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을 현장 취재해봤지만, 미국 대선 현장에서 만난 미국 사람들과 그들의 투표방식을 보면서 이건 투표장이라기보다 동네 반상회에 온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취재하러 찾아간 곳은 아이오와 디모인에 위치한 페터슨 초등학교였습니다. 1천600여 기초선거구의 투표는 학교와 도서관, 심지어 가정집에서도 진행됐습니다. 저녁 7시부터 투표가 시작되는데 1시간 전부터 주민들이 속속 학교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공화당 당원들은 식당으로, 민주당 당원들은 체육관으로 가라는 손으로 크게 쓴 표지판이 보이고, 주민들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사인을 한 뒤 자신이 투표할 곳으로 향합니다.
실제 높은 투표율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당초 7시를 10여분 넘겨 시작됐습니다. 12명의 후보를 한 명씩 언급하며 지지연설을 할 사람이 있는 지 묻고 연설을 할 사람이 있으면 자유롭게 앞에 나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투표를 호소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연설을 경청하고 박수도 치고 농담도 하는데 마치 학급반장 선거나 반상회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이런 절차가 끝나면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유권자들은 별도의 기표소 없이 투표장 안 어는 곳이든 편하게 지지 후보 이름을 쓴 뒤 제출합니다.
마틴 오말리 후보 지지자들이 15%는 넘어야 유효한데 몇 명 안 되는 바람에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후보쪽으로 다시 헤쳐 모여야 했습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어두운 바깥에서 코커스가 진행되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그냥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엉성하게 투표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텐데, 어쨌든 큰 동요없이 유권자들은 이 방식에 따라 코커스를 마무리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저로선 지지후보를 투표용지에 적어낸 공화당은 괜찮겠지만, 민주당처럼 진행하는 방식은 이번처럼 박빙의 초접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뭔가 너무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코커스 현장에서 등록했던 유권자 60명이 투표도중 사라지고, 6개 기초선거구는 결과가 거의 비슷해 대의원 1명을 누구에게 보낼 지 몰라 동전던지기를 했습니다. 당내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클린턴 후보가 6곳 모두에서 이기면서 부정의혹까지 제기된 것입니다. 6곳에서 3대 3만 기록했어도 샌더스가 이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적은 지지율로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선거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