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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벽을 문이라고 생각해라? 김정은의 '무리한' 지시

지금 눈 앞에 벽이 있는데, 내가 그 벽을 문이라고 말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하나를 하라고 하면 열을 하고 싶어도 하나만 해야 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지시를 누가 내린 걸까요?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오늘(26일) 열리는 학술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자료에 담긴 내용인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 내에 ‘알았습니다’라는 노래를 보급해 김정은에 대한 맹종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안정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독단을 일삼고 있단 얘기는 정보 당국을 통해 익히 알려지긴 했지만, 이같은 발언을 보면 그의 통치 스타일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의견수렴이나 조율을 경시하고 자신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만을 강요하는 거죠.

이런 가운데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수시로 반체제 움직임을 김정은에게 보고해 북한 사회를 옥죄면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반면, 숙청된 뒤에 지방의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는 최룡해는 '청년중시 정책'과 관련해 김정은과 의견차이를 보였다고 하니 김정은 앞에서 웃을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릴 정도로 처신에 조심했던 그가 이번엔 무조건 "알겠습니다"라고 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나 봅니다.

이러한 공포정치가 간부들의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쉽게 무너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같은 북한의 보위세력들은 여전히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김정은 체제를 보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스스로도 보위세력들이 자신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관련 교육을 실시하며 이들을 챙기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예컨대 북한에서 배급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만, 보위세력에 만큼은 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결국,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고 통일의 길로 이끌려면 김정은과 보위세력간의 운명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다시말해 북한의 어느어느 계층을 처단하고 거세하는 식으로 통일에 접근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오히려 외부세계로부터의 압박과 포위의식이 강화될수록 내부 세력의 응집력도 강해질 수 있죠.

따라서 안 기자는 북한 내부의 긴장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북한을 교류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노력들도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취재파일] 김정은 "벽을 문이라 하면 열고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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