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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권' 의장국 체면에…특별 조사만 세 차례

[취재파일] '인권' 의장국 체면에…특별 조사만 세 차례
국제 인권 논의 기구, 유엔 인권이사회의 올해 의장국이 우리나라입니다. 그런데, 정작 의장국이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유엔의 특별 조사를 올해만 세 차례 받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지난 20일 방한했다 돌아간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특보의 정식 명칭은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으로, 키아이 특보는 인권 분야 전문가입니다. 국내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방한 조사한 그는, 이런 총평을 내놨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에서 이 체계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특성입니다. 오늘 방한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이러한 결함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저는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t is inevitable that this structure will crack over time. That is the nature of democracy. What concerns me as I conclude my visit to South Korea today is how the Government is addressing these flaws. I sense a trend of gradual regression on the rights to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and of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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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일정에 앞서 조태열 외교 2차관이 키아이 특보를 만났는데요. 공정하고 객관적인, 균형된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는 정부 입장이 반영된 발언이었습니다. 이런 당부를 듣고, 그는 9박 10일간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각종 집회 참가자, 정부기관 관계자와 면담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내린 결론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후퇴’입니다. 급격히 뒷걸음질 치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뒷걸음질 치는 것은 맞다고 느꼈답니다. 정부로선 달가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듣기 좋은 평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토대로 한 정식 보고서는 곧 작성됩니다. 오는 6월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보고서가 채택될 걸로 보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자의적 구금에 대한 조사에서 다국적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에 대한 조사까지, 올해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두 번은 더 조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집회 결사 자유에 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이슈에 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남은 두 번의 조사에서도 포괄적인 논의들이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이슈로 양심적 병역 거부, 탈북자 합동 심문과 정신병원 감금, 군 영창 처분 등이 포괄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인권에 대한 조사에선, 조사 대상 기업이 어느 곳이 될 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대기업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런 잇단 조사에 대한 입장은 확연히 엇갈릴 것입니다. 당장 키아이 특보 방한 기자회견 이후만 해도 진보단체와 시민단체가 완전히 반대 방향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특보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 시민회의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인 미신고 집회를 옹호하는 등 편향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무시했다며 '국격 훼손'을 거론했습니다. 한 결과를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쨌든 한쪽에서 편향된 인식을 가졌다고 우려하더라도, 국내 인권 상황이 국제무대에서 다시 조명되는 것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고 이런 절차는 아니다. 그런 절차라기보다는 어떻게 인권을 발전시킬 것이냐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권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실제 유엔 산하 기관의 조사라고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명예직의 성격입니다. 하지만, 인권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것인 만큼 방한 조사를 일종의 ‘무료 컨설팅’으로 생각하자는 제언입니다.

이런 측면도 있겠습니다. 한국이 상시 초청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특보가 방한을 원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런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조사할 것이 있어 보여 오겠단 것이니, 시끌시끌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최근 석 달 사이에는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시민단체의 청원이 각 분야 유엔 특별 보고관에게 전달됐습니다. 이들도 한국을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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