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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 신생아 체중이 줄어든다

[취재파일] 기후변화, 신생아 체중이 줄어든다

임신기간 40주를 다 채우고 태어났는데도 몸무게가 2.5kg 미만인 경우를 ‘저체중아’라고 한다(WHO). 우리나라 신생아 평균 체중이 남아는 3.41kg, 여아는 3.29kg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저체중아는 몸무게가 평균보다 약 25% 이상 작은 경우다(소아·청소년표준성장도표, 2007).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저체중아 발생률은 5.5%로, 2만 4천 명 정도가 2.5kg보다 작은 몸무게를 갖고 태어났다. 아프리카의 저체중아 발생률은 15% 정도로 우리나라나 유럽의 3배, 미국의 2배 정도나 된다.

신생아의 체중은 신생아의 건강상태와 발달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의 경우 정상적인 몸무게를 갖고 태어난 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이 늦고 성장도 더딜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질환에 취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저개발국에서 저체중아로 태어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신생아의 몸무게는 늘어날 것인가 아니면 줄어들 것인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변할까?

미국 유타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UC Santa Barbara), 미국지질조사국(USGS) 공동연구팀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신생아의 몸무게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1986년부터 2010년까지 25년 동안 19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출생한 6만 7천 769명의 신생아의 체중과 엄마의 건강상태, 교육과 생활수준, 신생아가 태어난 달, 그리고 그 지역의 기온과 강수 등 날씨와 기후 요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했다(Grace et al., 2015).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 특히 신생아의 체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아프리카를 연구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 일뿐 아니라 특히 이들의 삶이 날씨나 기상재해, 기후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이상고온이 증가하고 강수량이 줄어들수록 신생아의 체중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물이 성장하는 시기에 발생하는 이상고온과 강수량 감소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임신 중반기(임신 4~6개월)에 화씨 100도(100℉ = 37.7℃) 넘는 폭염이 평균보다 하루 증가할 때마다 태아의 몸무게는 0.9g씩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화씨 100도 이상인 폭염이 평균보다 50% 증가할 경우 신생아 몸무게는 평균보다 4.1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기 강수량이 100mm 줄어들 경우 신생아의 몸무게는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고온이 늘어나고 동시에 강수량이 줄어들 경우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는 4.36%나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생아의 출생 시 체중이 평균적으로 3kg을 조금 넘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로 화씨 100도를 넘는 고온현상이 50% 증가하고 강수량이 100mm 줄어들 경우 신생아 체중이 150g 정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저체중아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우선 임신 기간에 이상고온이 자주 나타날 경우 임신부가 받는 스트레스가 늘어나 태아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또 작물이 성장하는 시기에 이상고온과 함께 강수량이 줄어들 경우 곡물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임신부의 영양섭취에 문제가 생겨 결과적으로 태아의 발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연구팀이 걱정하는 것은 증가하는 저체중아 출산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체중아 소녀의 경우 정상 체중의 소녀보다 다음 세대에 저체중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과 곡물 생산량 감소, 산불 증가, 기상재해 증가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하다. 건강도 예외일 수 없다. 하루하루 살기가 어려운 사람에게 기후변화 재앙은 더 크게 그리고 더 먼저 다가온다. 단지 아프리카만의 일이 아니다.

<참고문헌>

*Kathryn Grace, Frank Davenport, Heidi Hanson, Christopher Funk, Shraddhanand Shukla. 2015: Linking climate change and health outcomes: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emperature, precipitation and birth weight in Africa. Global Environmental Change, DOI:10.1016/j.gloenvcha.2015.06.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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