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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쓰레기봉투 가격, 꼭 올려야 하나요?

[취재파일] 쓰레기봉투 가격, 꼭 올려야 하나요?
지난 1일, 서울시 자치구 4곳(용산구, 노원구, 영등포구, 동작구)에서 쓰레기봉투 가격이 올랐습니다. 일반쓰레기 20리터 봉투를 기준으로 340~380원이었던 가격이 400~490원으로 올랐고, 음식물쓰레기 2리터 봉투를 기준으로는 50~180원이었던 가격이 140~210원으로 올랐습니다. 몇몇 자치구만의 얘기가 아니라, 올해 들어 이미 14개 자치구가 가격을 인상했고, 나머지 자치구도 연말까지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할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봉투 값 인상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리 많이 올렸느냐, 너무 갑자기 올린 것 아니냐는 항의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민원을 충실히 담아 ‘봉투 값이 올라 쓰레기 무단투기가 늘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공공요금이 인상된 만큼 주민 반발이 뒤따르고 있는 건데요. 서울시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 과연 반발할 만한 일일까요?

● ‘종량제 수수료’와 ‘주민 부담률’
먼저, 쓰레기봉투와 관련된 각종 개념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쓰레기봉투는, 정확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봉투를 살 때 내는 돈은 ‘종량제 수수료’인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봉투 값으로 미리 내는 겁니다. 이만큼 쓰레기를 버리면, 이만큼 돈을 내야한다는 개념이죠. 여기서 ‘주민부담률’의 개념이 나옵니다. 쓰레기 처리에 드는 전체 비용에서 얼마만큼을 주민이 부담하느냐는 비율입니다. (이런 개념이 나온다는 건 버리는 사람이 100% 처리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반쓰레기 20리터를 처리하려면 운반비, 처리비, 봉투제작비 등등을 따져 1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구의 일반쓰레기 20리터 봉투 가격은 800원입니다. 그렇다면 주민부담률은 80%. 나머지 20%는 구청이 재정 부담을 하게 되는 겁니다.

● 주민부담률 39%…전국 지자체 최저 수준
그렇다면 서울시의 경우, 쓰레기 처리비용의 주민부담률이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해 서울연구원 용역조사 결과, 일반쓰레기 20리터의 처리비용은 665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각 자치구의 일반쓰레기 20리터 봉투 가격의 평균은 363원이었습니다. 주민부담률이 55%에 불과한 겁니다. 음식물쓰레기는 주민부담률이 더 낮았습니다. 2리터 처리비용이 305원인데, 봉투 값은 120원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처리비용의 39%만 부담하고 있는 겁니다.


 (표1)

다른 시·도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일반쓰레기 20리터 봉투 가격의 전국 평균은 457원입니다. 서울시는 363원으로 전국 평균의 80% 수준입니다. 광역시 평균인 650원과 비교하면 58%로 최저 수준입니다.

같은 양의 쓰레기를 버릴 때, 부산에서는 850원을 내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363원만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각 지자체별로 처리방식과 비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서울시 봉투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인 건 분명합니다.


 (표2)

● 올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일제히 인상한 배경은?
이렇게 쓰레기 처리비용의 주민부담률이 낮다 보니, 자연스레 구청의 재정 부담은 커졌습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처리비용은 점점 커지는데 쓰레기봉투 값은 1995년 종량제 도입 이후 크게 오르지 않고 사실상 동결돼온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종량제 수수료를 청소대행업체가 관리하는 ‘독립채산제’에서 구청이 직접 관리하는 ‘실적제’로 바뀌면서, 쓰레기봉투 판매 수입이 구청 살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이 사실상 모든 구청의 숙원사업이 된 셈인데요. 각 구청별로 요금을 올리면 주민 반발에 부딪칠 게 자명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총대를 메고 나섰습니다. 전국 최저수준의 쓰레기봉투 값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요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겁니다. 사실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은 각 자치구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정작 껄끄러운 ‘요금 인상 발표’는 서울시가 대신 해준 셈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요금인상 가이드라인은 이렇습니다.


 (표3)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쓰레기봉투 값을 올려서 2018년에는 모든 자치구가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최종 수렴 가격은 일반쓰레기 20리터 기준 492원, 음식물쓰레기 2리터 기준 187원입니다. 이렇게 요금이 오르더라도 여전히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전국 최저 수준입니다. (상기하는 차원에서, 부산은 이미 850원을 넘었습니다.)

● “그래도 200% 인상은 너무한 거 아냐?”
막상 가격 인상을 마주한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어느 자치구는 10%만 올렸다는데, 우리 자치구는 200% 이상 올렸다고 하니,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 수 있죠. 그런데 면밀히 따져보면, 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분들은 그동안 너무 적게 내고 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와 용산구는 가격 인상 이후 음식물쓰레기 2리터 봉투 값으로 140원을 내게 됩니다. 그런데 영등포구는 원래 120원을 내고 있었고, 용산구는 50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용산구민 입장에서, 요금이 2배 이상 뛰었다고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발상을 바꿔보면, 그동안 쓰레기 처리비용을 다른 구보다 덜 내왔던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결과, 음식물쓰레기 2리터 봉투의 가격은 서울시내에서도 자치구별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적게는 40원을 내는 자치구가 있었는가 하면, 많게는 160원을 내는 자치구도 있었습니다. 처리비용은 305원 수준인데 말이죠. 이런 자치구별 차이를 없애고, 쓰레기봉투 판매 수입으로 실제 쓰레기 처리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가격을 현실화하자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입니다.
쓰레기봉투 값이 올라야 하는 또 다른 이유
비용 얘기가 끝났으니, 보다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로는 구청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것도 있지만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려는 목표도 있습니다. 쓰레기봉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쓰레기를 버리는데 신중해질 테니까요.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위해, 애초에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쓰레기를 너무 쉽게, 많이 버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하루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4만 8728톤입니다. 국토면적당 폐기물발생량이 OECD 국가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1인당 하루 배출량은 0.94kg으로 한 사람이 연간 343kg의 생활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쓰레기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20년 뒤에는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는 ‘쓰레기 대란’이 생길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종량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는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었지만 지금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인상을 두고 “돈 없으면 쓰레기도 못 버리느냐”고까지 하지만, 지금의 쓰레기봉투 가격이 쓰레기 배출량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지 않으면, 언젠가 돈을 아무리 내도 쓰레기를 마음껏 버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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