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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을 호구로 보는거지.."…통신사 다단계 '전용폰'까지 출시

● '이상한' 휴대전화의 등장…“국민은 호구?”

지난달 LG 전자와 LG 유플러스가 ‘이상한’ 휴대전화를 출시했습니다. 모델명은 LG-F500LM. 애칭은 ‘G4 플러스’입니다. 일단 기본 사양은 지난 4월 출시된 G4와 동일합니다. 디스플레이와 CPU, 카메라 성능, 배터리 용량은 물론 외관까지 똑같습니다. 딱 하나 다른 것은 기존 G4에 32GB짜리 SD카드 하나가 삽입됐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G4 플러스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입니다. G4 플러스는 지난달 기준으로 기존 G4 보다 출고가는 10만 100원이 높고, 공시지원금은 10만 원이 낮습니다. LG 전자가 정한 출고가 자체가 비싼데다 LG 유플러스가 주는 지원금은 적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금액은 G4보다 20만 원 비쌉니다. 실제 G4플러스가 출시되자마자 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는 32GB SD 카드 하나만 끼워 넣고 20만 원이나 비싸게 팔려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지요. “국민을 호구로 보지 않고서는 이런 폰을 출시할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온라인에 퍼진 것입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LG 전자와 LG 유플러스는  “G4 플러스는 일반 소비자와는 무관한 휴대전화”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기업 간 거래 등 특정 채널에만 공급되고 일반 대리점에서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구매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제가 일반 대리점을 돌면서 문의해 보니 직원들은 G4 플러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LG 전자에서 만든 폰이냐고 반문하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였지요.

● 다단계 업체에서 발견된 'G4 플러스'

문제의 G4 플러스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바로 LG 유플러스가 관리하는 다단계 업체였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G4 플러스가 이른바 ‘다단계 전용폰’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강의 영상에서는 G4 플러스를 전용폰이라고 부르면 정부에서 제제를 가할 수 있으니 다단계를 뜻하는 이른바 ‘인판용’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교육했습니다.
LG 전자와 LG 유플러스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단계 유통망을 통해 G4 플러스를 판매하는 것은 꿩 먹고 알 먹는 훌륭한 마케팅입니다. G4에 SD 카드만 넣어 팔면 되니 쌓여 있는 G4의 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것도 20만 원이나 비싼 값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LG 유플러스는 취재가 시작되자 “LG 전자와 협의해 G4 플러스의 출고가를 낮추고 공시지원금을 높여 일반 대리점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SD 카드 하나만 끼워 넣은 휴대전화가 시중에서 얼마나 팔릴지는 의문이지만 다단계 영업망에서만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지요. 지난 3일 제가 찾아간 다단계 업체에서도 “G4 플러스 물량만 확보해 놓고 후원 수당이나 직급 수당 등 LG 유플러스의 정책이 결정되지 않아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니 이 이상한 휴대전화를 사신 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 계속되는 '구형 단말기' 밀어내기 의혹

다단계 ‘전용폰’이라 부르는 단말기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상 전용폰의 기능을 한 휴대전화는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9일 LG 유플러스의 다단계 영업에 대해 과징금 23억 7200만 원을 부과하면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유독 특정 단말기의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2월 출시된 G-pro2와 지난해 5월 출시된 G3입니다. 다단계 판매망에서 팔린 전체 휴대전화 중 이 두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다단계 영업장을 갔을 때 제게 구매를 권한 것도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G-pro2 였습니다.

우선 가장 많이 팔린 G-pro2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방통위가 다단계 영업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었던 지난 5월 기준으로 3개 통신사에서 6만 원 정도의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G-pro2의 가격을 비교해봤습니다. 당시 G-pro2의 출고가는 SKT와 KT에서는 57만 2000원, LG 유플러스는 79만 9000원이었습니다. 공시지원금은 SKT가 22만 5천 원, KT 13만 9000원, LG 유플러스 8만 6000원이었지요. 결국 같은 G-pro2를 SKT에서는 34만 7000원에, KT에서는 43만 3000원, LG 유플러스에서는 71만 3000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수당을 많이 준다는 명목으로 다른 통신사보다 가격을 높게 만들어 다단계 영업망에서 유통하는  ‘꼼수’로 이득을 얻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단계 판매망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G3도 마찬가지입니다. G3는 지난해 5월 출시됐는데 2개월 뒤에 G3의 최고 통신 속도 구현 문제를 보완한 G3 cat6가 시장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지난 5월 기준으로 LG 유플러스에서 두 단말기를 구입할 때를 비교해 보면 G3는 출고가 79만 9천원에 공시지원금 8만 6000원으로 구매가가 71만 3000원이고, G3 cat6는 출고가 64만 9천원에 공시지원금 25만 2000원으로 구매가가 39만 7000원입니다. 뒤늦게 나온 후속 모델이 오히려 31만 6000원이나 저렴한 것이지요. G3 cat6가 출시된 지 9개월이 지난 올해 4월까지도 다단계 판매망에서는 후속 모델인 G3 cat6는 팔지 않고 G3만 판매했습니다. G-pro2와 마찬가지로 다단계 판매망을 통해 G3 재고를 그것도 비싸게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요.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통신사 다단계 영업 취재를 한 것은 LG 유플러스가 과징금을 부과 받고도 과거와 똑같이 다단계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LG 유플러스가 방통위의 조사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위법행위를 중지하지 않아 20%를 가중 부과”한다고 밝혔는데, 심결이 나온 지금까지도 계속 위법행위를 이어간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LG 유플러스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서를 받으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취재를 해보니 실은 ‘전용폰’까지 만들면서 다단계 영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던 것이지요.
● '통신 다단계의 운명…공정거래위원회의 손에

통신사 다단계 영업의 운명은 이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9일 LG 유플러스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다단계 영업 자체의 위법 여부는 단말기 유통법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공정위에서 방문판매법 위반 사항을 조사해 다단계 영업 자체에 대한 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정위는 LG 유플러스의 주요 다단계 업체에 대해 지난 6월과 7월 현장조사를 거쳐 심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단계 판매원의 등록이나 자격 유지 등을 조건으로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재화를 구입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문판매법 제22조와 다단계 판매자가 160만 원을 초과하는 재화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문판매법 제23조에 이 다단계 업체가 위반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에 쓴 취재파일에서도 통신 3사 모두 다단계 영업망을 통해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모습을 생각해봤습니다. 전세계 유례없는 혼란과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한 일일 것입니다. 우선은 이 다단계 업체에 가입하려는 분들부터 휴대전화 다단계 영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통신사가 다단계 업체에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이미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 수수료가 떨어지면 다단계 판매원들이 벌어들일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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