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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별 중의 별'이 된 전문 싸움꾼

이번 시즌 북미 아이스하키리그, NHL 올스타전에서 그동안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선수가 MVP를 차지했습니다.

NHL 통산 285경기를 통틀어 5골밖에 넣지 못한 존 스캇이라는 선수가 별들의 잔치에서 당당히 최우수 선수 타이틀을 거머쥔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김형열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2016년도 혼다 NHL 올스타전의 MVP는 기명 투표 후보자로 토너먼트에서 2골을 기록한 존 스콧입니다!]

존 스캇 선수는 원래 올스타전 출전 자체가 논란거리였습니다. 한 스포츠기자가 올스타전에 조금 색다른 선수를 보내보자며 그에게 투표하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건데 그게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그가 진짜로 올스타 팬 투표에서 1위로 뽑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팀 내 역할은 인포서, 즉 전문 싸움꾼입니다. 거친 파울을 당했을 때 혹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글러브를 벗고 상대 선수와 주먹질을 벌이는 한마디로 대표 주먹인 겁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팬 투표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해버렸으니 고민에 빠진 NHL 사무국과 소속 구단은 그를 아예 하부리그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2부 소속으로 바꿔 자동으로 올스타전 등판이 불가능해지게 만든 겁니다.

그럼에도 그가 올스타전에서 뛸 수 있었던 건 분노한 팬들이 항의 메일을 보내고 온라인 캠페인까지 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 올스타전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가장 큰 팬인 두 딸들이 보는 앞에서 최정상 플레이어들과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키 2m 3cm, 몸무게 118kg으로 덩치만 크고 느리다는 평가를 받으며 힘겹게 운동을 시작한 그는, 대학에서 수비수로 뛸 때까지만 해도 NHL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아내도 그가 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렇지만 3년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맞는 인포서로 변신함으로써 딱 약속했던 프로 생활 3년 차에 NHL 무대를 밟게 됐던 겁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올스타전에 나선 그는 정말로 예쁜 두 딸이 보는 앞에서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처음으로 한 경기에 2골을 몰아쳐 우승을 이끄는가 하면 주 업무인 몸싸움 장면을 연출하며 볼거리도 선사한 겁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또 그보다 몸값이 수십 배나 비싼 동료들도 목마를 태우며 환호했는데요, 상대편 선수들을 제압하는 궂은일만 도맡았던 이 34살 노장은 이제 딸들에게 자신의 헬멧이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 [취재파일] '별 중의 별'이 된 전문 싸움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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