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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쫓기는 정부, 악수(惡手)를 두다

고용부 "노동계, 26일까지 노사정위 복귀 않으면 독자추진"

[취재파일] 쫓기는 정부, 악수(惡手)를 두다
● 논의하겠다는 노동계, 결정하라는 정부

26일은 정부에게도, 노동계에게도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은 26일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노사정위에 복귀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20일) 정부는 26일까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원하진 않았지만 ‘26일에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 됐습니다.

노사정위는 말 그대로, 노동계와 사용자(사측), 정부가 모인 논의기구입니다. 여기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미래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을 해보자고 하고 있죠. 지난 3월 시작됐던 논의는 4월에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나오면서 멈춰섰습니다. 이번에 그 논의를 다시 시작해보려는 겁니다.

● 대답 요구하는 노동계, 대답 없는 정부

지난 4월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나온 이유는 노사정 대화에서 뺐으면 하는 의제가 있어섭니다. 1)일반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2)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 확대 3)휴일노동의 연장노동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 연장 4)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5)임금체계 개편. 이렇게 5가지 수용 불가사안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1)에 있는 두가지 사안만은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일정 부분 양보한 상태입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별다른 대답이 없습니다. 사실 노동계의 주장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두 가지를 제외하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 논의를 마치겠다는 겁니다.

● 쫓기는 노동계, 한 걸음 물러서다

지난 18일, 한국노총 사무실에 한차례 소동이 있었습니다. 22일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며 정보 교류차원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기타 논의 의제로 ‘노사정위 복귀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기로 한겁니다. 기자들이 오전부터 대회의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일부가 갑자기 복도를 점거했습니다. “논의가 시작되면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이라며 몸으로라도 막아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노동계가 그토록 요구했던 2가지 사안,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한노총 지도부 역시 더 이상 논의를 미뤄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도부와 조합원 두 쪽 모두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대치한 상황에서도 지도부와 조합원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치할 수밖에 없다고 서로가 말했습니다.

명분을 지키려는 조합원들과 실리를 얻자는 지도부는 서로 이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5시간이 넘는 공방 끝에 26일에 제대로 다시 논의를 해보자고 일단락 됐습니다. 26일, 어떻게 진행될 진 모르지만 한발 물러선 지도부의 모습도, 받아들이고 물러난 조합원의 모습도 기자로서 흔히 볼 수 없는 대치의 현장이었습니다.

● 쫓기는 정부, 악수(惡手)를 두다

어제(20일) 고용노동부에서 갑자기 점심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고 출입 기자들에게 통보해왔습니다. 기자들이 한데 모여 들어야 할 얘기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온 얘기가 26일까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이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이미 한국노총은 26일에 52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를 거쳐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렴풋이나마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면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텐데 갑자기 최후 통첩을 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했습니다.
정부는 쫓기는 듯 보입니다. 19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사정 타협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말했고, 어제(20일) 고용부장관이 직접 나서 26일이라는 일종의 ‘데드라인’을 그어놓은 겁니다.

● 노동자 없는 노동개혁을 할 것인가

이렇게 된 이상 26일엔 어떻게든 결론이 나게 됐습니다. 노동자가 있는 노동개혁 논의가 될 것인가, 노동자 없는 노동개혁 논의..아니 추진이 될 것인가만 다릅니다. 이기권 장관은 미래 우리아이들의 일자리를 위해 노동개혁을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이번 국회 입법 일정에 맞춰 ‘할 건 빨리 하자’는 겁니다. 예산도 받아야 하고 입법할 건 빨리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앞선 3월 노사정위는 수십개의 노동현안을 해결할때도 ‘데드라인’을 정해놨다가 실패한 바 있습니다. 그때 이미 노동문제는 시간싸움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텐데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만 바라보는 정부에게 노동자가 개혁을 막는 세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개혁은 결국 이들을 위해 하는겁니다. 노동자 없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26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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