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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폭탄이 아니라 단합"

[월드리포트]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폭탄이 아니라 단합"
IS가 파리 테러를 저지른 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다음 테러목표로 수도 워싱턴이나 뉴욕을 지목하면서 미국 정부는 공항과 철도, 지하철, 공공건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테러 진압 특수 경찰을 주요지점에 배치한 것은 물론이고 북미항공방위사령부까지 나서 F-16전투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대테러 대응 훈련을 벌였습니다.

테러 집단이 계속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당연히 미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미국인 1004명을 상대로 한 워싱턴포스트와 ABC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거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5월 조사때보다 20%P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또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의 미 본토 공격을 얼마나 잘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을 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 55%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을 내년에 1만명 이상 수용하기로 한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였고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잘 걸러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절반이 안 되는 47%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철저한 검사와 신원조회를 통해 테러위협을 걸러낸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 깔려있는 테러와 이슬람 공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30명이 넘는 미국 주지사와 트럼프를 위시한 공화당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난민 수용에 반대하고 나선 것인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하고 무슬림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해야 하며 난민은 트로이 목마라는 미국의 기본 가치에 반하는 공화당 트럼프의 상식이하의 막말이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라가는 상황도 이런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워싱턴에서 미국 시민들을 인터뷰를 해보면 미국 정부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테러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IS에 열 달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 프랑스인이 최근 미국 언론에 기고한 글이 눈에 띄었는데요, 포로로 잡혀있는 동안 IS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며 최근 공습으로 숨진 검은 복면의 킬러, 지하디 존도 만났다면서 그는 대머리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IS가 선전화면에 등장할 때는 영웅처럼 행동하지만 이념과 폭력에 취한 애처로운 모습도 봤다고도 말했습니다. 포로생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는데 그의 글중에 가장 공감이 간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IS는 전세계 이슬람을 대표해 서방을 상대로 십자군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파리 테러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축하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버액션에 더욱 용기를 얻을 것이란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오버액션이 뭐냐면 분열과 공포, 인종차별, 인종혐오라고 규정했습니다.

무슬림과 같이 살 수 없다는 나라가 늘어나고 현재 같이 사는 사람들도 매일 신경을 곤두세우며 무슬림을 감시할 것이며 시리아 난민을 대량 수용하는 독일은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똘레랑스'란 관용을 내세워 온 프랑스가 더 이상 무슬림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나라가 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IS가 두려워하는 것은 폭탄을 쏟아붓는 공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오버액션이 사라지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단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올랑프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분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테러리스트가 이기는 것이고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IS에게 승리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도 뉴욕타임스에 두려움에 굴복하는 것이 테러세력이 원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는데요, 그는 이런 테러가 '서구문명을 파괴하기 위한 조직화된 노력'이 아니라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조직화된 노력'"이라면서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포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보안을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를 완벽히 없애려 하는 행동이 가장 위험하며 이것이 바로 잘못된 반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의 발언도 앞서 IS의 포로였던 프랑스인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정치가 그렇지 않듯 사람들이 분열하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 마음속의 불안감을 없애야 하는데, 그러려면 불안의 근원인 IS를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섬멸시키는 길밖에 없을 것입니다. 65개 연합군에 러시아까지 IS 공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IS를 효과적으로 섬멸할 뾰족한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고 지상군을 보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IS가 노렸던 것처럼 단합이 아닌 분열의 파열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치유하거나 봉합해야 할  또 다른 어려운 과제까지 떠안은 오바마 대통령,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임기말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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