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 집 지어주다가…벽돌 맞아 사망

<앵커>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던 50대 여성이 어디선가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른바 '캣맘' 활동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도 그런 건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정윤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55살 박 모 씨가 벽돌에 맞은 건 어제(8일) 오후 4시 반쯤이었습니다.

박 씨는 길고양이가 아파트 화단에 새끼 3마리를 낳은 걸 본 뒤 두 달 동안 먹이를 줘왔다고 합니다.

[김 모 씨/이웃 주민 : 날씨가 추워지니까 '동물 보호단체에 이야기해서 옮겨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했더니 '그럼 집을 지어줘야 되겠구나' (라고 답했어요.)]

종이 상자와 비닐로 고양이 집을 만든 박 씨는 먹이를 주다가 알게 된 이웃 주민 29살 박 모 씨와 화단 앞에서 만났습니다.

고양이 집을 들고 아파트 화단으로 왔던 박 씨는 어디선가 날아온 벽돌에 머리를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박 씨한테서 튕긴 벽돌에 이웃 박 씨도 맞아 머리가 찢어졌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 : (뭔가) 꺼졌다 켜지는 느낌이었어요. 의식이 없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보니) 아주머니가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피를 많이 흘리고 계시고요.]

박 씨가 벽돌에 맞은 지점이 아파트와 5ｍ 넘게 떨어져 있어서 경찰은 누군가 아파트 고층에서 벽돌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보호를 싫어하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주민들 사이에 길고양이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 일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오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