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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 핵심전력 3,200대 업그레이드 '대란'…"미국 뜻이니"

[취재파일] 軍 핵심전력 3,200대 업그레이드 '대란'…"미국 뜻이니"
미군이 무기체계의 눈과 신경망과 같은 장비의 성능을 일제히 개량하라고 우리 군에 통보했습니다. 성능 개량 대상 장비는 적기와 아군기를 구분하는 피아식별장치와 이지스함 등의 적 표적 정보를 공유하는 전술 데이터 링크입니다. 이 두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우리 군의 무기는 3,200대로, 하나같이 알짜인 핵심 전력들입니다.

기한은 2019년까지입니다. 2020년부터 미군이 업그레이드된 피아식별장치와 데이터 링크를 가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따라야 합니다. 사실 우리 뿐 아니라 일본도 유럽의 나토도 미군의 요구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거부하면 자국 무기체계의 눈과 신경망이 먹통이 되는 재앙을 초래할테니 미국 뜻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대단한 미국입니다.
● 작년에 전격 통보…“시간이 없다”

미군은 작년 4월 25일부터 5월 2일 열린 한미 지휘통제 상호운용성 위원회에서 “2020년부터 피아식별장치 모드-4용 연합 암호자재와 전술 데이터 링크인 링크-16 단말기의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구두 통보를 했습니다. 우리 군은 공식 문서로 미군의 뜻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내용의 문서가 작년 5월 21일 우리 군에 도착했습니다.

피아식별장치를 현행 모드-4에서 모드-5로 전환하고 데이터 링크는 링크-16을 업그레이드해서 적용하겠다는 통보입니다. 우리 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합참은 서둘러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 군 전력 3,200 대를 손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욱 답답합니다.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 감시정찰전력 20 여  대, 전투기 등 공중전력 540 여 대, 함정 등 해상전력 270 여 대, 헬기 등 항공 전력 680 여 대, 대공포 등 방공전력 1,670 여 대입니다. 우리 군 전력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단순 규모로만 따져도 우리 군 전체 장비 12,480 대의 25% 수준입니다. 또 데이터 링크 개량 대상은 공군전력 160 여대와 해군 이지스함 3척입니다.

합참은 육해공 각 군에 다시한번 개량 대상 장비를 확인하고 개량 작업의 범위와 기간, 비용 등을 산출해 소요를 제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군 측에 성능 개량 관련 상세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육해공군도 미군도 현재까지 합참에 답을 안 하고 있습니다.
● 내후년에 착수해도…

비용은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만 될 뿐 정확히는 모릅니다. 성능 개량 기간이 얼마나 될 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돈도 돈이지만 문제는 기간입니다. 무기 체계에 따라서는 개조 수준의 대형 공사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국내에서 대형 공사를 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미국에서 사들인 주요 무기 체계는 우리 군이 개조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미국으로 보내야 성능 개량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대형 무기를 배에 태워 보내고 가져 오는 데만 몇 달입니다.

전력에서 이탈하는 핵심 장비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데 2020년 이전에 3,200 대의 개량을 마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업입니다. 내년 예산은 그제(8일) 국회에 제출된 터라 내년 사업 개시는 벌써 물 건너 갔습니다. 서둘러도 내후년 예산을 받아 내후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2017년, 2018년, 2019년 이렇게 3년입니다. KF-16 134대 성능 개량하는 사업도 몇 년째 사업자 선정 작업이 꼬여 헤매고 있는데 1년에 1,000 대 이상씩 성능 개량을 하라니요.

미군이 공식 통보한 지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우리 군은 한심하지만, 동맹국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미군은 야박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방산기업들이 앉아서 떼돈 버는 일인데도 매몰차게 시간도 안 줍니다. 성능 개량 안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하고 버틸 재간도 없습니다.

한미 동맹 캐치프래이즈가 "같이 갑시다"입니다. 주한미군과 주한 미국 대사관 인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같이 갑시다"를 외칩니다. 제발 좀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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