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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의전원 폭행남’ 제적 당하자 피해자에게 돌 던지는 사람들

[취재파일] ‘의전원 폭행남’ 제적 당하자 피해자에게 돌 던지는 사람들
● 사건 9개월 만에 뒤늦은 가해자 ‘제적’

여자친구를 4시간 반 동안이나 감금하고 끔찍하게 폭행한 의학전문대학원 남학생이 어제 저녁(12/1) 해당 학교 측으로부터 제적 결정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이 3월 28일 새벽 3시 10분. 지옥 같은 폭행을 당한 뒤에도 가해자와 같은 교실에서 온종일 함께 수업을 들어야만 했던 피해자가 8개월이 넘도록 학교 측에 하소연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지난주 토요일(11/28) SBS 8뉴스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불과 이틀 만에 전광석화와 같이 수용됐습니다.

그 동안 학교 측은 ‘사건의 정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3심 확정 판결까지 나와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심지어 가해자와 격리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왜 연인 사이의 일을 학교에 와서 이러느냐’며 핀잔까지 줬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학교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격리를 외면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간 폭행으로 상해를 입힌 학생은 제적할 수 있다”는 학칙을 이번 제적 징계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학칙까지 버젓이 있는데도 그동안 꼼짝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학교 측이 성난 여론에 못 이겨 늦어도 너무나 늦은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윱니다.

● 피해자에게 날아오는 비난의 목소리

문제는 학교 측의 이 늑장대응 때문에 피해자가 두 번 고통 받고 있다는 겁니다. 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된 겁니다. 취재진이 학교 측으로부터 입수한 단체 카톡방 캡처 화면입니다.
의전원 단체카톡 내용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이 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소속 학생들입니다. 이들은 피해 여성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맞은 것에도 책임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인생을 망친 원흉’ 취급을 합니다. 바로 어젯밤, 가해 학생에 대한 제적 처분 결정이 난 직후 오간 대화 내용으로, 오히려 가해 학생을 걱정하고, 피해 학생을 비난하는 겁니다.

이 단체 카톡방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해당 학생들은 오늘 아침 부랴부랴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대화에 동참한 사람은 5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해당 의전원 학생들은 가해자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으며,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화 내용이 공개됐을 때도 많은 해당 학교 의전원 학생들이 분노했고, 그래서 저 대화를 나눈 학생들은 사과문까지 올릴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사건 직후에도 계속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피해자인 자신을 향한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것을 직접 들어야 했습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오히려 자신이 더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나 큰 상처가 됐을 것입니다.

강자와 약자의 폭행 사건 이후 나타나는 전형적인 피해자 흠집 내기와 가해자 옹호하기가, 극히 일부이지만 이 의전원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 교육부, 해당학교 의과대학 실태조사 착수

교육부는 오늘 해당 의학대학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의 사건 경위와, 해당 학생들의 상태, 학교 측의 조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4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만약 보고 내용에 왜곡이 있을 경우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까지 한 상탭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대책입니다. 이제는 학교가 나서야 합니다. 피해 학생이 무사히 잘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늦게나마 도움을 줘야 할 땝니다.

● 수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사건 이후 더 힘든 삶

해당 보도를 한 뒤 데이트 폭력을 당한 많은 피해자분들이 제보를 주시고 계십니다. 피해의 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 피해자들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둘째,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도망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피해를 당하고 도리어 직장을 잃은 피해자도 있었고, 폭행을 당하고 숨어 살아야 하는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보는 현실, 우리사회가 어느새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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