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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제 먹이고 몸에 오줌 싸고…신고하니 '맞고소'

[취재파일] 세제 먹이고 몸에 오줌 싸고…신고하니 '맞고소'
● “악마를 보았다”

윤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 모 병장. 그가 가는 곳 마다 인권 유린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들에게 가혹한 구타를 당해 숨진 윤 일병 사건을 주도한 이 병장은 군교도소에 수감돼서도 가혹행위를 벌였습니다. 군 조사에 의하면 이 병장이 가혹행위를 벌인 기간은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이 6개월 사이 모두 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22살 한 모 일병입니다.

●  세제 먹이고, 알몸에 오줌 싸고, 구타하고

한 일병에 대한 이 병장의 가혹행위는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잔인하고 가혹했습니다. 이 병장이 한 일병에게 가한 가혹행위를 옆에서 직접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병장은 한 일병을 평소 심하게 구타했습니다. 한 번은 취침시간에 한 일병이 자면서 코를 곤다는 이유로 이 병장이 자고 있는 한 일병의 명치를 심하게 때렸다고 합니다. 급소를 맞은 한 일병은 ‘윽’ 소리를 내며 숨도 못 쉬고 신음을 하고 있는데, 이 병장은 ‘소리 내지 말아라, 엄살 피우지 말아라’ 라며 한 일병 얼굴에 담요를 덮고 더 심하게 구타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수감자들인 한 일병의 목숨마저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합니다.

폭행 이외에도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많았습니다. 작은 꼬투리를 잡아 다른 수감자들도 있는 앞에서 옷을 모두 벗으라고 시킨 뒤, 알몸이 된 한 일병을 군 교도소 근무자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로 끌고 들어갑니다. 그리곤 무릎을 꿇리고 온 몸에 소변을 봤습니다. 한 두 번이 아닌, 자주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 일병 입에 섬유유연제를 들이부으며 먹으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입 안으로 섬유유연제가 쏟아져 들어와 괴로워하는 한 일병을 다른 수감자가 화장실로 데려가 씻겨주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윤 일병 사건 당시와 다를 바 없는 가혹하고 잔인한 이 병장의 폭력. 이런 이 병장과 같은 방에 배정 돼 이 병장에게서 벗어날 길이 없던 한 일병은 하루하루 무척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 장애 수준의 지능에 면회 오는 가족도 없는 약자

언제나 약자만 노린 이 병장에게 한 일병은 그야말로 손쉬운 ‘먹잇감’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한 일병은 지적장애 수준의 낮은 지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군교도소로 오기 직전, 한 일병을 만나 본 국선변호사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채고 지능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결과에서 한 일병의 IQ는 60대 초반으로 나왔습니다. 한 일병과 함께 수감생활을 한 수감자들은 한 일병이 초등학생 정도의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대화가 안 될 정도는 아니지만, 언어구사 능력이라든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린아이처럼 매우 서툴다는 겁니다. 누가 뭘 시키면 그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그래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그런 병사였다는 겁니다.

게다가 한 일병은 면회를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다 몸이 편찮은 어머님 한 분 밖에 안 계시다보니 언제나 혼자였다고 합니다. 올 초 2월, 군교도소 안에서 처음 가혹행위를 시작할 때부터 이 병장은 늘 자기 방에서 가장 유약한 수감자 한 명만을 골라 집요하게 괴롭혀 왔던 터. 지난 7월 한 일병이 이 병장 방에 배치되는 그 순간부터 한 일병은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그렇게 이 병장에게 인권을 유린당한 겁니다.

●  이 병장, 인권유린 피해자를 ‘허위 맞고소’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한 일병, 결국 보다 못한 수감자 한 명이 한 일병에게 신고 할 것을 권유했고 결국 지난 8월 한 일병이 교도소 측에 면담을 요청하면서 이 병장의 악행은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한 일병은 가혹행위로 이 병장을 고소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이 병장은 또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벌입니다. 수사가 시작된 직후,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이 병장이 어느 날 돌연 자신도 한 일병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한 일병이 가만히 있는 자신의 뒤에서 갑자기 자기를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는 주장입니다. 급기야 이 병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한 일병을 맞고소하기에 이릅니다. 이게 과연 진짜일까? 둘의 관계를 매일 지켜봤던 수감자들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증언합니다. 우선 한 일병은 이 병장을 너무나 무서워해 감히 말 한마디 건너지 못 하고 눈도 제대로 못 쳐다봤다고 합니다.

 뒤에서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병장은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 일병에게 성추행 당하는 걸 봤다고 거짓 진술을 해 달란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방 수감자들이 자신의 고소 내용을 옹호해 주는 진술만 해 준다면 한 일병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 돼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속내까지 털어놨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한 일병을 맞고소를 해 쌍방 잘못을 만들어야 자신이 처벌을 덜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결국 수감자 누구도 이 병장의 고소와 관련해 증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병장은 자신의 고소를 그럴 듯 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매일 매일 없는 말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목격자 들의 증언입니다.
●  거짓 반성으로 10년 감형…거짓 맞고소로 사건 무마 시도

도대체 이 병장은 그렇게 사람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 어떻게 뻔히 드러날 허위사실로 피해자를 적반하장 맞고소까지 했을까? 이 병장의 재판과정을 지켜 본 다른 수감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심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을 당시 이 병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길어야 5년, 운 좋으면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고 노래하듯 얘기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자신의 형량을 딱 그 정도라고 굳게 믿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이 병장은 1심 재판 과정 내내 고개를 치켜세우고 당당한 태도로 일관해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습니다. 결국 1심에서 45년형을 선고받은 이 병장,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를 했습니다.

그렇게 2심을 간 이 병장은 1심 재판 때의 태도와는 달리 법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윤 일병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공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이 병장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10년을 깎아줬고, 이 병장은 45년 형에서 35년 형으로 형기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이 병장이 2심 재판을 받던 것이 올 2월, 그리고 이 병장이 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를 시작한 것 역시 올 2월. 재판장에 가서는 반성한다며 눈물을 흘리고, 교도소로 돌아와서는 다른 수감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겁니다. 마치 영웅담을 늘어놓 듯 그 날의 재판 상황을 수감자들에게 늘어놨다고 합니다. 이 뿐 아니라, 자신 때문에 숨진 윤 일병과 윤 일병 어머니, 아버지, 누나 등에게 상습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모욕했습니다.

 또 다른 수감자들에게 자신이 윤 일병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2억 원을 공탁했다고 매일같이 떠벌리고 다녔는데, 이 금액 역시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거짓이었습니다. 항간에선 이 병장이 20대 나이에 35년 형을 선고 받자 인생을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교도소에서 조차 가혹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 병장을 지켜 본 수감자들은 이 병장은 결코 자포자기 하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오히려 전혀 반성하는 마음이 없는데도 재판장에서는 눈물을 흘려낼 정도로 자신의 형을 낮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2심의 35년 형을 대법원이 기각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때 또 다시 가혹행위로 수사를 받게 되자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허위 맞고소라는 무리수까지 뒀다는 것이 주변 수감자들의 얘깁니다.

● 이 병장 조만간 기소…맞고소 건은 ‘무혐의’

현재 군 조사본부는 이 병장의 가혹행위 상당부분을 확인하고 이 병장을 군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군 검찰에선 이 병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짓고 조만간 윤 일병 사건과는 별 건으로 기소한단 방침입니다. 반면 한 일병에 대한 맞고소 건은 모두 이 병장이 지어낸 허위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한 일병은 무혐의 처분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한 일병은 이미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이 병장이 한 일병을 허위 맞고소 한 뒤, 이 병장은 굉장히 자기 방어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지능이 덜어지는 한 일병은 자기 방어를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도 못할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오히려 강제 추행의 가해자가 되어 조사를 받았으니 그때의 억울한 심정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  군이 만든 비극

많은 분들이 이 병장에게 분노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병장도 이 병장이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우리 군은 여전히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첫째, 군은 한 일병의 지능상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 일병을 이 병장 같은 관심병사와 같은 방에 배치했습니다. 그 어떤 배려도 없던, 오히려 군교도소 스스로가 피해자를 만든 셈입니다.

둘째, 애당초 어떻게 한 일병처럼 정상적인 군 생활이 어려운 상태의 사람이 입대를 할 수 있었느냐는 겁니다. 현행법상 지적장애 등급이 있으면 군 면제를 받습니다. 아마 한 일병의 경우 어떤 사유에서인지 장애 등급을 받지 않아 입대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이런 점은 걸러 냈어야 합니다. 군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반드시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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