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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닮아도 너무 닮았네"…도쿄 올림픽 엠블럼 '표절 의혹'

[월드리포트] "닮아도 너무 닮았네"…도쿄 올림픽 엠블럼 '표절 의혹'
지난 24일 일본 올림픽 위원회가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엠블럼을 발표했습니다. 'Tokyo' 'Team' 'Tomorrow' 세 가지 의미를 담은 영문자 'T'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입니다. 붉은색과 하얀색의 일장기 이미지도 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벨기에 동부 리에쥬 극장의 로고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겁니다.
▲ 왼쪽이 벨기에 리에쥬 극장 로고, 오른쪽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엠블럼입니다
 
사진 왼쪽이 벨기에 리에쥬 극장 로고이고, 오른쪽이 24일 발표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엠블럼입니다. 디자인 문외한인 제가 봐도,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도 표절을 의심하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영문자 'T'를 뼈대로 한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비슷하지요.

리에쥬 극장의 로고를 디자인한 올리비에 도비(52) 씨가 도쿄 올림픽 엠블럼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벨기에 현지 방송국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도비 씨는 "깜짝 놀랄 정도로 흡사하다. 도용인지, 착상을 얻은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리에쥬 극장 측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절 의혹'에 대응할 분위깁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리에쥬 극장 측은 이번 주부터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변호사와 협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큰 소동이 났습니다. 네티즌들은 리에쥬 극장 로고와 도쿄 올림픽 엠블럼을 나란히 비교하는 위 사진을 SNS에서 퍼 나르고 있습니다. 명백한 표절이라고 판단하고 "부끄럽다. 당장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네티즌들이 현재로서는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쿄 올림픽 엠블럼을 디자인 한 아트 디렉터 사노 겐지로(42살) 씨의 행동이 좀 이상합니다. 의혹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사노 씨가 소속된 디자인 사무실 'MR DESIGN' 공식 사이트가 어제(29일) 일시 폐쇄됐습니다. 접속이 폭주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MR DESIGN' 측의 설명입니다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계속 이어집니다.

사노 씨의 트위터 계정도 비공개로 전환됐고 페이스북도 폐쇄됐습니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대응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의혹인데, 이상해도 많이 이상합니다.
▲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엠블럼 디자인 공모에서 당선된 사노 겐지로 씨
 
그러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이라기보다 '외면'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국제적 상표 등록 절차를 거쳐서 엠블럼을 확정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반응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얻어서 엠블럼을 결정했다"라는 논리인데, 표절이라면 그 책임이 IOC에도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으로도 읽힙니다.

사실 도쿄 올림픽 위원회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최근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주경기장인 '신국립경기장' 건설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아베 정권이 흔들릴 정도입니다.
▲ 왼쪽은 신국립경기장 공사 현장, 오른쪽은 '개폐식 지붕'이 특징인 신국립경기장 개념도

공사가 지연되면서, 총 공사비용이 당초 1,300억 엔(우리 돈 1조 2천억 원)에서 거의 두 배 수준인 2,520억 엔까지 늘어날 판입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결국 주경기장 디자인의 핵심인 '개폐식 지붕'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2,000억 엔 이하로 공사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비용 분담 문제로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갈등을 계속하고 있고, 올림픽 준비를 맡았던 국장급 공무원이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엠블럼 표절 의혹까지 터진 겁니다. '표절 의혹'을 어떡하든 눌러 앉히고 싶은 게 일본 올림픽 위원회의 간절한 속마음입니다.

엠블럼 표절 논란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집단자위권 안보법제 이른바 '전쟁 가능 법안' 폭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게 큰 악재가 더해진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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