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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들어간 키 성장 음료, 식약처 엉터리 인증

<앵커>

이쪽은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알려진 속단이라는 한약재고, 이쪽은 주로 열을 내리는 해열약재인 한속단이란 약재입니다. 이름만 비슷할 뿐 효능은 전혀 다른데, 해열 약재인 한속단이 아이들 키 성장 음료에 원료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이미 보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제품만 엉터리인줄 알았더니, 식품의약안전처의 심사도 엉터리였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한속단에는 독성이 있어 섭취량을 지켜야 하고 임산부는 아예 먹지 말라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는 이 대기업의 키성장 음료는 이런 한속단을 섰는데도 식약처의 공식 인증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 취재진은 해당 업체가 식약처에 제출한 건강기능식품 인정 신청서를 입수해서 살펴봤습니다.

원료인 한속단에 대한 설명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사용돼 왔으며 힘줄과 뼈를 이어준다고 적어 놨습니다.

근육과 뼈 건강에 좋다는 설명도 눈에 띕니다.

이건 한속단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진짜 속단, 그러니까 천속단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심의위원들은 잘못된 설명에 대한 지적 없이 만장일치로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해줬습니다.

당시 심의위원 명단입니다.

위원 10명 가운데 한의학 교수는 단 한 명이고, 나머지는 식품영양학, 수의학, 의학 교수들, 그리고 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 명뿐인 한의학 교수도 약재를 연구하는 본초학 전공이 아닙니다.

진짜 속단과 한속단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 낼 전문가가 없단 얘기입니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 식약처에는 연구인력으로 채용된 인원이 많이 있거든요. (이 연구원들의) 연구능력, 그런 것 (한속단·천속단)을 분류하고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현재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객관적 인증이 가능이나 할지, 위원 구성 방법을 보면 의구심까지 듭니다.

전체 위원 15명 가운데 공무원 3명을 제외한 12명의 위원 전원이 건강기능식품업체들이 만든 협회의 추천으로 선정됐고, 키 성장 제품을 만든 업체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위원도 있었습니다.

[이덕환/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 (심사위원들) 거의 대부분이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소비자 입장에서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식약처는 심의하는 제품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위원은 심사에서 제외하고 심의위원을 2년 주기로 전원 교체하는 등 위원회의 객관성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제품은 속단 하나를 놓고 심사한 게 아니라, 다른 약재와 혼합한 최종 제품을 심사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장현기, 영상편집 : 김종갑,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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