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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 소총 예산 5년간 0원…K계열 소총의 사라진 미래

[취재파일] 軍 소총 예산 5년간 0원…K계열 소총의 사라진 미래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국방 중기계획, 즉 내년부터 5년 동안의 국방 청사진이자 국방비 씀씀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주에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고 각종 미사일과 초정밀 레이더를 확보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첨단 무기의 향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본 중의 기본이 빠졌습니다. 장병 개개인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소총 예산이 내년부터 5년 동안 0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은 전시 동원 예비군용과 전시 초기 피해를 고려해 내년까지 소총 230만 정을 보유하게 되니 괜찮다고 하지만, 그 230만 정 전량이 고스란히 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멀쩡한 소총이 아닙니다. 생산된 지 30년 이상 된 소총이 부지기수입니다.

230만정으로 5년을 버틴다고 해도 5년 뒤가 재앙입니다. 자주국방의 상징과도 같은 K 계열 소총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예산 0원’의 5년을 보내고 나면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1972년부터 일궈 만들어낸 국산 K 계열 소총이 사라질 운명입니다. 미국 소총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산 신형 기관단총 K2C
● 비축 소총의 실체…특전사용 9만 정ㆍ동원예비군용 17만 정 ‘빨간불’

내년부터 2021년까지 국방 중기 예산은 226조 5천억 원입니다. 226조 5천억 원 중 소총 신규 구매, 소총 개발 예산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은 내년까지 현역 장병 전원에게 K2를 지급하고 예비군 전원에게는 K2 또는 M16 소총을 지급할 수 있는 물량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K1A까지 합치면 230만 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30만 정 중 상당수는 허수입니다. 육군 최정예 부대인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대원들이 사용하는 K1A 기관단총만 하더라도 1981년 개발된 구형입니다. 군에 보급된 K1A 중에 제작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총기가 12만 정입니다. 이 가운데 9만 정은 특전사 대원들이 현재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K1A 9만 정을 신형으로 교체해달라는 목소리는 특전사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예비군용 M16은 줄잡아 100만 정입니다. 이 가운데 40년 이상 된 M16이 42만 정입니다. 예비군 중 현역 시절에 M16을 잡아본 병력은 없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예비군들은 쏴본 적도, 분해해 본 적도 없는 M16에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특히 전시에 현역과 동일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동원 예비군들에게도 M16 17만정이 지급됩니다. 적어도 동원 예비군에게는 신형 K2C1은 아니더라도 기존형 기본소총인 K2가 지급돼야 합니다. 

국군 기본 소총 K2의 사정도 간단치 않습니다. 1985년부터 보급된 소총인데 12만 정이 30년 이상 됐습니다. 만들어진 지 25년 이상 된 K2는 모두 48만 정입니다.
국산 신형소총 K2C1(위), 현재 기본소총 K2
● K 계열 소총의 진화

K2, K1A만이 국산 소총은 아닙니다. K2를 대신 할 기본 소총으로 K2C1이 개발됐습니다. 개머리판 조작을 통해 소총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소총 상부에 레일이 달려 있어서 각종 광학, 전자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는 소총입니다. 군은 올해 K2 대신 K2C1 6만 정을 구매합니다. 그뿐입니다. 내년부터는 K2도 K2C1도 들이지 않습니다.

K1A를 대체할 K2C는 2011년에 개발됐지만 군은 관심이 없습니다. 몇 년 전 특전사 사령관이 K2C로 직접 사격을 해보고 K1A를 K2C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구매 담당 부서는 요지부동입니다. 국내에서 제 평가를 받지 못하는 K2C는 수출 길을 먼저 뚫었고, 지난 3년간 해외에서 1만 3천 정 팔렸습니다. 실전 성능이 입증됐다는 것을 우리 군도 알고 있습니다.  

헬기용 기관총으로는 K12가 개발됐고 저격용 소총 K14도 국산화했습니다. 우리 군의 주요 무기 중에 국내에서 수요 물량 전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소총이 유일합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밀조병' 휘호

● 자주국방의 상징 K 계열 소총의 사라진 미래

K 계열 소총의 출발은 부산 기장군의 국군 조병창(造兵廠)이었습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차례 헬기를 타고 시찰해 북한군의 해상, 공중 공격을 막아내기 좋은 요새와도 같은 곳을 골라 1972년에 세웠습니다. 자주국방하자며 정밀조병(精密造兵) 휘호를 내려 보냈고, 그 휘호는 현재도 조병창의 후신인 S&T 모티브 공장 앞 기념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처음엔 미국 M16 소총을 생산했습니다. 동시에 국산 소총 개발에 착수해 1985년에 K2 소총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K2 소총에 이어 K1A 기관단총, K3 경기관총, K4 고속유탄발사기, K5 권총, K7 소음기관총, K11 복합형소총, K12 기관총, K14 저격용 소총까지 우리 군이 사용하는 모든 소총과 권총을 국산화했습니다. 총에 관한 한 완전한 자주국방을 실현했습니다.
 
5년간 소총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으면 연 10만 정 이상 생산 가능한 설비는 해체돼 고철로 팔리고 전문 인력 450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함께 K 계열 소총의 미래도 사라집니다. 미국 소총을 수입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K 계열 소총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단순 공산품이 아닙니다. 소총 제작업체는 북한군의 공격 0순위 대상이 되는 전쟁 통에도 소총을 만들어 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군과 기업은 지금까지 소총 수급 관리를 제대로 해왔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5년간 소총 예산 0원’이라는 난제(難題)는 꼭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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