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불공정한 기후변화…양극화 심해지나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3.21 09:33 수정 2016.03.21 15: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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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3년(1880~2012)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0.85℃ 상승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난 110년(1901~2010년)동안 19cm나 상승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기온이나 해수면이 상승하는 정도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후변화 역시 지역에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북극과 그 주변지역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이미 2℃ 이상 높아졌다.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도 지구온난화에 도시화 효과가 겹치면서 1908년부터 2007년까지 100년 동안 2.4℃나 상승했다(자료: 기상청).

기온상승은 단순히 기온상승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온상승은 슈퍼태풍과 기록적인 홍수, 가뭄, 한파, 폭염 등 다양한 기상재해를 부를 수 있다. 또 다양한 기상재해는 자연을 파괴할 뿐 아니라 각종 물적 자본이나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 심지어 산업 활동과 인간 활동, 투자 심리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같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이 모든 지역이나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일 대학을 비롯한 미국 대학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부(富)를 어떻게 재분배하는지 연구했다(Fenichel et al., 2016). 연구팀은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 자연 자본, 그리고 지식과 인구 등 한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자본의 잠재적 가치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부(inclusive wealth)'라는 개념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부를 어떻게 재분배하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간단하게 남쪽지역(예, 열대지역)과 북쪽지역(예,온대지역)에 위치한 두 항구도시를 예를 들어 설명을 했다. 두 항구 도시 모두 어업이 크게 발달한 지역으로 어획량에 따라 도시 전체의 흥망성쇠가 좌우될 수 있는 곳이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바닷물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항구 주변 멀지 않은 곳에서 잡히던 어종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따뜻해질수록 이 항구 주변에 살고 있던 물고기도 자신이 살기에 알맞은 수온을 찾아 점점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극지방 쪽으로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적도 부근에서 점점 극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인 적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잘 사는 지역인 중위도지역으로 자연 자원이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물고기만 생각할 경우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가난한 지역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이 횡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물고기가 중간에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북쪽 항구도시에서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은 남쪽 항구도시에서 잃게 되는 어획량보다는 적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남쪽 항구 도시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남쪽 항구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냉동 창고나 얼음 판매, 어선을 수리하던 사람도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어선의 값도 떨어질 것이고 어부를 육성하던 교육기관도 문을 닫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음식점이나 옷가게 등 다른 영역까지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후변화로 나타난 수산 자원의 변화가 인적, 물적, 자연 자원 등 모든 자원을 재분배시키는 것이다.다양한 영향이 있는데 물고기 이동이라는 단 한 가지 극단적인 경우만 생각했다고 할 수 있지만 비슷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매년 수만 톤씩 잡히던 국민 생선 명태가 1990년대 들어서는 어획량이 수천 톤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어획량이 더욱더 급격하게 떨어져 2008년에는 공식적으로 동해안 명태 어획량이 ‘0’톤이다.

최근에는 동해안에서 명태가 조금씩 잡히면서 명태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연간 어획량은 1~2톤에 불과하다. 원양어업으로 잡는 명태가 매년 수만 톤이나 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이마저도 명태를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것이 아니라 다른 어종을 잡는데 명태가 같이 올라오는 경우다.

정부차원에서 동해안 명태 살리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남획도 남획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동해 바닷물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한류 어종인 명태가 점점 바닷물이 차가운 북쪽으로 이동해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베링 해를 비롯해 북태평양 어장에서 명태를 잡아올 정도로 여유가 있는 큰 기업이나 큰 배는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계속해서 명태 잡이를 할 수 있겠지만 연근해 어업에 매달리던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작은 배는 더 이상 명태 잡이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존의 명태 관련 인력이나 산업도 축소되거나 다른 산업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형편이 좋지 않은 소규모 명태 잡이 어선이나 관련 기업은 더욱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자연 자원인 어종을 재분배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 등 부(富)를 재분배한 것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늘어날수록 일부에서는 분명 횡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더욱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부를 재분배하지만 결코 공정하게 재분배하지 않는다.

기후변화 예측도 중요하고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대응에는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불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 Eli P. Fenichel, Simon A. Levin, Bonnie McCay, Kevin St. Martin, Joshua K. Abbott, Malin L. Pinsky. 2016: Wealth reallocation and sustainability under climate change.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871  


(사진=게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