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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강하늘·박정민 '윤동주 시인의 삶 스크린에 담기다'

<앵커>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차디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눈을 감은지 7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때마침 그의 삶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 ‘동주’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영화 속 두 주인공 배우 강하늘, 박정민 씨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 먼저 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인사와 함께 말씀 좀 해주시죠.

[강하늘/'윤동주' 시인 역 :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님을 연기하고자 했던, 강하늘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정민/'송몽규' 열사 역 :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오랜 벗이자 사촌 형인 송몽규 선생님을 연기한 박정민입니다.]

강하늘씨는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첫 배우가 됐는데, 연기하시면서 부담은 없으셨어요?

[강하늘/'윤동주' 시인 역 : 저도 마찬가지지만 옆의 정민 형도 그랬고, 부담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로 힘들었냐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가 아니라 진짜 도망칠까도 생각을 했었어요. 너무 도망치고 싶었고, 그 부담감은 제가 살면서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던 중압감, 그리고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사하시면서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려고 했던 이라고 하셨군요. 윤동주, 송몽규. 어떤 인물이던가요. 연기를 해보시니.

[강하늘/'윤동주' 시인 역 : 윤동주라는 분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시잖아요. 그분이 살아가시면서 느껴야 했던 열등감이나 질투, 인간적인 면모들을 다룬 대본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거기서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윤동주 시인님을 제가 너무 무의식적으로 약간 신격화시켜놓은 머릿속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아 맞아. 이분도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였고 사람이었지'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엔 시인 윤동주를 좋아했다면 지금은 사실 인간 윤동주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박정민/'송몽규' 열사 역 : 저는 하늘이와는 달리 부끄럽게도 송몽규라는 위대한 분을 몰랐어요. 대본을 보기 전까지. 고등학생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하늘이가 윤동주 선생님을 신격화하고 있었다는 것과 반대로 저는 굉장히 멀어지더라고요 저는, 그분을 알면 알수록.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그 당시 싸웠던 수많은 분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이 사실 촬영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 아닌가요.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 가까이 다가오게 하려고.

[박정민/'송몽규' 열사 역 : 공부를 열심히 한 거죠 그래서. 카페에서 매일 책을 보니 카페 알바와 많이 친해졌어요.]

영화를 보면 두 배우의 삭발 장면도 상당히 화제가 됐다고 하는데, 스텝들도 같이 삭발을 할 정도로 한 장면 한 장면에 배우와 스테프들이 매우 정성을 들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영화로 다 만들어놓고 보니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이 어떻던가요.

[강하늘/'윤동주' 시인 역 : 제 머리를 미는 장면이어서 한 번에 오케이가 났었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다시 밀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있었는데 갑자기 연출팀의 막내 형님께서 '제가 하겠다'고, 삭발 리허설을 해 주시고, 아 한 번은 부족해서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는데 저쪽에 계신 또 어떤 분이 '제가 하겠다'고 오셔서 도와주시고, 진짜 감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셋이서 머리 빡빡 밀고 현장에서.]

두 분은 암흑의 시대를 부끄러움 없이 살기를 소망했던 두 청년 윤동주와 송몽규.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연배시잖아요. 그래서 느낌이 더 남달랐을 것 같은데. 연기를 실제로 하고 보니, 영화를 촬영하고 난 뒤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정민/'송몽규' 열사 역 : 영화에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정지용 선생님을 연기하신 문성근 선배님의 입으로 나오는 대사인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그 전에는 부끄러운 것조차 몰랐던, 그냥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기주의·개인주의에 빠져, '나 어떻게 살지'에 빠져 있었던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를 만나고 나서는 조금 한 발짝 떨어져서 시대적인 고민도 해볼 줄 알게 되고, 사회에 대한 걱정도 해보려 하고.]

영화가 곧 관객들을 만나게 될 텐데, 이 영화가 두 분에게는 어떤 영화로 기억될까요.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강하늘/'윤동주' 시인 역 : 집에 DVD 진열장이 하나 있어요. 진열장에 제가 정말 사랑하는 명작들, 영화들을 모아놓는데, 포장을 뜯지 않고 밀봉한 채로 모아놓는 게 있어요. '거기에 올라와 있는 제 첫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정민/'송몽규' 열사 역 : 70년 전에 온통 부당했던 그 시대와 맞서 싸우던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잊혀진 이름들, 그리고 남아있는 이름들. 그분들 덕에 저희가 뉴스에도 나와보고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저나 하늘이나 또 어떤 청춘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책임감을 갖느냐에 따라서 또 70년이 흐른 후에 지금보다 더 덜 불합리한 시대를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책임감이 조금 생겼어요.]

영화 동주가 두 분의 연기 인생,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명작이 되길 기원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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