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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놀토'를 다시 없앤다고요?



10년 전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생긴 이른바 '놀토'는 학생과 직장인에게 꿀 같은 휴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놀토'를 작년부터서야 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체국 집배원들입니다.

지난해 7월, 우체국 택배는 집배원들에게도 주 5일 근무를 보장하기 위해 토요배달 휴무를 시행했습니다.

토요배달 휴무가 주는 여유는 적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주말에 여가를 즐길 수도 있었고,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을 갈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꿀 같은 휴식은 잠깐이었습니다.

토요배달 휴무를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인 9월 1일,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동조합이 노사협의회를 열고 토요배달을 부활시키기로 합의한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의 편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토요배달을 쉬면 농산물 주말 직거래를 하는 농어민과 주말부부, 중소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 등 불편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토요배달 휴무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겠죠.

실제로 토요 휴무로 인해 521개 업체가  택배 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따른  직간접 손실액은 7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는 토요휴무를 되살리는 길이 답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집배원들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최승묵 공동대표/토요근무반대 우정노조지도부퇴진비상대책위원회 : 2013년 이전에도 토요 택배를 하는 과정에서 가혹한 노동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거죠.]

이미 하루에 11시간에서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집배원들이 토요 근무까지 하게 되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중한 업무로 근골격계 증상을 가진 집배원은 전체의 74.6%에 달하고, 집배원들의 사망률은 전체 노동자보다 평균 6배나 높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열악한 노동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의 집배원 수는 18만 명, 우리나라는 1/10 정도인 1만 6000명입니다.

인구와 세대 수를 감안해도 일본의 1/4 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집배원들의 연장근무 같은 과도한 노동 강도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업무상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토요 배달을 위해 인력을 충원했으며, 당장 업무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정근/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 우편집배과장 : 사전에 인력을 388명 정도 충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토요배달 한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즉각적으로 대폭 늘어날 것 같지 않고요. 연말 정도까지 물량 추이를 봐서 물량 증가 추세에 따라서 인력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지난 3일, 토요근무 반대·우정노조지도부 퇴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종로에서 '토요근무재개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이번 주부터 토요 근무는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한다는 이유로 우정사업본부가 내린 토요배달 부활 결정.

택배를 받는 국민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택배를 배달하는 국민의 행복도 존중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구성: 이주형,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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