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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도, 계단 흡연에 과태료? '아파트 흡연' 어떻게 바뀔까

[취재파일] 복도, 계단 흡연에 과태료? '아파트 흡연' 어떻게 바뀔까
흡연자들이 설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복도, 계단 흡연에 과태료 부과라니 ‘너무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한 분이 있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경기도민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9일부터 아파트 내 금연 구역에 관한 조례가 시행됐습니다. 아파트 안에 공동생활 공간을 금연 구역으로 설정해서 여기서 흡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과태료를 내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경기도 조례이기는 하지만, 아파트 내 흡연 갈등이 곳곳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도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우리 지역도 하루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혹은 우리 지역만은 예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경기도 아파트 주민이 가장 궁금해 할 만 한 질문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럼, 경기도에서는 이제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답부터 말하면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조례가 시행됐다고 해서, 모든 아파트에 다 적용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붙습니다. 우선, 전체 주민 60%가 조례의 적용을 받는데 동의해야 합니다.

그럼, 주민 60%가 동의했다면, 이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대상이 될까요? 이것 또한 아닙니다. 아파트 전체가 금연 구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례에 따르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동주택의 1)복도, 2)계단, 3)엘리베이터, 4)지하주차장 이렇게 크게 4곳입니다.

정리를 하면, 주민 60%가 동의해서 금연 구역을 지정한 아파트일 경우, 위 네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현장에서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낼 수 있습니다. 조건이 또 하나 나왔는데 발견하셨는지요. ‘현장에서 적발되면’ 이라는 대목이 바로 그 조건입니다.

금연 구역 단속 요원들이 아파트에 나가서 흡연하는 장면을 보고, 사진도 찍고 본인 확인서도 받는 등의 절차까지 이뤄져야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금연 구역 단속 요원들은 아파트만 챙기는 것은 아니고, 기타 다른 공간에 대한 단속도 병행하는 이들입니다.

이쯤 되면, 현실적으로 흡연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경기도와 실제 단속 업무를 맡을 보건소측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광역 지자체 중 이런 조례를 시행한 곳은 경기도가 처음이지만, 기초 지자체 중에서는 이미 군포시 등이 조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실제 과태료를 물리는 사례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기도청 공무원 역시 “금연 구역을 지정하게 되면 아무래도 흡연을 자제하겠죠. 그래서 하는 것이지 사실 과태료 부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이 조례만으로 흡연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장소적인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간접흡연 피해는 이웃 '집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집 내부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가까이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는 1025건입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96.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간접흡연 피해를 야기하는 흡연 장소별로 따져봤더니 절반 이상 53.7%는 베란다, 화장실 등 집 내부였습니다. 계단과 복도 등 건물 공용부분은 31.9%로 뒤를 이었고 건물 밖 단지 내 놀이터 등 저층 근처가 12.6%였습니다. 이번 조례로 단속되는 공간은 (불만 장소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공용 부분에 국한됩니다. 

또 하나.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금연 아파트’와 이번 조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하시진 않으신가요. 대부분의 금연 아파트들은 주민 자치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주민들 스스로 그렇게 하자고 정하고 지자체가 이를 인정해주는 형태 정도인 것입니다.

‘금연 아파트’라고 해서 다 조례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닌 셈이죠. 현재 공동공간에서 흡연한 주민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지정된 아파트는 군포 지역 9곳을 비롯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들 아파트 외의 '금연 아파트'에서 주민 60%이상이 동의해 다시 시군, 도를 통해 금연구역을 지정하겠다고 하면 조례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조례에 큰 기대를 하시고 이 글을 읽으셨다면, 실망하셨을지 모릅니다. 반면에 걱정을 하고 글을 읽으셨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릅니다.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아파트 단지 내 흡연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조례는 만들어 졌는데, 바뀌는 게 없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흡연을 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겠다는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것 정도가 조례를 시행하는 현실적인 목표치로 보입니다. 다소 허무한 결론이지만, 시민 의식, 이웃에 대한 배려에 또 한 번 기대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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