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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묘한 15호 태풍 '고니'…가뭄과 적조 해결사 될까?

[취재파일] 묘한 15호 태풍 '고니'…가뭄과 적조 해결사 될까?
15호 태풍 ‘고니’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중심기압이 945헥토파스칼로 매우 강한 중형태풍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심부근에서는 시속 162km의 강풍이 불고 있고, 한 시간에 50mm가 넘는 폭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속 162km면 고속도로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엄청난 속도인데, 그 파괴력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 15호 태풍 '고니' 진로

15호 태풍 ‘고니’는 대륙을 좋아하지 않는 묘한 태풍입니다. 태풍은 보통 앞에 대륙이 있든 없든 갈 길을 가기 마련인데 이번 태풍은 그렇지 않거든요, 눈 앞에 필리핀이 바짝 다가서자마자 방향을 급하게 북쪽으로 틀더니 타이완이 가까워지자 방향을 다시 동쪽으로 틀어 일본 남부로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태풍의 진로를 볼 때 태풍이 필리핀에 다가서면 이제 우리나라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영향이 없구나 하고 관심을 끄기 마련인데, 이번 태풍은 소멸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는 일본 규슈를 향하고 있지만 규슈 상륙을 앞두고 방향을 다시 틀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태풍이 이렇게 이례적인 행로를 보이는 이유는 16호 태풍 ‘앗사니’의 영향 때문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두 태풍이 동시에 발달하면서 이동할 경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이 때문에 진로를 예측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 16호 태풍 '앗사니' 진로

일단 16호 태풍 ‘앗사니’는 일찌감치 방향을 동쪽으로 틀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겠습니다. 태풍 ‘앗사니’가 ‘고니’로부터 멀어지면 영향력도 줄어들게 되는데요, 주말 이후에는 태풍 ‘고니’가 독자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현재의 예상대로 일본 규슈지방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 ‘고니’가 일본 규슈를 향해 북상하더라도 다음 주 월요일에는 제주도와 남해안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은 북상하면서 힘이 조금 약해지겠지만 강한 비바람을 피할 수 없겠는데요, 화요일에는 충청과 남부지방에도 강한 비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태풍이 북상하면 태풍의 앞부분에 많은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이 비구름이 전국 곳곳에 폭우를 쏟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쪽의 찬 공기와 태풍이 몰고 오는 더운 공기가 힘겨루기를 할 경우에는 먹구름이 급하게 발달하면서 엄청난 물 폭탄을 퍼 부울 수 있습니다.
 
강한 바람도 걱정입니다. 태풍의 크기가 크게 줄지 않는 한 강풍의 영향권이 넓어지면서 전국적인 강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섭니다. 그동안 태풍이 몰고 온 강풍 때문에 철탑이 휘거나 시설물이 날아가 피해가 잇따르고 정전 사태도 이어졌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어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태풍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여름 비가 너무 적게 내려 전국의 강수량이 아직도 평년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인데요, 이번 태풍이 몰고 오는 비구름이 한꺼번에 많은 비를 뿌린다면 물 부족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서입니다. 물론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몇 시간 내내 이어지는 참사만 피한다면 말입니다.
 
태풍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은 바다의 적조와 강의 녹조를 동시에 해소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태풍이 바다나 강을 지날 경우 물속이 크게 요동치면서 위와 아래가 급하게 섞이기 마련인데, 이렬 경우 극심한 적조와 녹조 현상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은 가장 크고 심각한 피해를 남기는 기상현상입니다. 이런 태풍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현실입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데, 부디 큰 피해 없이 좋은 영향만 주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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