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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YS 서거를 보는 두 시각

[칼럼] YS 서거를 보는 두 시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기사를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자신의 청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듯합니다. 그의 장례 기간 동안 쏟아지는 방송과 신문의 기사량을 보면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급이 많다는 것은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SBS 8뉴스 시청률도 YS관련 단락에서 확연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YS뉴스에 반응하는 시청자들은 40대 이상이 확연히 많은 거 같습니다. 30대 이하 젊은층의 뉴스에 대한 반응은 뉴스 댓글이나 다시보기 횟수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뉴스량에 비하면 댓글의 양이나 다시보기가 많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YS 서거 뉴스를 대하는 이런 세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40대 이상 시청자들의 YS 서거 뉴스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중장년 세대들은 YS 관련 뉴스를 보면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반추하는 듯합니다. 만약 자녀들과 YS 관련 뉴스를 함께 본다면 "아빠도 저 시위 현장에 있었어", "맞아 저 때 저랬어.." "저 유세 현장에 백 만명이 모였어.대단했지" "네가 태어나기 몇 년 전 이야기란다" 뭐 이런 식으로 자녀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시대를 고민하고 길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자신들의 젊은 시절과 야당 투사 김영삼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당시 김영삼 총재가 이끌던 야당은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YH 여공들의 농성이 그러했고 80년대 종종 있었던 학생들의 야당 당사 농성도 크게 보면 학생들과 야당 연대의 한 형태였습니다.
학생뿐 아니라 당시 일반 시민들 가운데도 70년대와 80년대를 살면서 YS를 음으로 양으로 성원하고 인연을 맺은 사람이 많습니다. 유신 독재 정권 몰락의 결정적인 계기는 부마 항쟁이었습니다. 유신 정권이 YS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자 그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과 마산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그 때의 주역들이 지금은 50대 후반에서 60대입니다.

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 시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며 민주화 운동의 한 획을 그은 1985년 2.12총선 드라마도 YS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주역들이 이제는 50대 이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3당 합당을 통해 YS가 정권을 잡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단행한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같은 개혁 조치에 열광했던 사람들도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입니다.

확실히 YS는 대중 정치인이었습니다. 대중을 몰고 다녔고 대중과 함께 했고 대중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중 속에서 정치를 한 사람입니다. 대중들과 가깝고 친밀한 점에서 보면 그의 필생의 라이벌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회자된 그의 말실수조차 대중들은 친근하게 받아들였습니다. "YS니까..", "YS 잖아.."라면서 그의 실수에 너그러웠습니다.

그런 말 실수를 다른 정치인이 했다면 대중의 비판을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대중 정치인 YS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젊게 잡아도 40대 중반 이상입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다 돼가기도 하거니와 대통령 재직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그는 아홉겹으로 둘러싸인 구중 궁궐에서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차남이 권력을 농단하고 그에 대해 대중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30대 이하 젊은이들에게 YS는 IMF 구제금융 사태로 나라를 말아먹은 정치인이거나 아들의 비리를 제대로 막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했던 민주투사 김영삼이란 이미지는 그들에게는 전혀 없는 것이지요.

저희 SBS 편집회의에 참가한 젊은 기자는 -젊다고 해도 마흔이 넘은 기잡니다- YS장례기간 동안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서 YS가 그렇게 훌륭한 정치인인 줄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하더군요.그 기자는 반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정말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세대간의 인식 차이가 뉴스 소비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과 신문의 집중적인 추모 보도에 비하면 온라인 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그리 느껴지지 않습니다. 방송이나 신문과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생산되고 자체적으로 무한 복제되면서 방송과 신문을 견인하기도 하던 온라인發 YS뉴스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30대 이하 네티즌들은 "우린 그 뉴스 관심 없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세대간의 이런 차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큰 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개인적으로 방송과 신문을 만드는 주체들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공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정도 대접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뉴스 제작을 주도하는 40-50 중장년 세대의 생각이나 정서만을 담은 뉴스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30대 이하 세대의 의견과 뜻을 우리가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걱정 말입니다.

혹시 우리가 만드는 다른 뉴스도 특정 세대의 정서나 의견 관심사 가치관을 주로 반영하며 다른 세대를 제작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뉴스를 만들 수는 없는지, 뉴스 생산과 소비의 세대 차이가 앞으로 더 굳어지고 확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말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거듭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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