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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해도 보상 불가? 노동자 울리는 산재보험법

<앵커>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한 청년이 날아오는 골프공에 맞아서 사실상 시력을 잃었습니다. 분명히 일하다 다친 거죠. 그런데 골프장 측엔 피해 보상을 한 푼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박수진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남자 프로 골프 선수를 꿈꾸던 25살 이 모 씨는 레슨비를 벌기 위해 골프장 캐디로 일해 왔습니다.

지난해 2월 손님이 친 골프공에 왼쪽 눈을 맞으면서 사실상 시력을 잃게 됐습니다.

[(여기선 보여요?) 잘 안 보여요. (여기선 보여요?) 더 안 보여요. (왔다 갔다는 알죠?) 왔다갔다만….]

공을 쳤던 손님이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등으로 9천만 원 정도를 받았지만, 골프장으로부터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입사 당시 작성한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때문입니다.

골프장 캐디도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가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 모 씨/피해 캐디 : 그거 안 쓰면 못 온다 이런 식이니까… 일단 어쩔 수 없이, 뭔지도 모르고 바로 쓴 거예요.]

[5년 차 동료 캐디 : (적용제외 신청을) 저희는 다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골프장뿐 아니라 대부분의 골프장이 캐디를 고용하면서 관행적으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트럭에 실려 있던 철근이 발 위로 떨어지면서 크게 다친 또 다른 캐디 이 모 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모 씨 : 너는 캐디라서 산재 접수가 아예 안 된다. 휴업손실이나 그런 부분도 크게 생각하지도 말아라. 이렇게 이야기를….]

적용 제외 조항을 통해 골프장 캐디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막고 있는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유성규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 계속 일을 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데도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캐디를 포함한 6개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을 위해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지난해 국회에서 있었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로 무산됐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종갑, 이준영,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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