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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로 길고양이 줄인다?…오히려 느는 이유

<앵커>

주인 잃은 길고양이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뒤지고 듣기 싫은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민원의 대상이 됩니다. 대안으로 서울 강동구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급식소로 찾아온 고양이들을 중성화해서 번식을 막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한세현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고양이 한 마리가 사료통으로 다가가 여유롭게 먹이를 먹습니다.

지켜보던 다른 고양이들도 하나둘 모여듭니다.

서울 강동구가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풍경입니다.

재작년 시작된 이 사업은 배고픈 고양이들한테 먹이를 줘서 음식물쓰레기를 뒤지는 걸 막고, 급식소로 온 고양이를 잡아 중성화수술을 해서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3개였던 급식소는 60곳으로 늘어날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개체 수를 줄이는 중성화수술이 지지부진한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 지자체들은 동물 보호 여론을 감안해 2006년 이후엔 안락사 대신 길고양이의 생식기를 없애 돌려보내는 'TNR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자치구들이 올해 상반기 시행한 중성화수술은 평균 115건입니다.

그런데 강동구는 고작 26건, 가장 저조합니다.

수술 건수가 적은 것은 먹이를 주는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중성화수술에 부정적이어서, 고양이를 잡을 포획자들이 잘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동구 관계자 : 먹이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요. 이 고양이는 왜 잡느냐, 저 고양이 왜 안 잡느냐 피곤하게 하니까, 포획자들도 강동구에선 일 안 하려고 해요. 포획자가 일 안 한다고 동물병원 원장이 나가서 잡아올 수도 없는 거고요.]

중성화수술로 이어지지 않는 급식 사업은 길고양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킵니다.

[강영칠/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담당 수의사 :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려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중성화수술 해야 하는데,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고  안 하고 사료만 공급하면 영양학적으로 풍부해져서 개체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강동구에선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동구 주민 : 고양이가 여기에 많아요. 고양이가 (놀이터에 분변을 땅에) 묻어놓는데, 아이들은 (놀이터)모래를 손으로 만지고 입에도 넣고 그렇게 하잖아요. 내가 화가 나서 급식소 치우겠다고 (구청에) 얘기했더니, 저거 잘못 치우면 다친다고 하더라고요.]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은 올해 기초자치단체 최우수 정책으로 선정됐으며,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윤선영, VJ :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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