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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나 나쁜 딸 아니야, 착한 딸 될 거야"



2일 오후 서울의 한 중학교 체육관,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한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선 엄마가 아이를 달래며 화장지로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나 나쁜 딸 아니야, 착한 딸 될 거야"

[아이 엄마 /  2015년 11월 2일 연합뉴스 보도 :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딸이 엄마들이 싸우는 게 자기가 잘못해서 그러는 줄 알아요.]

아이가 울 정도로 큰 소리가 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서울커리어월드' 때문입니다.

'서울커리어월드'는 교육청이 발달 장애 학생들의 직업 훈련을 돕기 위해 설립하려는 기관입니다.

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번 가을 이 중학교의 유휴시설을 재건축해 14개 직업체험 실습실과 4개 테마존으로 구성된 '서울커리어월드'를 설립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교육청과 장애인고용공단은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7월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주민 설명회와 주민대표간담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반대하는 주민은 장애인과 같이 학교를 써야 하는 이 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합니다.

교통량 증가 가능성도 우려했고, 40세 이상 발달장애인이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의 오해까지 겹쳤습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교육청은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주인 100여 명의 항의 시위로 설명회는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장애인 아이들의 부모들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는 걸 허락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어떤 비난도, 어떤 욕설도 감수할 테니 제발 아이들이 갈 곳을 마련해달라고 울면서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울고 있는 부모에게 "착한 딸이 될 거야"라고 말합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이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건립을 추진한 교육청 때문인지 이른바 '기피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구 때문인지  시비를 가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엄마 품에 안겨서 착한 딸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울음을 터트린 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겁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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