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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경일변도가 부른 자충수 논란…대북정책은 맞게 가는 걸까?

[취재파일] 강경일변도가 부른 자충수 논란…대북정책은 맞게 가는 걸까?
연초부터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반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것도 기존 핵폭탄보다 파괴력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소탄 핵실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달에는 중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유엔 안보리를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는 유엔 결의안 위반이자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기존 결의안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의 새로운 대북 제재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 정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각종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대응책을 보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걱정이 크게 앞섭니다. 외교 전략 부재, 무지(無知), 앞뒤 안 맞는 섣부른 대응, 무능함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한반도의 격랑을 잠재우고 안정시키기는커녕 소용돌이를 키우고, 스스로 그 한 가운데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남북 양자 차원의 제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표 달성을 정부 스스로 해치거나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5자회담 제안, 사드 도입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이 그렇습니다.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이후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입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자 우방국인 영국의 외교장관마저 ‘북한이 던지는 미끼를 무는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책이 아닐 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확성기 방송 재개에 반발해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국제사회의 시선은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로 쏠리게 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지적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 양쪽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물타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안보리 논의의 주제는 북핵과 로켓에서 한반도의 긴장 관리로 바뀌게 됩니다. 확성기 방송 재개가 전략적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확성기 방송 재개를 통한 심리전은 그저 우리 정부의 대북 대응수단이 궁색하다는 점만 부각시켰을 뿐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중국만 쳐다보다 ‘중국 탓’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전략적 인내’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말의 성찬에만 그친 채 사실상 아무런 준비도 해오지 않은 우리의 대책 없음, 대안 없음을 되돌아 볼 일입니다.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나온 대응책은 현 정권의 외교 전략 부재, 상호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우리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힘을 합쳐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할 방안을 논의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사전에 관련국과 협의도 없이, 그것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앞에 두고, 이런 발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해 제안한 것인지, 정부의 발표가 너무 성급했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안 당일 중국이 바로 ‘퇴짜’를 놨습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서둘러 '6자회담 틀 내에서의 5자회담'이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습니다.

6자회담 무용론은 의장국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제재가 아닌 대화는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준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중국 탓이라는 책임 떠넘기기 측면이 강합니다.

중국 정부가 동의하기 힘든 평가이자,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자국의 외교 원칙과도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당면 과제라면서도 정작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이처럼 내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인 ‘사드 도입 논의 공식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인 대응수단인지를 두고 그 자체로 논란거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드는 사거리가 5천k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미사일을 40~150km의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방어시스템입니다.

반면 북한의 주력은 사거리가 300~800km 정도인 스커드 미사일 8백여 발, 1300km 정도인 노동미사일 3백여 발입니다. 때문에 천문학적인 도입, 유지 비용은 논외로 치더라도 사드는 북한이 쏘는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한다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드가 결국은 북한 대비용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사드 구성요소인 엑스밴드 레이더는 탐지범위가 1천km 이상으로 북한 전역은 물론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까지 손바닥 보듯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사드 도입을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이라고 그 동안 여러 차례 경고해왔습니다. 한국의 사드 도입은 미국이 재추진중인 ‘대중국봉쇄정책’에 한국이 동참한다는 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미-중간 전략적 균형, 공포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쪽은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반면 다른 쪽은 공격할 수 없게 된다면 균형(안정)이 깨진다는 겁니다. 중국이 미국의 안보 위협에 대비한다며 쿠바에 미사일 방어부대를 설치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상해보면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사드 도입 논의를 발표하자 ‘주변국(중국)의 안전을 같이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면서 주중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대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사드 도입 여부는 우리의 주권사항이지 중국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드를 도입할지 말지 우리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고 결정하면 됩니다. 다만 우리의 자주적 권리도 그것을 행사하려 할 때는 반드시 국익을 먼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사드 도입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은 우리 대외 수출의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인 관광객 등 유, 무형의 다양한 보복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굳이 이웃한 친구를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사드 도입 논의를 성급하게 촉발시키면서 북핵과 장거리 로켓 문제 자체보다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 구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구도속에서는 북핵이라는 근본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온 몸으로 충격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 몫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드 도입 논의 공식화에 이어 정부가 전격 발표한 조치는 개성공단 폐쇄입니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줄을 차단하는 남북 양자차원의 대북 제재라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솔선수범해 보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충수이자 자해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대북 제재의 실효성 측면에서 효과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연간 수익은 1억 달러 안팎으로 여기서 임금을 제하고 북한 정부가 가져가는 수입은 3천만 달러 정도입니다. 재정 규모를 놓고 보면 절대 피해 액수는 북한이, 적어도 재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면, 북한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주장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간 교역 규모가 63억 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피해가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결정적 카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먼저 폐쇄 조치를 내렸지만 지난 2013년에는 북한이 거꾸로 대남 압박 카드로 개성공단 폐쇄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이 아파할 카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한 근로자 5만 명과 가족 등 20만 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견뎌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폐쇄 효과는 정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정부 통계에도 나타나듯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입니다. 2004년 개성공단 가동 이후 지금까지 12년간 북한에 유입된 현찰은 6천억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1개월 동안(1월~11월) 우리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금액만 6천억 원 가량입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1을 가져가면 우리는 10을 버는 구조라는 겁니다. 북한 ‘퍼주기’가 아닌 남한 ‘퍼오기’인 셈으로 일각에선 개성공단 폐쇄는 대북 제재가 아닌 ‘대남 제재’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월 1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노동력은 세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경쟁력입니다.

경제적 차원이 아닌 안보 차원에서도 우리 손해가 더 막심합니다. 개성공단은 김정일이 군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남침로 한 가운데 있던 전방 부대를 철수시킨 자리에 세운 공단으로 그동안 남북간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를 빌미로 군부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경우 남북관계 경색은 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대북 대응조치마다 이처럼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을 되찾는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을 느낀다는 국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합니다. 그런 대통령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국민들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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