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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가 부부의 집을 '담벼락 감옥'으로 만들었나?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작성 2016.03.29 18:17 수정 2016.03.30 08:59 조회 재생수7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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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누가 부부의 집을 담벼락 감옥으로 만들었나?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담벼락으로 막아버린다면, 어느 날 아침 창문을 열었는데 벽돌로 앞이 꽉 막혀있다면, 어떨까요? 서울 시내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뉴스를 SBS 8뉴스를 통해 전해드리자 인터넷에서 공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문 앞 '거대 담벼락'…남의 집 감옥 만든 건설사이 기사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어떻게 남의 집 문을 담벼락으로 막아버릴 수 있느냐.', '아무리 자기 땅이라지만 담벼락 감옥까지 만든 건 해도 너무한다.' 같은 의견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간혹 '오죽했으면 담벼락으로 막았겠느냐?', '자기 땅에 자기가 담벼락 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정반대 의견들도 보였습니다.

심지어 '알박기 아니냐'라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파일에서 방송보도에서는 다루지 못한 이야기까지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 30년 전, 구로구 궁동으로 이사를 온 부부

이환영(64)씨 부부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지금 사는 서울시 구로구 궁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 일대는 당시만 해도 잡풀이 자라던 허허벌판에 단독주택 몇 채 서있는, 서울 도심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당시 6식구 대가족이던 이 씨 부부는 나지막한 야산 아래 나대지에 지어진 37평짜리 단독주택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집은 잘못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부부의 집 일부분이 남의 땅으로 살짝 넘어가 있던 겁니다. 부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집 살 때 토지측량 하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았기 때문에 부부도 속아서 집을 구매한 겁니다. 그래도 이때는 어차피 근처에 집이 많지 않아서 어디까지가 땅 경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부부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1999년 어느 날, 이 씨 집 일부가 침범한 땅의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ㅁㅁ건설사 유 모 회장이었습니다. (아래 지적도 참조. 파란 선이 이 씨 부부의 집, 빨간 영역이 ㅁㅁ건설사 유 회장의 땅)
땅 주인 유 회장은 이 씨 부부의 집이 자신의 땅을 침범했다며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애당초 집을 잘못 지었기 때문에, 침범한 땅을 돌려주려면 집 일부를 헐어내야 하는 대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사비 마련이 힘들었던 부부는 땅 돌려주는 걸 차일피일 미뤘고, 유 회장은 결국 소송을 걸었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히 부부가 남의 땅을 침범한 것이었기에 재판 결과는 유 회장 승소, 이 씨 부부 패소로 나왔습니다. 법원은 이 씨 부부에게 유 회장 땅으로 넘어가 있는 집 부분(위 지적도 이 씨 부부 집에서 빗금친 부분)을 모두 헐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공사에 곧바로 착수하지 못했고 차일피일 지나자 유 회장은 그동안 무단 점거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냈고, 이 씨 부부는 이 소송에서도 졌습니다. 결국, 부부는 자신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유회장에게 3,800만 원을 물어주고, 유 회장 땅을 침범한 자신들 집 일부분도 헐어냈습니다.
● 계속되는 토지 분쟁

부부는 판결대로 집 일부분을 헐어냈지만, 여전히 그쪽 땅은 나대지였습니다. 이 씨 부부는 그냥 나대지 상태로 남아있는 유 회장 땅을 다시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벽돌을 깔아 지나다니기 쉽게 보도를 만들었고, 현관문에 비 들이치지 말라고 처마를 달았습니다.

또 옥상을 오르내릴 수 있는 철제 사다리도 하나 놓았고, 연탄을 저장할 광을 만들고 화분들을 내놓아 화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유 회장 땅 쪽 지하로 화장실 정화조도 설치했습니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났습니다. 유 회장은 2014년 무렵 자신 소유의 토지에 아파트 형 빌라 단지를 짓기로 합니다. 117세대, 꽤 큰 단지입니다.

그러면서 유 회장과 이 씨 부부의 분쟁은 다시 시작됩니다. 빌라는 규모가 컸기 때문에 건설사측은 입주하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기부채납을 하기로 했습니다. 도로가 놓일 곳은 바로 이씨 부부와 땅 분쟁이 계속 일어났던 인접 부분입니다.

유 회장은 다시 소송을 걸어 이 씨 부부가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땅에서 처마와 철제 사다리, 연탄 광 같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고, 땅속에 파묻은 정화조도 철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소송에서도 유 회장은 승소했고, 이 씨 부부는 졌습니다. 유 회장 땅을 침범하고 있는 시설물들은 물론 정화조 같은 붙박이 시설도 모두 철거하고 점유한 땅을 유 회장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 도로와 담벼락

이 씨 부부는 유 회장 땅 쪽에 설치했던 시설물들을 모두 철거했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습니다. 이 씨 부부는 유 회장을 야속하다 생각했지만, 유 회장 입장에서 보자면 명백히 이씨 부부가 불법적으로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었습니다. 

빌라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건설사 측은 빌라를 짓는 조건으로 단지 앞에 2차선 규모의 새 도로를 내고 기부채납을 했습니다. 유 회장 개인 땅이었지만, 도로를 지으면서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겁니다. 

도로가 들어선 곳이 이 씨 부부의 집과 인접한, 계속해서 분쟁이 일어났던 바로 그 땅입니다. 그런데 유 회장은 도로를 다 건설하고 난 뒤, 이 씨 부부의 집과 맞닿아있는 도로 경계선에 사람 허리춤 높이의 담장을 쳐 이 씨 부부의 출입문과 창문, 창고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겁니다.

● 담벼락은 꼭 필요했을까?

유 회장 측은 담벼락으로 집을 막은 이유에 대해 정당한 권리라고 얘기합니다. 자기 땅에 담을 세우겠다는데 누구한테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 씨 부부가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유 회장의 땅을 침범해 왔고, 그때마다 해결하기 위해 지난한 소송을 거치는 것에 커다란 고통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 도로를 내면서 아예 담을 쌓아 더 이상의 분쟁을 막으려 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나온 판결문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 1월 재판에서 이 씨가 갖가지 시설물로 무단 점유하고 있는 유 회장 토지를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문에 보면 이 씨 부부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주위토지란 바로 이 씨 부부의 현관문과 맞닿아있는 유 회장의 땅을 말하는 겁니다.'주위토지통행권'이란 내 땅이 다른 사람 땅에 온통 둘러싸여서 다른 사람 땅을 밟지 않고서는 외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일 때, 예외적으로 남의 땅이어도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걸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주위토지통행권이 없다는 건, 이 씨 부부가 유 회장 땅으로 통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 회장 측은 바로 이 부분을 근거로 담벼락을 설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명령대로라면 이 씨 부부는 이제 더는 유 회장 땅으로 다녀서는 안되기 때문에, 기존 현관문은 필요없어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담벼락으로 막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은 이는 유 회장 측이 판결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 판결은 해당 땅의 소유권이 유 회장에게 있으며, 이 씨 부부는 더이상 유 회장 땅을 침범하지 말라는 것, 딱 거기까지가 판결문의 내용인데 유 회장이 이걸 넘어 서서 아예 이 씨 부부의 문을 막아버리기까지 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담벼락이 꼭 필요했는가를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 씨 부부 집과 인접한 유 회장 땅은 계속된 분쟁이 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도로가 건설됐습니다.

즉, 사람이든 차든 굳이 이 씨 부부가 아니어도 누구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된 것입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로가 된 곳에 유독 이 씨 부부만 다니지 말라고 담까지 쌓았다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시설물을 과하게 설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씨 부부의 알박기다?

방송 보도를 보고 일각에서는 이 씨 부부가 개발 이익금을 노린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알박기란 통상 개발되기로 한 땅 중간에 자리 잡고 최대한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버티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씨 부부는 경우가 다릅니다. 집 앞에 새로운 빌라 단지가 들어서긴 했지만, 이를 '개발'이라고까지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건설사를 운영하는 유 회장이 그저 자기 소유 땅에 빌라를 몇 채 신축하는 것이지, 도시 재개발 같은 거대한 사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유 회장은 이 씨 집을 사들여 이곳까지 개발하려는 계획도 없었습니다. 둘 사이 감정의 골이 점점 심해지니 보다 못한 구청 측이 나서서 부부에게 '유 회장에게 2억 정도에 집을 파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권유를 한 적은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구청의 중재였을 뿐, 유 회장이 적극적으로 이 씨 부부의 집을 사들이려고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유 회장이 자꾸 분쟁이 일어나는 인접 땅을 이 씨 부부에게 구매하라고 제안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즉, 이 씨 부부가 집을 안 팔고 버티면 개발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알박기'라고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시선입니다.

● 사실 이 씨 부부에겐 또 다른 문이 있다? 

뉴스가 보도되자 유 회장 측은 이 씨 부부 집에는 담벼락에 막힌 문 말고 또 다른 문이 있는데도 부부가 마치 문이 완전히 막힌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이 씨 부부의 집 사진을 보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담벼락으로 막힌 문 반대쪽에 쇠창살에 막혀있는 커다란 미닫이 문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취재진도 이 문을 이용하면 되지 않나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부부는 이 문을 지난 10여 년 간 단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실상 벽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문은 2000년대 초반, 이 씨 부부의 친척이 쌀장사를 해보겠다며 집의 공간을 좀 내달라고 하면서 생긴 문입니다. 원래 방이던 곳을 쌀가게로 개조하고, 벽을 뚫어서 이 미닫이 가게 문을 냈었습니다.

하지만 쌀장사는 2년여 만에 폐업했고 부부는 쌀가게로 사용되던 공간을 원래대로 방으로 돌려놨습니다. 장판을 깔고 책상과 침대, 옷장 등으로 꾸몄습니다. 그러나 미닫이문을 다시 벽으로 만들 수는 없어서 문이 열고 닫히지 않도록 폐쇄하고 창문처럼 사용했다고 합니다.

바깥쪽에선 철창을 설치해 잠가버렸고, 안쪽에선 웃풍 등을 피해 비닐과 패널로 막았습니다. 현재 이 공간은 이 씨 부부의 중3 아들이 쓰는 방입니다.

만약 이 문을 사용하면 방은 방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이 문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신발을 신고 벗을 공간조차 없으니까요. 부부는 현관문이 막히자마자 없는 살림에 400만 원이란 돈을 들여 화장실에 새로 현관문을 뚫는 이유도 다 그렇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문이 하나더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부부가 생활권을 침해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문도 문이지만, 이 집 베란다 창은 벽돌 담벼락에 2/3 정도가 완전히 가로막혔습니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뻥 뚫린 시야가 아니라 울퉁불퉁 삐뚤빼뚤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벽돌 담벼락입니다.이 외에도 창고는 담벼락에 출입구가 완전히 막혀서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꺼내지도 못하는 상태이며, 유 회장 측이 담벼락 위에 철제 펜스까지 치는 바람에 아직 연탄난로를 쓰는 이 씨 부부는 연통을 가는 일조차 힘들어졌습니다.

다른 문이 있고 없고를 떠나 담벼락이 이 씨 부부의 이동권과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과 생활권까지 현저히 침해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 유 회장 측 "보도가 조작됐다" 주장

보도 직후 인터넷엔 본인이 유 회장 친척이자 유 회장 건설사의 변호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많은 항변의 글을 남겼습니다. 그중에는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사실로 '보도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 "인터뷰가 조작됐다"
먼저, 유 회장 측 변호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많은 분들의 공분을 샀던 '장애인이 자랑이냐'는 인터뷰를 한 사람이 건설사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원문: "원래 여기까지 우리 땅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현관문을) 쓰면 안 돼요. 이거 함부로 취재하면 큰일 나. 이 땅 주인(건설사 대표)도 어마어마한 분이에요.)

유 회장 측 변호사라는 네티즌은 취재진이 엉뚱한 사람 인터뷰를 하고는 마치 자신들 직원인 것처럼 속였다는 겁니다. 심지어 인터뷰 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고 싶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당시 이 씨 부부의 집을 촬영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본인이 유 회장 건설사의 고위 직원이라고 밝히고는 유 회장이 토지 소송에서 이긴 판결문을 취재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함부로 취재하면 안된다, 이 땅주인 어마어마한 분이다, 방송사도 다친다' 는 등의 경고를 했습니다. 취재진은 자신을 건설사 직원이라 밝힌 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담벼락을 왜 설치했는지 물었고, 이 직원은 '해당 땅이 유 회장 땅이기 때문에 담벼락 설치를 하는 것은 정당한 재산권 행사이며, 이 씨 부부가 유 회장 땅에 오물을 버리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에 담벼락으로 막은 것이다'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렇게 담벼락 설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이 자랑이에요?'라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이 발언 이후에도 이 직원은 남편 이 씨가 장애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 험담하는 이야기를 계속했고, 취재진은 이런 이야기까지는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뉴스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아마 이 직원의 다른 발언까지 보도됐다면 더 많은 공분을 불러왔을 수도 있습니다.) 

검은 옷의 직원은 취재진이 향후 유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 따라 나오기도 했습니다. 유 회장 측이 '인터뷰를 조작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이번 보도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3,800만 원 부당 이득금 돌려받는 소송을 취하했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법원은 이 씨 부부에게 유회장 땅을 무단으로 점거해 사용했으므로 3,800만 원을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법원 판결로 이 씨 부부는 당시 대출까지 받아 이 돈을 배상했습니다.

유회장 측 역시 보도가 나가기 전 취재진에게 보내온 반론보도문을 통해 이 씨 부부가 1999년 유회장에게 "손해금 대금 3,800만 원까지 배상한 바도 있었습니다."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유회장 측은 2015년에도 땅 무단 사용 이용료 1,000만 원을 추가로 배상하라며 소송을 또 걸었고, 이 소송에서는 패소했습니다. 따라서 3,800만 원의 부당이득금을 돌려받기를 포기했다는 유회장 측 주장 역시 허위입니다.● '권리 과잉'이냐 '감성팔이'냐

이번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몇몇 분들은 이 씨 부부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오히려 가난과 장애를 내세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했다고, 이른바 '감성팔이'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원에 대한 이런 예상치 못한 논란은 기자로서 언제나 고민스럽고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물론 이환영 씨 부부가 유회장의 땅을 침범해서 건물을 짓고, 시설물을 설치한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재판 결과에서도 유회장 땅에 대한 소유권은 명백히 판가름이 났고, 그 재산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판결도 뒤따랐습니다.

따라서 이 씨 부부가 남의 땅을 침범한 사실까지 취재진이 옹호하거나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잘못은 잘못이니까요. 이번 기사의 초점은 '건설사 회장은 돈도 많으면서 왜 불쌍한 장애인 부부에게 땅 좀 쓰게 놔두지 않았느냐'가 결코 아닙니다.

이번 기사의 초점은 '권리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입니다. 담벼락이 설치된 도로 가상이 땅은 분명 유회장 땅이 맞습니다. 그리고 자기 땅에 자기가 담벼락을 세우는 행위 역시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이 씨 부부의 권익이 침해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현관으로 사용하던 문이 막혔고, 채광을 담당하던 중앙 창문에 벽돌에 가로막혔습니다. 창고는 문도 열 수 없을 지경이 됐고, 담장이 집에 너무 바짝 붙어서 그 사이에 비가 고여도 제대로 수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창문 바깥쪽에 설치된 방충망을 고치는 일이라든가, 벽을 뚫고 나온 연탄난로 연통을 교체하는 일 조차도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내 집 앞에 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일조권 침해'소송을 하기도 하는데, 이게 곧잘 받아들여져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내 권리로 남의 권리를 심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부부가 담벼락 ?문에 이동권, 일조권, 생활권 등 심각한 권리 침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대로 법적으로 따져볼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남편은 2급 지체장애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아들은 고작 중3입니다. 부인이 혼자 공원 화장실 청소 공공근로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형편이니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가족이 변호사여서 언제든 소송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받을 수 있는 유회장과 비교해 부부는 법적 보호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심각한 힘의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 겁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이 법정으로 간다면 담벼락을 허물으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합니다. 이번 취재를 하며 만난 최광석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칼럼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의 담장설치가 권리남용인지 여부는 재판심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지만, 담장 신축 이전에 장애인 부부의 건물이 존재하고 있었고 담장설치로 인해 상대방의 권리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담장이 설치된 토지가 어차피 도로로 사용되는 상황이라면 건설사의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이에 따른 재판은 건설사를 상대로 담장철거를 구하는 민사재판이 될 것이다. - 법무법인 로티스 최광석 변호사>


하지만 이처럼 재판을 받아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정을 소개하는 것 만으로 '감성팔이'라고 매도한다면, 어려움에 처한 그 누구도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해당 보도를 보고 이 씨 부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고 계십니다. 물론 유회장 역시 부부의 토지 침해로 지난 20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그렇다고 해서 이런 담벼락을 쌓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