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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갈라지는 논바닥…죽어가는 귀이빨대칭이

중부지방 최악의 가을 가뭄 소식 들으셨죠. 우리가 가뭄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아무래도 물이 말라서 쩍쩍 갈라진 저수지나 논바닥일 텐데요, 바닥에 거북이 등처럼 금이 갈 때마다 생명체들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귀이빨대칭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이름도 모양도 특이한 민물조개로 다 자란 건 어른 손바닥보다도 더 커서 말조개와 함께 민물조개 중 몸집이 가장 큰데요,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고 또 금강 유역에서도 살고 있지만, 지난 2012년 5월 영농철을 맞아 찾아온 극심한 가뭄에 진흙밭이 메마르면서 집단 폐사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이 기자는 흙바닥이 갈라 터질 때마다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혹시나 귀이빨대칭이가 갇혀있지 않을까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는데요, 유감스럽게도 3년 만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광경을 또 목격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충남 예당 저수지와 탑정 저수지 두 곳을 둘러본 결과 곳곳에서 귀이빨대칭이가 필사적으로 물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거나 땅에 처박힌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조개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살아있다는 뜻인데 진흙 틈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귀이빨대칭이를 꺼내보면 꽉 다문 입가에 아주 적은 물기를 머금고 있거나 이미 허연 조갯살을 내밀고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벌써 부패가 진행 중인 것도 있었고 새끼들까지도 뙤약볕에 헐떡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살아있는 것들을 얼른 주워서 근처 물속으로 던져 주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귀이빨대칭이의 비명은 모른 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귀이빨대칭이가 생태계의 소중한 구성원일 뿐 아니라 1급 멸종위기종이란 점입니다.

그런데도 환경부나 농어촌공사는 저수지에 멸종위기종이 살든 말든 농사용 물길을 내줘서 바닥을 드러내게 만들었는데요, 농사철이 끝났다고 눈 감을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귀 이빨 대칭이의 서식환경에 다시 한 번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 [취재파일] 죽어가는 '귀이빨대칭이'…절박한 구조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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