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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5 출산율도 세계 220위…한국을 구원하려면?

[취재파일] 2015 출산율도 세계 220위…한국을 구원하려면?
● 한국은 '둘째를 낳지 않는 나라'…15년째

흔히 하는 착각 하나. "'저출산'이면 아이 좀 덜 낳는 건데 이게 무슨 문제야?"

여기저기서 '저출산 고령화'를 강조하다 보니, 그냥 저출산에 고령화로 착각할 때가 많다.(나도 그랬다.) 하지만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이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그냥 그런 수준의 전투력이었던 '사이어인' 손오공과 '초사이어인' 손오공의 차이라고 할까. 현재 인구를 유지할 정도의 출산율을 2.1명 안팎으로 보는데 이보다 아래면 그냥 '저출산'이다. '초저출산'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일 때로, 이대로면 머지 않아 인구가 뚝뚝 감소하게 된다. 한국은 이미 2001년부터 '초저출산' 국가다. 

합계출산율은 만 15~44세의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다. 2000년 합계출산율 1.47명에서 2001년 1.3명으로 떨어진 뒤 줄곧 1.3명을 밑돌고 있다. 평균 잡아 아이를 한 명보다는 조금 많이 낳는다는 건데, 아이를 낳지 않기도 하고 둘이나 셋 이상을 낳기도 하니, 대략 1명 정도 낳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평균적으로 둘째를 거의 낳지 않는 나라다. 15년째 이어진 상황이니 그리 놀랍진 않다.

● 한국의 올해 출산율 순위는…220위

또다른 착각 하나. "저출산은 인류 공통의 문제…선진국도 다 그럴껄?"

한국은 일찌감치 OECD에 가입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초저출산'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쉽다.(나도 그랬다.) 미국 CIA에서 발간하는 [THE WORLD FACTBOOK]은 세계 224개 나라의 합계 출산율 순위를 수록하고 있다.
 
순위 국가명 합계출산율
1 니제르 6.89명
2 말리 6.16명
3 부룬디 6.14명
  ...  
53 필리핀 3.06명
76 말레이시아 2.58명
  ...  
112 프랑스, 터키 2.08명
122 미국 2.01명
125 아일랜드   
129 북한 1.98명
140 영국 1.90명
141 스웨덴 1.88명
144 노르웨이 1.86명
  ...  
208 일본 1.40명
  ..  
219 한국,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1.25명
221 홍콩 1.17명
222 타이완 1.11명
223 마카오 0.93명
224 싱가포르 0.80명
*2014 THE WOR-LD FACTBOOK

2014년 한국은 합계 출산율 1.25명으로 219위였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공동 219위다. 한국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홍콩(1.17명), 타이완(1.11명), 마카오(0.93명), 싱가포르(0.80명) 4곳뿐이었다. 전부 아시아 국가들인데, 타이완을 제외하면 도시국가라, 사실상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으로 보면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외하더라도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흔히 선진국이라는 곳들은 물론 바로 옆 일본도 우리보다 고출산국이다.(한국 정부의 공식 출산율은 2014년 1.21명이다. CIA 월드팩트북의 추정치는 이보다도 높은데도 219위였다.)
 
순위 국가명 합계출산율
219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1.26명
220 한국 1.25명
221 홍콩 1.18명
222 타이완 1.12명
223 마카오 0.94명
224 싱가포르 0.81명
*2015 THE WORLD FACTBOOK
 
올해 2015년은 어떤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1.25명, 순위는 하나 내려가 220위였다.  한국 뒤의 4곳 홍콩(1.18명), 타이완(1.12명), 마카오(0.94명), 싱가포르(0.81명)도 그대로다. 다만 이 나라들은 합계출산율 자체가 0.01명씩 늘었다. 지난해 같은 순위였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가 1.26명으로 0.01명 늘어 219위가 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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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도 놀랍진 않다. 2006년에도 한국은 합계출산율 1.27명으로 215위, 2010년엔 1.21명으로 219위였다. 한국은 '초저출산'에 15년째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도 '꼴찌' 수준이다. 고출산에서 저출산으로 변신한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 왜 아이를 낳지 않냐"는 질문은 쉽게 하는데…

왜 아이 낳지 않는 이들이 많을까, 또 점점 늘어날까. 혹은 아이를 단 1명만 낳을까. 

아이를 갖거나 갖지 않거나 각자의 선택이다.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역시 선택의 영역이듯. 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한 책임의 몫이 이전보다 훠-얼씬 커졌다는 게 요즘 세대의 항변이다. 결혼을 할 수 있고, 아이를 가질 수도 있으나, 그 다음의 인생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이를 놓고 "나는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도 못했다"는 어느 장년층의 주장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박탈당했다"는 청년층의 반박과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연애와 결혼 포기는 제쳐놓고 일단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하자. 그러면 주위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애는 언제 갖냐"는 것이다. 만나면 "안녕하세요" 하거나 식사시간 지나 만나면 "식사하셨어요"라는 질문 못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아이 갖지 않을 건데요" 혹은 "제 아이 문제가 왜 궁금하세요" 하고 다큐성 답변을 하면, 대놓고 혹은 뒤에서 비난이 쏟아진다.

아이를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그따위 생각을 하고 있냐), 아이가 삶에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니가 인생을 아직 잘 모른다), 너를 걱정해서 한 얘긴데 그런 식으로 나오냐(이 싸가지 없는 놈아) 등등. 대놓고 훈계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적당히 "하하, 좀만 더 놀고요" "하하, 생각 좀 해보고요"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게 되는데 그런 대답을 하는 이들 상당수는 속으로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양육비 줄 것도 아니면서...'

한국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몫, 혹은 가족의 몫이다. '초저출산'은 사실 국가비상사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실제로 프랑스는 1989년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지속적으로 출산장려책을 펴 출산율을 2명 선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10년 동안 80조원을 저출산대책에 쏟아부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출산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개인에게는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고 비난까지도 감당하라고 한다. '초저출산'이 15년째 지속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4년 연속 전국 제패…왕자 '해남'의 비결은?

9월 중순, 전남 해남군에 다녀왔다. 인구 7만 6천 명의 작은 군인 해남은 2012년 이래 3년 연속 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 2012년엔 합계출산율 2.47명, 2013년 2.34명, 2014년 2.43명, 올해도 상반기에 2.4명 정도라서 1위가 확실시된다. 2014년 전국 평균 1.21명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해남군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첫째부터 출산축하금 300만원을 지급한다. 이를 한번에 주는 게 아니라 매월 나눠서 계좌에 넣어준다. 출생신고를 하면 미역과 쇠고기, 아기 내의를 택배로 부친다. 이를 '산모-아이사랑택배'라고 한다. 셋째 아이부터는 아이 실비보험료를 군에서 지원한다. 올해 9월부터는 전라남도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유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10인 규모인데 2주 이용에 154만원, 다자녀나 다문화가정, 저소득층은 7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산모영양제나 크림 등 소소한 필수품까지도 보건소에서 챙겨주는 서비스도 있다. 해남에서 만난 산모들은 군의 이런 살뜰한 지원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보였다. 아이를 갖지 않으려던 이들이 해남군의 이런 출산지원책 때문에 마음을 돌려 아이를 낳게 됐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산모들도 "원래 낳으려고 했는데 다른 데보다 이런 지원이 있으니 좋더라" 이런 식의 반응이었지, "안 낳으려다 이런 정책 때문에 낳았다"는 아니었다.

농어촌 지역이다보니 도시에 비해 맞벌이 가정이 적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농사처럼 전일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출산과 육아 부담 자체가 적은 것이다. 다문화 가정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도 한몫 했을 듯하다. 출산율 자체는 높긴 하나, 출생아 수는 8백여 명으로 많지 않다.

보건소에서 어느 정도 산모와 아이를 관리하는 게 가능한 규모 같아 보였다. 물가가 싼 편이고, 급증하는 주거비용에 전세난에 시달리는 도시에 비해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 같은 월급으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해보였다.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출산을 함께 축하하고 육아에 동참한다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보건소 측 설명도 그럴듯해 보였고 어느 산모도 그런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지만, 결국은 돈이 가능하게 했다는 데에 더 끌렸다.

●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

해남의 사례를 도시에서까지 적용하기는 어려워보였다.(뭘 적용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개인의 몫인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에 관한 전문가들 의견 중 와닿은 부분을 옮기는 것으로 긴 글을 정리한다.

얼마 전 방한한 세계적인 통계 석학 한스 로슬링 박사는 조금 엉뚱해뵈지만 '페미니즘'을 거론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가 개중 인상적이어서 일부를 옮긴다. ▶ 기사 보러가기

"단순히 인구정책으로 안된다. 페미니즘을 통해서 변화가 온다. 저출산은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다른 문제가 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의 여성과 달리 지금 여성들은 일도 잘해야하고 가정일도 잘해야한다. 이런 부담을 지워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스웨덴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양성평등과 관련된 변화에서 출산율이 반전됐다.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면 남자도 살기 좋아진다. 남성의 어깨에 있는 짐을 일부내려 놓으면 남성도 편해진다. 페미니즘이 발달할 수록 남녀의 기대수명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주목해라. 최종목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을 개선해 더 나은 사회에서 다같이 살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분명 경제가 좋을 때 변화하기가 쉽다. 출산율도 경기 불황기에는 낮고, 호황기에는 높다. 한국은 사교육비까지 높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는 가능하다. 결국은 한국인들이 '우리는 이런 삶을 원한다'라는 의지를 갖는게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 여기에 성패가 달려있다."


다음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박사(저출산고령사회 기획단장이기도 하다)와의 인터뷰다. 기사에서 거의 다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다.

"...출산율을 실제로 올리는데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보면 거의 비슷합니다. 출산 양육하는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 세금 지원이나 출산장려금, 여러 급여를 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정에서 한 명, 두 명 더 낳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인프라를 잘 갖춰주는 정책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들이 고학력화되고 사회 진출도 활발해지지 않았습니까?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일도 하고 애를 낳고 돌봐야되는데 보육시설 같은 인프라가 당연히 중요해요. 

세 번째는 고용정책의 부분인데 일-가정 양립 있죠. 우리가 일하면서도 애를 키우는 데 있어서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돼요. '출산 해고'라는 말도 있듯이 '출산하니까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러면, 애를 낳을 수 없어요. 결혼도 안 하려고 하죠. 일-가정 양립이 잘 조화가 돼야해요.

네 번째로는 문화정책입니다. 서구사회에서 보면 출산율 올라갈 때 혼외출산이 올라가는 비율이 있어요. 결혼할 여건이 안 되거나 할 때 동거생활 하면서 애를 낳고 키우는 이런 부분, 우리 말로는 사실혼이죠. 사실혼을 차별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동거 부부가 애를 낳으면 차별하는 요소가 있고 또 사회, 문화적으로도 냉대를 하고 있죠. 여러 가지 출산에 대한 가치, 부부, 결혼에 대한 가치가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돼요.

이 네 가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해요.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보육에 엄청나게 돈을 쏟아부었거든요. 다른 정책에는 상당히 소홀했거나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현재 가장 중시하는 정책이 뭐냐하면 일-가정 양립이에요. 일, 가정 양립 잘 되면 여성들이 나와서 일도 하고 또 출산도 자연스럽게 하기 때문에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이 같이 올라가게 돼 있어요. 우리나라는 반대예요. 일-가정 양립이 안 돼 있고 양성평등 안 돼서 출산하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또 직장생활 열심히 하면 출산을 포기해야 하고 둘 중 하나 선택하다보니까 반은 출산에 올인, 반은 일에 올인, 여성 고용률도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밑바닥, 출산율은 가장 밑바닥이에요.

일, 가정 양립 자체가 사회문화적으로 정착되고 기업이나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어요. 출산율도 올리고 여성 고용률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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