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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X 21개 기술이전의 내막…핵심 4개와 닮은 꼴

2025년까지 개발돼야 하는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이 필수기술 이전 문제로 3개월째 소란스럽습니다. ESA 레이더, IRST 등 4가지 핵심기술의 이전을 미국이 거부한데 이어 나머지 기술 21가지의 이전 협상도 수월하리라던 당초 예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말 4가지 핵심기술 논란이 일었을 때 21가지 기술은 11월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무난하게 수출 승인을 받아낼 것이라고 자신했었는데 이미 공언이 됐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협상이란 것이 시한을 못 박고 딱딱 맞출 수는 없다” “21가지 기술 이전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잘 되고 있을까요?
● 방위사업청장 “당황했다”

어제(25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감사원에 KF-X 사업의 감사를 청구할지를 논의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청구는 다음 회의로 결정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회의 과정에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꽤 솔직한 발언을 했습니다. 장 청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광범위해서 (미 측이) 디테일하게 협의하자고 했다” “상당히 당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주 KF-X 개발을 위한 21가지 기술의 이전 협상을 미국 록히드 마틴 측과 했는데 우리가 요구하는 기술들이 너무 광범위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미 측이 이런 식으로는 협상을 못한다고 어깃장을 놓은 것 같습니다. ‘디테일하게 협의하자’는 것은 우리 측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분류해서 제시하고 미 측은 재정리된 우리 측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입니다.

21가지 기술은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방위사업청으로서는 뜻밖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장명진 청장은 당황한 것입니다. 충분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맞는데도 방위사업청은 언론 브리핑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KF-X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4가지 핵심기술 이전을 위한 협상 과정도 이와 똑같았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언론 브리핑에서 과거 수차례 “협상 잘 되고 있다”고 큰소리쳤었는데 결과는 이전 거부였습니다. 진정 당황스럽습니다.
● 방위사업청의 원죄(原罪), 방위사업청이 풀어야

KF-X 기술이전 파문의 근원은 공군 차기전투기(F-X)로 록히드 마틴의 F-35를 ‘정무적 판단’에 따라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한 데 있습니다. 무기를 수입할 때는 무기 제작업체가 큰 돈을 버는 대가로 구매자 측이 기술이나 장비를 제공받는 절충교역이란 것을 합니다. F-X 사업은 정치적 계산으로 수의계약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미 측이 우리에게 절충교역, 즉 기술이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방위사업청은 F-35를 모셔 오느라 반드시 일찍 마무리했어야 할 기술이전 문제를 방치했습니다. F-X로 F-35가 확정됐으니 미 측은 아쉬울 게 없습니다. 마치 몇 과목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을 일단 대학에 합격시켜 놓고 대학 다니면서 성적표 내라는 꼴입니다. 특혜 입학한 학생은 합격해서 대학 잘 다니고 있는데 성적표 제출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4가지는 포기했지만 21가지는 반드시 받아와야 합니다. 미 측이 21가지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F-35를 버리면 됩니다. 방위사업청과 미국 록히드 마틴은 아직 F-35 도입 본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협상 중입니다.

21가지 기술까지 놓치면 KF-X는 외국 주요 부품들을 죄다 사들여서 국내에서는 조립만 하는 껍데기만 국산인 의미없는 전투기로 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KF-X는 반드시 개발돼야 하지만 주요 기술의 국산화도 동시에 달성해야 합니다. 방위사업청이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할 임무입니다.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작은 비판이 두려워 얄팍한 말 장난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들다가는 감당 못할 일을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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