 부산 시민 모두가 믿기 어려운 결과였습니다.
 
영원한 친여 도시의 중심인 대구에서도 더 민주당의 김부겸 의원과 친야 성향의 홍의락 의원이 당선됐고, 영원한 야도인 호남에서는 더 민주당 대신 신생 정당인 국민의 당이 제 1당으로 등극하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그 의미가 약화되긴 했지만, 영원한 친여 도시로 남을 것 같았던 부산에서 그것도 야당 후보가 5명이나 당선된 것은 여러모로 주목받기에 충분합니다.
 
여도 부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필요 조건 : 후보자의 개인의 경쟁력…자질과 노력,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야 당선자 5명 충렬사 참배 모습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야당후보는 더 민주당의 김영춘(부산진 갑), 박재호(남구을), 최인호(사하 갑), 전재수(북.강서 갑), 김해영(연제) 등 5명입니다.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당대표와 조경태의원 등 2명이 당선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약진인 셈입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아예 출마하지 않았고, 조의원은 여당으로 당적을 옮긴 걸 감안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인 셈입니다.

더민주당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와 전남, 전북을 통 털어 불과 3석 밖에 얻지 못한 걸 생각한다면, 부산에서의 총선 결과는 단순히 숫자로서는 평가할 수 없는 너무나도 값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 골수 여당 지지기반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전국 정당의 기반을 제공했다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입니다.
 
● 야당 사령탑 김영춘 당선자…인물론과 뚝심이 빚어낸 승리
축하 받는 김영춘 당선자
더민주당 부산 시당 위원장이자 선대위원장인 김영춘 당선자는 야권 부활을 내걸고 총선을 이끈 사령탑입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16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대구의 김부겸 의원과 함께 돌연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 와 제2의 정치 인생을 걸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여당의 나성린 의원과 대결했지만 3천여 표 차이로 낙선한 뒤 이번에 3선 고지를 노리고 재대결해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했습니다.

김 당선자는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가 무소속 중도성향의 오거돈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해 부산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던 이부영, 김부겸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의 한 축으로서도 널리 알려진 김 당선자는 사실 부산보다 서울에서 더 알려진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7년 전 “부산에서 정치 인생을 걸겠다”며 돌연 가족과 함께 모두 부산으로 아예 집을 옮기고 본격적인 제2의 정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김 당선자는 인물론이 통했던 몇 안 되는 야당 후보였습니다. ‘민생 탐방 100일 대장정’, ‘전기료 반값 운동’, ‘조건 없는 시장 후보 양보’, ‘시민사회단체와 정책 미팅’ 등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행동에 여야를 떠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다른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조차 “김영춘은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김 당선자에 힘을 보탰습니다.

맞상대였던 나성린 후보 진영의 한 측근은 “김 후보의 인지도가 19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특히 후보 호감도가 매우 높았다”며, “조건 없는 시장 후보 양보와 민생 탐방 등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평가 했습니다.
 
● 노통의 참모 그룹 3인방 박재호, 최인호, 전재수…땀으로 일군 오뚝이 도전
축하 받는 박재호 당선자
박재호 당선자는 총선 도전 4수생, 최인호·전재수 당선자는 3수생입니다. 모두 고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 출신입니다. 소위 부산 친노 3인방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역구의 오랜 토박이로서 신발 밑창이 닳고 닳을 정도로 뛰고 또 뛴 것도 닮은 점입니다.

그 성실함이 통했을까요? 지역구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을 보고 찍어 줘도 별거 없더라”, “아무래도 같은 지역에서 사는 사람이 우리를 위해 더 잘해 주지 않겠나”, “사람이 중요하지 당이 중요하나”,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여론이 밑바닥에서부터 일기 시작했습니다.
 
박재호 당선자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사즉생 각오로 뛰었습니다. 오랜 정치적 후원자였던 아내를 작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낸 뒤 아내의 무덤 앞에 꼭 금배지를 바치겠다며 다진 각오입니다. 특유의 친화력과 푸근함으로 지역구민들에게 다가갔고 당 이전에 박재호란 사람이 먼저 보였다고 합니다.

친노 참모그룹의 맏형인 박 당선자의 지역구는 원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이전 지역구로 여권 성향이 강한 곳입니다. 하지만 특유의 마당발 전략으로 돌파해 냈습니다.
축하 받는 최인호 당선자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인호 당선자 또한 ‘지역의 마당발, 돌쇠’란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에만 그치지 않고 출근길이나 퇴근길 거의 매일 빠짐없이 기약도 없는 인사를 하며 주민들에게 자신을 각인 시켰습니다.

밑바닥을 훑는 것은 기본, “언젠가는 부산시민의 마음이 열릴 것”이라며 꾸준히 지역 활동을 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새정치 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며 6선 의원으로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하기도 하는 친노 부산파의 핵심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축하받는 전재수 당선자
전재수 당선자 또한 지역구 관리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부지런하게 뛰었습니다. 전 당선자는 최당선자와 함께 소위 더 민주당의 낙동강 벨트 구축의 중요한 한 축이었습니다. 19대 때는 박 의원에게 불과 4.8%p 차이로 떨어져 가능성을 인정 받았고, 이번 총선 여론 조사에서 박의원과 박빙의 시소 게임을 벌이며 경쟁을 벌인 끝에 무난하게 당선됐습니다.

평소 지역구 관리를 잘해 “야권에서 가장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지역구 관리에 관한 한 “제2의 조경태”라고 불릴 정도로 밑바닥 정서를 잘 헤아렸다고 평가받습니다.
 
● 최대의 이변 김해영…'스토리텔링의 힘,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축하 받는 김해영 당선자
투표 D데이 사흘 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선배, 연제구의 김해영 주목해야 합니다. 분위기 심상찮습니다. 김희정 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적중했습니다.

이번 부산 판 총선의 최대 이변은 김해영 후보의 당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새파란 정치신인인 김 당선자는 여성가족부장관 출신이자 소위 새누리당 친박 후보로 전략 공천된 재선의원 김희정 후보를 상대로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불과 천여 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습니다. 얼마나 인지도가 없었으면 일부 지역구민이 “우리 지역구에는 와 여자가 두 명이나 나왔노?”라며 묻기까지 했겠습니까.
 
김 당선인의 살아온 성장 과정을 보고 아줌마 부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남동생과 고모 집에서 살았고, 고 2때는 43명 중 42등을 할 정도로 고등학교 내내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고3 때는 직업반인 미용반을 다니기도 했고, 졸업 후에는 방황 끝에 부산대 법대에 진학해 암투병을 하는 아버지를 5년간 병수발하며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김 당선인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일하며 문재인 전 당대표와 인연을 맺은 뒤, 2012년 대선 때는 문 캠프 부산 선대위에서 법률지원 부단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김 당선인이 이변의 주인공이 된 데는 소위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는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파고들었고, 평범한 자식을 둔 주부와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혹자는 그가 “참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호감이가는 인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인과 관계는 하나의 단선적 요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필요 충분조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선자들의 노력과 자질 또 스토리텔링은 그 후보의 내재적 가치입니다.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란 의미입니다. 그러면 야당 당선자 배출의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 [취재파일] 총선, 부산에서 얻은 야당 5석의 비밀…그것이 알고 싶다 ②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