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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공할 '확성기'…다음은 '전광판'과 '존엄 얼굴'

[취재파일] 가공할 '확성기'…다음은 '전광판'과 '존엄 얼굴'
지난 8월 4일 북한이 자행한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국방부는 8월 10일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군은 곧바로 전방 모든 부대에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긴가민가했습니다. 확성기 방송이 군이 공언한 ‘북한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조치’인지…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초기에는 확성기 방송 말고 물리적 타격 같은 확실한 응징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았습니다.

● 확성기, 기대 이상의 효과

그런데 8월 20일,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처음 실시한 육군 28사단 쪽을 향해 포격 도발을 하더니 급기야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습니다. 고위급 접촉에 나선 황병서와 김양건도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우리 측에 촉구했습니다. 확성기 방송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 반응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의 다음 응징 수단은 무엇이었을까요? 대북 심리전 전광판이었습니다. 북한군에게는 대단히 자극적인, 아이유와 소녀시대의 노래와 김정은을 깎아내리는 뉴스가 소리로만 전해져도 북한이 경악했는데 같은 내용을 LED 전광판으로 전달하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란 것은 당연지사.

대북 심리전 전광판은 전방 사단의 전망대마다 설치돼 있는데 고요한 밤에 가동하면 3~4km 떨어진 북한군 초소에서 선명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화려한 쇼와 김정은을 비판하는 영상물이 방송되면 북한군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전광판에 이어 ‘존엄 얼굴’ 방송 시나리오도

확성기 방송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북한이 전광판 방송에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14.5mm 고사포가 아니라 구경이 100mm가 넘는 자주포로 조준사격할 일입니다. 북한의 조준사격에 원점 타격으로 맞서면 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예비역 육군 대령 김기호 홍익대 안보학 교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얼굴이 전광판에 떠 있으면 북한은 조준사격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렇습니다. 북한 존엄(尊嚴)의 얼굴에 북한군이 포격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 여성 응원단이 김정일이 사진이 붙어있는 현수막이 비에 젖자 통곡했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사람들에게 존엄의 얼굴 사진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존엄 그 자체입니다. 확성기 방송을 할 때도 일각에서는 확성기에 김정은 얼굴을 크게 새겨 넣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약간은 치졸한, 그래서 북한의 또 다른 강력한 도발을 불러 올 수도 있는 ‘존엄 얼굴’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전혀 다른 체제에서 떨어져 살다 보니 북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덕분인지 썩 비싸지도 않은 확성기와 전광판이 미사일을 능가하는 공격 무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대화 국면이 지속돼 우리는 확성기와 전광판을 켤 일 없고, 북한은 조준사격 할 핑계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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